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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월세 계약서 개선됐나 현장 돌아보니…"처음 듣는데"

입력 2023-10-06 18:22 수정 2023-10-0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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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사무소(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장영준 기자〉

부동산 중개사무소(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장영준 기자〉


국토교통부와 법무부가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양식을 개선해 오늘(6일)부터 적용에 들어갔습니다.

전월세 계약서에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을 기재하는 '관리비 세부 부과내역' 항목을 신설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월 10만원 이상 정액 관리비를 임차인에게 부과할 경우 세부내역을 계약서 등에 표기해야 합니다.

이는 보증금 6000만원 초과 또는 월세 30만원 초과의 경우 임대인이 국가에 신고하도록 한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자, 월세를 줄이고 그만큼을 관리비로 충당하려는 일부 임대인들의 꼼수를 막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정부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새 대책이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직접 취재진이 찾아가 봤습니다.

"바뀐 계약서요...? 처음 듣는데"


개선된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양식.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개선된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양식.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먼저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찾아가 '오늘부터 개선된 주택임대차계약서가 적용되는데 혹시 아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공인중개사 A씨는 "어제(5일)까지 부동산 중개플랫폼에서 따로 안내가 없어 (개선된 주택임대차계약서가 나온 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공인중개사 B씨는 "주택임대차계약서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며 "바뀐 계약서를 쓸 수 있겠지만 실용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새 주택임대차계약서에 부정적 의견도..."효과 미미할 듯"


수도권에 나온 원룸 월세 매물(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장영준 기자〉

수도권에 나온 원룸 월세 매물(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장영준 기자〉


일부 공인중개사는 개선된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놨습니다.

공인중개사 C씨는 "풍선을 누르면 옆으로 삐져나오는 것처럼 임대인들이 그렇게 될 수 있다"며 "일부 임대인의 경우 세금을 내기 싫어 관리비를 올리는 것인데 관리비 세부항목을 거짓으로 기재하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내 월세 매물 광고. 같은 명목의 관리비이지만, 매물에 따라 금액 차이가 3배 이상 난다. 〈사진=네이버 부동산 캡처〉

서울시 내 월세 매물 광고. 같은 명목의 관리비이지만, 매물에 따라 금액 차이가 3배 이상 난다. 〈사진=네이버 부동산 캡처〉


공인중개사 A씨는 같은 명목의 관리비지만, 매물에 따라 금액이 3배 이상 차이 나는 매물을 보여줬습니다.

A씨는 "관리비 세부항목이 같아도 다른 금액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월세를 관리비에 녹여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A씨는 "계약서나 확인설명서에 전기요금, 수도요금, 인터넷 비용 등 세부내역을 쓰겠지만 임대인이 알려주지 않으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며 "'일반 관리비' 부분을 임대인이 과다하게 부풀릴 경우 세부항목을 계약서 등에 쓰는 것으로 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현행법상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족한 부분 채워나갈 것"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정보 안내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는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정보 안내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는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일부 공인중개사의 비판과 관련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일부 임대인들의 꼼수를 근절하고 임차인의 알권리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다면 정부 등과 협력해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택임대차계약서 등 관리비 과다 청구 등을 막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관련 내용을 현직 공인중개사 가운데 70%가량이 가입한 소통망을 통해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협회 관계자는 "새 주택임대차계약서의 경우 관련 내용을 모르는 공인중개사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네이버 부동산, 다방, 직방 등 부동산 플랫폼 등과 협조해 관련 내용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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