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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국제사회 '기후악당' 비판에도 에너지전환 노력 여전히 부족”

입력 2023-10-16 08:00 수정 2023-10-17 01:1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05)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2)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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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05)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2)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1998년 4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위한 범정부 대책기구의 구성, 2001년 9월, 기후변화협약 대책위원회로의 확대·개편, 2008년 8월 녹색성장 선언에 이은 2009년 2월 녹색성장위원회의 출범, 2020년 10월 탄소중립 선언에 이은 2021년 5월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그리고 2022년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의 개편까지.


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최소 15년 동안 계속됐습니다. 이를 이끄는 거버넌스는 '선진국으로부터의 온실가스 감축 압박에 대응'을 목적으로 했던 기구에서 국제사회에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을 불어넣은 기구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구로 점차 변모했죠. 그런데,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더 강력한 목표를 제시해온 것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 1인당 전력 사용량, 경제의 에너지 집약도, 재생에너지 비중 등 주요 지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는 앞으로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기후변화 대응의 각 분야별 전문가 11명과의 연속 인터뷰, 두 번째 인터뷰이는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 팀장과 미국 재생에너지환경재단 아시아사무소 소장 등을 역임한 에너지환경정책학 박사,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입니다.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Q) 전문가로서 오랜 기간 에너지와 환경 정책에 대한 연구를 해오셨습니다. 처음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신 시기는 언제쯤이었나요? 당시 우리나라의 에너지 환경 정책 여건이나 상황 전반은 어땠나요?

A) 에너지, 환경 정책 연구는 2007년 가을,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기후와 사회(Climate and Society)라는 석사 학위 프로그램에 들어가면서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은 글로벌 기후변화 거버넌스, 온실가스 감축 정책, 기후 적응 정책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학교와 연계된 국제 연구소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큰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와 같은 저개발국가의 기후 적응 대책을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제공받았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당시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후변화가 농업이나 수자원 관리에 미칠 영향에 관한 연구가 일부 진행되었고,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대학 연구실도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정책적 논의도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에 대한 외교적인 대응 차원의 노력이 주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이후로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지금, 보시기에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아니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까요?

A) 2007년과 비교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진 부분 중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것입니다. 제가 기후변화를 공부한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 중에는 '왜 그런 걸 공부하느냐'는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 위기를 자신의 일처럼 인식한다는 한국인이 64%를 상회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사회적 인식이 크게 변한 것 같습니다. 특히, 기후 위기가 인간의 활동에 기인한다거나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한국인이 90%에 달하는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개선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국제사회 '기후악당' 비판에도 에너지전환 노력 여전히 부족”
이런 인식 변화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이 매년 3mm씩 상승하고, 홍수 피해가 커지고, 최근 하와이 사례를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장기간 지속되며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산불 뉴스를 접하는 횟수가 증가하는 연유일 것입니다. 학교,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서 환경교육을 실시해 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변하지 않은 것으로는 두 가지를 꼽고 싶은데, 현재의 환경 위기 해결의 핵심 수단을 기술 개발에서 찾는 분위기와 과거 대비 개선되지 않는 환경 지표 같습니다.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자크 엘륄(Jacques Ellul)이 현대사회를 '기술 사회(Technological Society)'라고 규정한 지 70여년이 지났는데,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술 결정론(technological determinism)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우리는 과거보다 기술에 더욱 종속된 채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신기술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들이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일각의 주장처럼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악화되는 환경 지표를 들여다보면 기술개발 위주의 정책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열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국제사회 '기후악당' 비판에도 에너지전환 노력 여전히 부족”
예를 들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그에 맞춰 대기 중 농도도 매년 악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책의 효과성을 환경 지표 개선 수준으로 추정해 볼 경우, 과도한 비판일지는 모르겠지만, 정책 효과가 매우 미미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1년 397ppm에서 2020년 423ppm으로 약 7% 증가했고 대기, 수질, 토지 오염 관련 지표의 상당수가 10여년 전 대비 비슷하거나 악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유먼지, 구리, 비소, 납 농도는 100%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Q) 2050년 탄소중립에 앞서 국제사회와 약속한 시간인 2030년은 속절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가장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가장 부족하고, 그 부족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일까요?

