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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데블스 플랜' 우승자 하석진에게 궤도란

입력 2023-10-17 15:22 수정 2023-10-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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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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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석진(41)이 자신의 수식어를 입증시켰다. '연예계 대표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으로 불리는 그가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에 출연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의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하석진, 조연우, 이혜성, 이시원, 승관, 서유민, 서동주, 박경림, 김동재, 기욤, 궤도, 곽준빈이 플레이어로 이름을 올렸다. 김태호 PD가 설립한 제작사 테오(TEO)와 넷플릭스에서 손잡고 제작한 예능이다.

하석진은 11명의 라이벌을 제치고 상금 2억 5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메인 매치, 상금 매치를 거쳐 결승전까지 쫄깃한 승부를 펼쳐 우승의 맛을 봤다.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하며 '뇌섹남' 면모를 자랑했던 그는 과거 경험치를 밑거름 삼아 가장 높은 곳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종영 소감은.

"인간 하석진으로서 감정은 소멸이 되는데 199개국에 그 과정이 전달되어서 사람들이 같이 보고 열광했다는 반응을 받을 때 뿌듯했다. 1월 언젠가 하룻밤이 중계가 되어 많은 분에게 전달됐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그냥 열심히 다른 참가자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렇게 (우승을) 한 것 같다. 무엇보다 2, 3주 동안 느꼈던 건 배우로 살아온 20년 가까운 시간보다,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청자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줬다. 살아있는 콘텐트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콘텐트의 일원이 되어 기쁘다."

-상금을 받았나.

"입금된 상태로 (통장에) 그대로 있다. 뭐가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상금을 어떻게 쓸지는 아직 특별하게 계획하지 않았다. 여러 명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꼭 써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 출연료나 광고보다 성취에 대한 보상금이지 않나. 그게 또 어려운 게 상금 매치를 여러 명이 한 거이기도 하고 이런 고민을 하는 것조차 데블스 플랜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승자를 끝까지 고통받게 하고 있다."

-어떻게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

"기본적으로 정종연 PD님 작품에 카메오나 게스트로 나갈 때마다 반응이 좋았다. 기가 잘 맞았다고 해야 할까. 정종연 PD님이 한다면 나도 'Why not?'이었다. 그런 게 있었고 학교의 배움을 한 지 오랜 후이기도 하고 '문제적 남자'로 뇌를 쓴 적은 있지만 아직 안 죽었나 테스트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1월에 촬영을 시작해 9월부터 공개되기 시작했다. 주변에 우승했다고 자랑하고 싶었을 것 같다.

"계속 (입이) 근질근질거렸다.(웃음) 어머니께만 말했다. 설 당일 촬영이 종료됐다. 합숙 촬영하러 간다고 했는데 사실 언제 돌아올지는 몰랐다. 중간에 속옷이 부족해서 5일 차부터는 뒤집어서 입었다. 설 당일날까지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끝나고 나서 전화를 하다 보니 그 얘길 어머니한테만 한 것이다. 가까운 친구들은 합숙 간 걸 아니까 물어보는데 그냥 '나 같이 하고 왔어' 그렇게만 말하곤 했다. 출연자가 공개된 시점부터는 좀 편해졌다. 그리고 두 달 정도는 사람들이 어떻게 얘기하든 그냥 내버려 뒀다."
하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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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이장원 등 '문제적 남자' 동료들이 방송을 본 후 어떤 반응을 보였나.

"확실히 그런 거에 관심이 있고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자자 들어갑니다. 화요일 오후 4시'라면서 불 꺼진 방 사진 하나 올리고 그랬다. 특히 저울 매치에서 내가 하는 걸 보고 되게 한심하게 생각하더라. 근데 '문제적 남자'에서 한 문제를 6, 7시간씩 풀었던 과거가 '데블스 플랜'을 할 때 도움이 된 것 같다."

-시청자들이 정말 뜨겁게 열광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입할 대상을 만드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같은 경우 '누가 주인공이네?' 그러면서 그 사람을 따라가지 않나. 근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누군가의 감정을 따라가다가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의 감정에 이입하고 대입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럴도 많이 이뤄지지 않나 생각했다."

-서바이벌에 진심이 되기 시작한 순간을 꼽는다면.

"(김)동재가 탈락했을 때 프로그램적으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왜 탈락시키냐의 안타까운 표출이 있었다. 그때부터 (이)시원 씨가 좀 감정적으로 불이 붙었고 시원 씨에게 남아있는 건 믿을 만한 동료인 나였다. 그때부터 날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그게 피스의 비밀을 푸는 것까지 연결된 것이다. 마치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중위권에서 존재감 없이 그룹으로 뛰고 있던 선수가 갈증 해소가 된 상태에서 쭉 치고 달려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더 오랫동안 게임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스위치가 켜진 것 같다."

-정종연 PD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장점으로 출연자의 성장이 묘미라고 했더라.

"고립된 세계에 있으니까 일주일 밖에 안 되는 기간이었는데 진짜 한 달 같았다. 어떠한 사회 실험에 들어가 봤다는 경험치가 쌓였다는 게 큰 경험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 자신한테 '이게 맞는 거야?'라고 설득시키고 그랬던 게 어느 정도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박)경림 누나가 그 안에서 사람들에게 대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 결과물만 보느라 내가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더라. 누나를 보면서 제일 많이 배웠다."

