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여든 나이에 농기구 대신 든 붓…"인생은 아름답고, 할매는 발전한다"

입력 2023-10-14 18:43 수정 2023-10-14 19:3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농기구 대신 붓을 든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삶의 흔적을 예술로 승화시킨 백발의 예술가들을 조익신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강원도 원주의 한 산골마을,

폐교됐던 작은 분교가 '할매들'의 창작 공간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농기구 대신 '붓'을 든 할머니들이 초등학교조차 나오지 못한 한을 그림으로 풀어낸 겁니다.

[서월이/84세 : 학교도 한 번도 안 가봤어도. 나도 그거 한 번 해보는가보다 그랬지 뭐.]

첫 작품의 모델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조계화/85세 : 원래도 못 생겨서 내가 이러느라. 이걸 참 창피하기도 하고 민망스럽더라고. {얼굴은 왜 분홍색으로 칠하셨어요?} 내가 피부가 하얗지 않지. 그 피부가 검잖아. 좀 야한 색깔을 좋아해. 피부는 시꺼메도.]

할머니들의 그림엔 각자 살아온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심지혜/학예사 (로컬리티:) : 노화로 인해 자연스러운 손의 떨림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붓 터치에 다 담겨 있거든요. 그래서 보시면 선의 불규칙함이라든지, 굵기의 떨림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담겨 있는 게 (특징입니다.)]

88살 최향락 할머니는 세월이 남긴 떨림의 흔적을 추상화로 승화시켰습니다.

전문 작가들의 그림처럼 실제로 팔리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들의 예술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현란한 몸짓과 말짓으로 스스로의 삶을 표현했습니다.

[내가 젊은 세월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 먹고 사느라고 만날 바빠.]

[고추 고추 고추 고추, 제일 처음에 감자 심고, 고추 심그고, 강냉이 심그고, 모 심그고.]

할머니들의 유쾌한 도전은 내년에도 이어집니다.

미처 못 배운 '한글을 꼭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할매는 앞으로 발전합니다.

[화면제공 로컬리티]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