A) 우리나라는 강수량, 기온,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전 세계 평균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100여년간 평균온도가 1.8℃ 상승하고 강수량은 17%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금세기 말 한반도 주변 온도는 6℃ 상승하고 강수량은 20.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최근 감소 추세인 석탄을 제외하면, 지난 15년간 화석연료 사용은 더 증가했습니다. 해외로부터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지만, 여전히 에너지 전환 노력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국제사회 '기후악당' 비판에도 에너지전환 노력 여전히 부족”
이런 현상의 근원에는 화석연료 수입에 기반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 및 그 구조를 유지하려는 현재의 정치·사회·기술체제라고 봅니다. 실제 많은 전환이론 연구에서 기존 기술사회시스템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과 제도적·정치적·산업적 고착(lock-in) 효과로 인하여 전환이 어려운 일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거대담론을 현시점에서 논하기에 우리에게는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근원적으로 숙의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약속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한다 치더라도 건강한 형태의 탄소중립 사회를 구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국제사회 '기후악당' 비판에도 에너지전환 노력 여전히 부족”
4~5년 전,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는 그린 딜(Green Deal) 또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었고, 현재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린 딜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및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정책 피해자에 대한 적정한 재정적·정치적 지원과 관심이 없을 경우, 사회적 신뢰가 저하되고 갈등이 커져 전환정책 추진에 필요한 다수 시민의 동의를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U의 사회기후기금(Social Climate Fund), 미국의 인플레이션 경감법(IRA) 곳곳에 녹색 전환에 따른 피해 산업 및 지역을 위한 정책적 장치를 반영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결국,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수 시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정책과 정치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정치가 이런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감시 및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과 광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미국 몬태나주의 청소년 기후 소송 승소 소식은 우리에게 작은 희망과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됩니다.

Q) 2050 탄소중립 달성 여부를 두고 볼 때, 여러 면에서 다른 선진국 대비 열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진 강점,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이를 통해 그저 '안 될 일'이라고 낙담하기보다 작게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A) 두 가지 점을 들고 싶습니다. 먼저, 국민의 경험과 역량이라고 봅니다. 우리 국민은 국가의 위기라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해결한 경험이 많습니다. 과거 민주주의의 위기에서부터 최근 코로나 위기 대응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자유와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때,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행동해 왔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과거 대비 많이 향상되었지만, 아직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거나 기후위기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적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우리 사회에 미칠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영향을 깊이 이해하는 국민이 증가할 경우, 다른 국가보다도 더욱 급격한 변화를 일구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자산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작고, 국토 중 산지나 농지 비중이 높아 재생에너지 생산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삼면으로 둘러싸인 바다와 주차장, 산단 옥상, 고속도로의 유휴부지 등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공간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런 곳만 적극 활용하더라도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연간 전력 수요의 상당 부분을 공급할 수 있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상상을 조금만 더 해보자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내 기업이 북한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한국전력이 국내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연결하게 될 경우, 국내 기업은 RE100과 탄소국경조정세와 같은 신 무역규제 대응이 훨씬 용이해질 것입니다.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사진: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사진: 에너지정보문화재단)

Q) 에너지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에 있어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서 일반 시민 독자와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 관계자, 입법을 하는 국회 관계자, 각종 활동의 주체인 산업계 관계자 각각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에너지전환은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입니다. 에너지전환을 통해 우리나라의 수입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산업 및 수출 경쟁력을 유지 또는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즉, 에너지전환은 기후 전략이면서 안보, 산업, 경제 전략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이슈가 아니며, 이데올로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직면한 지구의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완화하고, 우리 국가 경제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이슈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사회적 상상력을 키우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국가보다는 작을지 몰라도, 우리에게도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넉넉한 바다와 유휴 부지가 있고, 재생에너지 발전과 수전해 사업을 협력할 수 있는 북한도 있으며, 한국전력을 포함한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이 있습니다. 결국, 이런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의지와 동력이 필요하고, 그를 추동할 수 있는 시민과 전문가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할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국제사회 '기후악당' 비판에도 에너지전환 노력 여전히 부족”
[박상욱의 기후 1.5] 연재 4주년 기획, 〈녹색성장 15년, 탄소중립 선언 3년…전문가에게 묻다: 현실로 찾아온 기후위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릴레이 인터뷰는 조명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 이동근 서울대학교 교수(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성창모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특임교수(녹색기술센터 초대 소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리서치센터장, 조공장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 등 11명의 전문가와 함께 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국제사회 '기후악당' 비판에도 에너지전환 노력 여전히 부족”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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