-방송상 두 번 울었다. 그런데 정종연 PD가 남몰래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방송상으로는 시원 씨가 탈락했을 때랑 오목 이겼을 때 울었다. 이시원 씨 탈락했을 때는 전우의 떠나감에 대한 슬픔과 약간 외로움 같은 게 있었다. 그다음엔 고통의 밤이 끝났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그 사이 인터뷰를 여러 차례 했는데 스태프들의 표정을 보니 '내가 이걸 꼭 해내야 하는구나!'란 책임감 같은 것들이 해결됐다는 카타르시스도 있었던 것 같다."

-오목의 경우 AI를 이겼다.

"되게 긴 시간 같았는데 방송을 보니 이렇게 쉽게 플레이가 됐나 싶더라. 네 번째 것만 다른 색으로 하자고 했었는데 나의 필승법이 통한 것이었다. 이기고 나서 '오목 못 두시네' 그랬는데 그게 명대사가 됐다. 그런데 정작 인터뷰 끝나고 나서 아까 했던 그 대사가 너무 창피하고 AI 대신 오목을 둔 보조 출연자분에게 미안하다고 그랬다. 이후에 제작진에게 엄청 놀림을 당했다."
 
하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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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었던 미션은.

"가장 힘들었던 건 오목이었는데, 동물원 때는 좌절감이나 무력감을 많이 느껴 투덜거렸던 것 같다. 몰려다니니 자기 힘으로 하려는 사람은 도저히 힘을 쓸 수 없더라. '도와줄게'라는 명목으로 타인의 자료를 받지 않았나. 그들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니 '빌붙어 플레이'라고 했던 것이다. 게임적으로 무력감이 심했는데 그날은 다행히 꼴찌를 해도 집에 가는 상황이 아니라서 조금 진행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방송을 보며 짜릿했던 순간은.

"뉴이어 발견했을 때 경림 누나가 딱 들어왔었다. 방송보다 훨씬 놀랐다. 물론 방송에서도 놀란 것처럼 나왔지만 진짜 놀란 순간이다. 결승전에 나온 나인 멘스 모리스의 흐름 맥이 보였던 2라운드 후반부에도 짜릿했다. 난 게임을 이해하는 속도가 좀 느렸던 것 같다. 게임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데블스 플랜'에 어떤 모습으로 담기길 바랐나.

"되게 유치하지만 그냥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예를 들면 감옥 갈 때 그냥 '연우야 미안하다' 하면 되는데 괜히 한 바퀴 돈다거나, 준빈이에게 커피 마시면서 '우리들 중에 한 두 명 정도 (피스의) 비밀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런 건 출연자로서 역할을 했던 장면이다. PD님이 잘 살려줬더라."

-궤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궁금하다.

"궤도의 가치관 자체를 뭐라고 하는 건 힘들 것 같다. '궤도는 왜 저렇게 했을까?'란 생각을 했을 때 플레이를 잘할 수 있는 똑똑한 플레이어지만 개인적으로 쾌감을 얻는 건 다르지 않나. 궤도는 '내가 도움을 줘서 이 사람들이 하루 더 있게 했다'라는 부분에서 쾌감을 얻는 사람이었다. 걔가 추구하는 가치가 나보다 조금 더 위쪽이었다. 사상적으로 공리주의가 아니라 우린 살아남는 게 1위고 피스를 얻어내 1등으로 살자는 생각이었다면, 궤도의 카타르시스는 다른 방향이었던 것이다."

-이시원과의 동료애 역시 볼거리였다.

"시원 씨는 내 도화선에 불을 붙인 플레이어다.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 친구라 전우애가 생겼다. 멜로보다는 전우애가 엄청 쌓인 상태에서 자기가 먼저 의욕적으로 도전하고 탈락했는데 마지막 인사도 안 시켜줬다."

-방송 이후에도 자주 만났나.

"리뷰 방송을 하고 가볍게 맥주 한 잔 하고 헤어지고 소규모로 녹화 끝나고 시원, 동재는 몇 번 봤다. 시원이 남편 분까지 해서 돈독해져 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감정은 긍정적인 파트에서 사용해야 한다. 네거티브한 건 숨기고 긍정적인 것들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 감정적인 컨트롤과 정신적 체력 배분이 중요한 것 같다. 난 2, 3일 차까지 '즐겜러'라서 멘털적 체력에 여유가 있었던 게 유리했던 것 같다."

-뇌를 쉬지 않게 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나.

"요가와 명상을 한다. 오늘도 좋은 바이브로 오고 싶어서 20분짜리 요가 코스를 하고 왔다."

-'뇌섹남'이라는 이미지가 연기할 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것 같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데블스 플랜'을 통해 엄청나게 이성적이지 않은 인간이란 걸 보여줬으니 (제작진이) 그런 부분을 봐줬으면 좋겠고 혹은 완전히 반대로 똑똑한 캐릭터가 필요할 때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꼭 그 이미지에 묶여 있지 않길 바란다. 배우는 리얼리티 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작품에서 캐릭터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으니 어떤 부분을 포착한 작품 쪽 관계자들이 있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2023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가볍게 찍어놓은 것들이 있고, 다음 작품들도 보고 있다. 나만의 작은 채널이 있다 보니 그곳에서 나만의 리뷰도 하고 싶다. 일상의 루틴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다음에 또 서바이벌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기대감이 너무 높아져서 못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들고 총명함은 떨어질 텐데 자신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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