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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손흥민을 뒤돌아서게 했던 그 경기...우즈벡은 한번도 쉬운 적이 없었죠

입력 2023-10-04 17:30 수정 2023-10-0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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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기억하나요. 손흥민 선수가 골대를 안 보고 뒤돌아 서 있습니다. 두 손으로 얼굴도 가렸습니다. '나도 이건 못 보겠다'는 거죠.
손흥민이 차마 볼 수가 없었던 이 장면. 2018년 아시안게임 우즈베키스탄과 8강, 연장 후반 황희찬의 페널티킥 순간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손흥민이 차마 볼 수가 없었던 이 장면. 2018년 아시안게임 우즈베키스탄과 8강, 연장 후반 황희찬의 페널티킥 순간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손흥민이 차마 볼 수 없었던 '연장 페널티킥'

이때가 연장 후반 13분, 페널티킥 키커로 황희찬이 나섰습니다. 당시 스코어 3대3은 승부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였죠. 황희찬은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상의를 벗어 던졌습니다. 손흥민도 마음졸인 승부, 당시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었습니다. 2018년 아시안게임 8강전이었죠.
당시 손흥민은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을 얼싸안으며 감격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손흥민은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을 얼싸안으며 감격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충격패도 못잊죠

아시안게임 축구 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도 꺼내 볼까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입니다. 당시 아시안게임은 연령 제한 없이 축구 대표팀이 온전히 나설 수 있었죠. (1998년 아시안게임까지는 축구 출전 선수의 23세 이하 연령제한이 없었습니다) 사실상 아시안컵이나 다름없었죠.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하석주 고정운 등 멤버 역시 쟁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8강에서 미우라가 이끄는 일본을 넘어섰죠. 이대로만 가면 금메달은 쉽게 따낼 줄 알았습니다. 4강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었습니다. 하석주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경기는 우리가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후반 20분 압두라이모프의 중거리 슛이 골키퍼 옆구리 사이로 빠지며…. 결국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우즈베키스탄이었습니다.
1994년 히로시마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충격패를 경험했던 황선홍, 지금은 감독으로 아시안게임에 나섰습니다. (사진=연합뉴스)

1994년 히로시마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충격패를 경험했던 황선홍, 지금은 감독으로 아시안게임에 나섰습니다. (사진=연합뉴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그 때도 끈끈했습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쉽지 않았습니다. 8강전에서 또다시 우즈베키스탄을 만났죠.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고 박주영이 최전방에 나선 우리나라는 연장까지 가는 승부를 펼쳐야 했습니다. 연장전에 박주영과 김보경이 골이 터지며 승리했지만 상대는 끈적끈적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대1로 꺾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사진=신화통신)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대1로 꺾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사진=신화통신)

가장 마음 편한 아시안게임 축구, 그러나...

다시 2023년 아시안게임입니다. 어떤 국제대회에서도 우리 축구는 늘 위기와 마주하곤 했는데 이번 대회만큼 순한 바람에 올라타고 가뿐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8강까지 힘든 경기가 없었습니다. 마음 편하게 축구를 본 것도 참 오랜만이었죠. 5경기를 치르며 23골을 넣고 1골을 내줬으니까요. 주도권을 잡고 장악하는 축구, 90분 내내 압도하는 축구가 뭔지 보여줬습니다.
우리나라는 8강전에서 중국을 2대0으로 제쳤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8강전에서 중국을 2대0으로 제쳤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최고의 적은 우리 안에 있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

그리고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맞섭니다. 8강에선 사우디아라비아를 2대1로 잠재운 팀입니다. 이 연령대의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황선홍 감독은 긴장을 불어넣었습니다. “상당히 직선적이고 파워풀하다”며 경계했습니다. 이어 “최고의 적은 우리 안에 있다”는 말로 자신감을 갖되 방심하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잠깐 1994년 히로시마의 악몽이 떠올랐을지 모릅니다.
한국과 중국 선수들의 희비가 교차하죠. 까다로울 줄 알았던 중국전은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중국 선수들의 희비가 교차하죠. 까다로울 줄 알았던 중국전은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강팀에 위축되지 않고, 약팀을 얕보지 않는 축구"

언젠가 이영표는 정신력에 대한 정의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정신력이란 말을 즐겨 쓰지만 그 말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강한 상대에 주눅 들지 않고 약한 상대를 얕보지 않는 것”이 '정신력'이라고 했습니다. 만나면 애가 탔던 우즈베키스탄전, 과거가 그저 한자락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우리에겐 그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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