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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종연 PD "'데블스 플랜', 예상과 12.3% 일치…공리주의에 당황"

입력 2023-10-1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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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정종연표 두뇌 게임이 또 통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데블스 플랜'으로 전 세계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이름값을 지켜냈다.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공개된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지난 6일 동안 23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 부문 3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에서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아랍에미리트, 터키, 태국, 말레이시아 등 23개국 톱10 리스트에 진입했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를 시작으로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 다양한 게임 예능을 히트시킨 정종연 PD.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까지 성공시키며 '역시 정종연'이란 호평을 이끌어냈다.

 '데블스 플랜'

'데블스 플랜'

-제작 기간이 궁금하다.
"처음 팀을 꾸려 기획하고부터 녹화 전까지 6개월 걸렸다. 녹화 일주일, 편집은 일주일에 하나씩 뽑는 걸 목표로 했다. 퀄리티를 체크하는 팀이 있다. 그게 가이드가 있다. 그런 걸 1~2주 했다. 그래서 1년 넘게 걸렸다."

-제작진이 그렸던 큰 그림과 어느 정도 일치하나.
"12.3% 정도다.(웃음) 제 예상과 일치하지 않았다. 시즌을 관통하는 게 공리주의인데, 사실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이다. 첫 경험이었다. 하하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들 뒷면에 뭐가 있는지 많이 파봤지만, 그의 일관된 철학이 맞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 또한 새로운 방향인 거니까."

-궤도는 사전 인터뷰에서도 공리주의를 이야기했나.
"인류애에 관한 이야기를 하더라. 그냥 다들 집에 가기 싫어한다. 싫어하니까 떨어지지 않고 최대한 여러 명이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큰 틀을 짜며 고민했던 그림이 있었다면.
"'더 지니어스'가 실제로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에 대한, 뭐가 이 프로그램의 정수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제가 경험하며 느낀 건 출연자의 감정, 생각, 철학 등의 변화 혹은 성장, 혹은 역성장이다. 그걸 온전히 다 받아들이고 유도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이 장르라고 본다. 합숙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걸 반드시 유도한다고 생각한다."

-출연자를 어떤 기준으로 뽑았나.
"변화의 여지가 있다거나, 성장의 여지가 보인다거나. 그렇게 됐을 때 서사가 될 만한 사람들을 많이 생각했다. 물론 밸런스가 좋았냐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연예인은 테스트를 본 건가.
"테스트는 중요하지 않다. 면접을 오래 했다. 게임을 대하는 태도를 제일 중요하게 봤다. 일반인들 가운데 공격적인 사람을 찾으려고 했다. 남의 시선을 크게 타지 않는, 그런 사람을 섭외했다."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던 김동재 탈락 때 어땠나.
"지나치게 아수라장이 됐다. 우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전략적으로 풀려서 계획대로 됐다기보다, 오해가 중첩되면서 그런 부분도 있었다. 이게 내 욕망대로 된 것인지에 대한 헷갈림이 있었다."

-섭외 밸런스를 고민했나.
"결과적으로 한 쪽에 쏠린 부분도 있었고, 공리주의 영향도 있었을 거다. 중립적 캐릭터인데, 상황적으로 그것(공리주의)에 동의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궤도의 공리주의가 당황스러웠겠다.
"당황하기도 하는데, 궤도의 공리주의가 게임을 본격적으로 이상하게 만들었다고 할 만한 게 4일차 게임이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1점씩 나눠주기 위해 혼자 게임을 하고 있는 거다. 그게 반대로 궤도를 무너뜨리는 지점이 된 거다. 궤도가 좀 심경 변화가 심각하게 일어난 회차였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게 '노잼'이라고 하지만, 캐릭터의 서사엔 중요한 지점이었다. 하석진 캐릭터 서사 변곡점이기도 하다."
'데블스 플랜'

'데블스 플랜'


-게임을 어떻게 짰나.
"작가, PD들끼리 만들었다. 10년간 이걸 하면서 보드게임 마니아가 됐다. 레퍼런스도 충분했다. 게임 수가 이전보단 많지 않았다."

-하석진 오목 게임에 제작진이 관여한 게 아니냔 반응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승률이 50%에 육박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준비했다. AI 오목 게임 중 낮은 단계의 게임으로 준비한 거다. 제일 낮은 난도로 진행했다.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원래 낮은 난도로 하려고 했고, 그래도 승률이 50%에 못 미친다."

