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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원 왕회장'으로 불린 임대인 부부 재산 추적…공인중개사도 연루 정황

입력 2023-10-1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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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은 저희가 단독 취재한 소식입니다. 수원 전세 사기 피해가 심상치 않습니다. 고소장을 낸 사람이 134명, 피해액도 190억원을 넘어섰는데 더 늘어날 걸로 보입니다. 이런 전세 사기 사건엔 이른바 '빌라왕'들이 등장합니다. 자기 돈 안 들이고 산 '깡통전세'로 빌라 수천채씩 굴리다 결정적인 순간에 보증금 떼먹는 사람들입니다.

이번에 수원사건에 등장하는 '빌라왕' 임대인은 부부입니다. 이 부부한테 당한 피해자를 상대로 경기도청이 지난주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이틀 동안 400명 모였는데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이었습니다. JTBC가 이들에게서 보증금 가로챈 임대인을 추적했습니다. 돈이 없어 보증금 못 돌려준다던 이 사람들. 경기 양평에만 땅이 1만평, 2층짜리 주택도 3채나 갖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이해선 기자입니다.

[이해선 기자]

2년 전 수원에 신혼집을 마련한 부부는 지난 몇 개월이 악몽이었습니다.

지난 4월,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 1억 8천만 원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김씨/임대인 : {당장 내일모레라 빼주셔야 될 것 같아요} 노력은 했는데 이제 (부동산) 시장 상황이 그렇다 보니까]

돈을 못 주겠다는 얘기, 오히려 스스로 돈을 구하라고 하고

[정씨/임대인 : 돈을 빌려올 수도 있고 방법이 없겠어요? 방법을 생각을 안 하는 거지. {돈을 빌려올 수 있으면 저희가 사정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야단까지 칩니다.

[정씨/임대인 : {저희는 어떻게 해요?} 그 집에 사는 거지. 뭘 어떡해, 어떡하기는. 세상에 죽으라는 법 있어요?]

돈 없다며 잠적한 이 부부는 어디에 있을까.

경기도 양평에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추적했습니다.

지역 주민들, 이 부부를 '수원 왕회장'으로 기억했습니다.

[이웃 주민 : 이 산을 다 정OO이가 산 거거든. 한 4000평 되나 봐. 여기 산 다 사고 여기 땅도 사고 그랬는데…]

이 지역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증언, 등기를 살펴봤습니다.

임대인 개인 명의로 된 부동산이 쏟아집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일대 만여 평입니다.

이렇게 정 씨 이름으로 올라가 있는 땅을 와봤습니다. 제 뒤로는 방갈로가 있는 별장을 만들었고 계곡 근처에는 대지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양평지역 공인중개사 : 정원수 있고 (평당) 230(만원) 이상은 잡아줘야 될 거란 말이야. 이분들은 포부가 있었어요. 와서 지역 공동체 만들고…]

2층짜리 주택 3채도 소유했습니다.

별장으로 쓰던 한 채는 지난 4월 팔았고

[별장 매입자 : (그 사람들은 안 살았어요.) 별장 같은 걸로 쓰다가…사무실 하고 별장…]

다른 두 채는 세를 주는 등 가지고 있습니다.

[세입자 : 얼마 전에도 근처 왔다갔다 하는 것 같더구먼…]

줄 돈이 없다고 하기엔 재산이 너무 많습니다.
 
[앵커]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에는 부동산중개소와 공인중개사까지 가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수원 사건에선 임대인이 아예 부동산중개소를 직접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계속해서 이은진 기자입니다.

[이은진 기자]

세입자들이 집 구할 때 먼저 찾는 건 공인중개소입니다.

수원 지역 여러 중개소가 잠적한 정 씨 빌라를 적극 추천했습니다.

[엄모 씨/전세사기 피해자 : 부동산에서 수원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다, 아무 걱정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 : 큰 손이다, 여기 의원 그런 사람들과도 다 알고 지낸다…]

정 씨 부부 법인에서 일했던 직원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상 직접 중개소를 운영했다고 했습니다.

[전 임대인 법인 직원 : 정OO이 만든 부동산이 3개 있어요. 처가 쪽 사람을 부동산 소장으로 앉혔고. 이제 다 폐업을 했죠. 세 곳 다 동시에.]

찾아가 보니, 문을 닫았습니다.

피시방으로 바뀐 곳도 있습니다.

[인근 주민 : 8월 말에 빠졌어요. 가족이에요. 그 일 때문에 없어지지 않았을까요?]

이곳 말고도 여러 중개소가 정 씨와 긴밀한 관계였던 걸로 보입니다.

[전 임대인 법인 직원 : 수수료 많이 쳐줄 테니까 싸게라도 빼라. 그때부터 세입자들을 넣기 시작한 거죠.]

위험하다는 걸 알고도 중개한 업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 임대인 법인 직원 : 9월에 입주한 세대가 몇 군데 있으니. 부동산에서 뻔히 알고 있는데. 위험한 거 뻔히 알고 있으면서 중개를 한 거니까.]

중개사들은 정 씨와 관계를 적극 부인하고

[부동산 관계자 : 그 사람하고 거래 얘기한 거 다 지워도 어차피 포렌식 되거든요. 안 지워놓고 있고. 따로 밥 먹은 적도 한 번도 없어요.]

무작정 도망가기도 합니다.

[{저분인가? 저분 아니에요?} 맞아요. {보고서 그냥 가시네요.} 기자분들 보면 솔직히 겁나요. 켕기는 거 이런 거 다 떠나서.]

경찰은 정 씨 부부를 추적하는 한편 공인중개사들도 수사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반일훈 박재현 / 영상디자인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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