-게임 난도가 너무 높았다
"인정한다. 늘 고민이다.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임을 제작하면서 평생의 고민이었다. 보드게임에 있어서, 룰은 어려워도 룰 북은 얇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근데 저희가 보드게임처럼 어렵진 않다. 쉬워지면 운 싸움이고 순서 싸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저에겐 중요했다."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더 지니어스'에서 진화했나.
"외연 확장에 대한 이슈는 너무 중요했다. 그래서 넷플릭스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제일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금 매치도 사람들에게 친숙한 형식을 최대한 빌리려고 노력한 면이 있다. 외연 확장이 중요한 이슈이긴 했다."

-성장하고 변화한 출연자가 있나.
"이시원, 일관성 있어서 좋았다. 끝까지 해줘서 감동받았다. 감옥에서 푸는 게 유명한 퍼즐들이다. 이시원이 새벽까지 붙들고 하지 않나. 끝까지 해내는 게, 그걸 만드는 사람으로서 고마웠다. 서동주도 일관성 있어서 좋았다."

-출연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는데.
"어쨌든 출연자가 자기를 맡기고 출연하는 건데, 출연자를 보호하는 기본적 마인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걱정하면서 하고 있다. 필요 이상의 자극이 필요한가라는 고민이 있다. 넷플릭스가 그런 가이드라인이 있다. 경쟁 예능에서의 정신과적인 조건은 사전에 인터뷰를 한다. 신체적 정신적 안정을 중요시 생각한다."

-해도 못 보고 갇혀 있는 상황 때문에 인권 문제가 언급되기도 했다.
"해를 보여줘야겠다는 건 간과하긴 했다. 고려하기도 했는데, 놓쳤다. 정신과 관계된 전문가가 상주해 있었다. 중간중간 상담도 했다."

-해외 반응을 살폈나.
"'더 지니어스'도 해외에서 팬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근데, 넷플릭스로 보는 건 다르니까. 외연 확장이 됐다. 두뇌 서바이벌을 첫 경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해외에서 평도 좋아서 기분 좋다. 어떤 채널에서 1위를 찍는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이렇게 어려운 걸 본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 시간을 들여 번역한 건 사실이지만, 저희에겐 신기한 경험이었다."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나.
"그 결정은 최종적으로 넷플릭스가 하는 거다. 이런 예능은 다음 시즌을 기대하면서 만드는 게 당연히 제작자의 마음이다. 넷플릭스의 사인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그걸 안 하기엔 너무 많은 생각을 해버렸다.(웃음)"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메인 포스터


-나영석 PD가 아닌 김태호 PD의 손을 잡고 '데블스 플랜'을 만들었는데.
"'대탈출'은 돈을 잘 벌었다는 걸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웃음) 태호 형 회사에 가게 된 건, 그냥 창작자로서의 존중과 그런 기둥이 있음으로써 잘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태호 형 돈으로 만든 게 아니라, 넷플릭스 돈으로 만든 거다. 전혀 관계없다. 넷플릭스와 저의 접점은 그 전부터 있어서, 회사가 어디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돈을 알차게 필요한 데 썼다. 방송국은 예산을 치열하게 쓴다."

-가장 돈이 많이 든 부분은 무엇인가.
"게임 만들기. 인건비다."

-정종연이라는 이름값은 부담인가, 기대인가.
"워낙 다층적이다.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자양분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건 제 몫이다. 보통은 힘이 된다. 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나온 거니까. 저의 업보, 카르마가 아닌가. 제가 그런 걸 좋아한다. 그런 게 싫다면 다 그만두고 사라져야 한다. 이미 저질러졌고, 저는 그런 PD인 거고. 나쁜 피드백을 받아서 욱하는 마음은 한순간이고, 결국은 머릿속에 남아서 생각하게 된다. 그걸 어떻게 지혜롭게 써먹느냐는 저에게 달려있다. 노력하겠다."

-'데블스 플랜'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전작을 다 좋아한다. 제2의 출발하는 마음으로 했다. CJ ENM을 21년 다니고 나와서 처음 하는 작품이다.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여러 잡념이 많이 생기지 않나. 그런 걸 헤치며 준비했던 작품이다. 되게 남다르다. '더 지니어스' 시즌 1 했을 때의 기분이다. 앞으로도 넷플릭스와 또 하고 싶다. 시청자의, 닿는 접촉면이 넓어졌다.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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