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이장면]김민재는 10.81km를 달린다...수비수가 왜 그토록 뛰나?

입력 2023-09-22 13:29 수정 2023-09-22 14:3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10.81km.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90분간 뛴 거리입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1차전이 끝나고 내놓은 공식 기록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선수 시절 경기당 12km 정도를 뛴다고 했는데 김민재도 참 많이 달립니다. 중앙수비수인데 말이죠.

키가 큰 김민재의 공중볼 장악 능력은 맨유전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키가 큰 김민재의 공중볼 장악 능력은 맨유전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중앙수비수가 11km 가까이 뛴다?

골키퍼 앞에 서서 공이 오기를, 상대 선수가 공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수비수는 아니라는 거죠. 미드필더처럼 부지런히, 열심히, 또 분주히 이곳저곳을 오갔다고 봐야 할까요. 이 날 바이에른 뮌헨 선수 중에선 미드필더 키미히(12.6km), 왼쪽 풀백 데이비스(11km) 다음으로 많이 뛰었습니다.

김민재는 수비만 하지 않고 경기의 주체로 나섰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김민재는 수비만 하지 않고 경기의 주체로 나섰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앙 수비수가 11km 가까이 뛴다는 게 놀랍습니다. 지난 시즌 나폴리 시절에도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90분당 10km 초반대 거리를 뛰곤 했습니다. 중앙 수비수의 활동량이 그만큼 많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김민재의 맨유전 기록. (사진=UEFA 캡처)

김민재의 맨유전 기록. (사진=UEFA 캡처)

뒤로 물러서는 '피동'의 축구가 아냐

뒤로 물러서는 수세적인 움직임이 많았다면 이런 뛴 거리는 나올 수가 없겠죠. 적극성을 드러내는 지표로 읽힙니다. 공격을 당하는 피동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는 증거이자, 또 공만 기다리는 수동적인 수비수로만 역할이 제한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그가 그라운드에 발을 찍은 곳을 모아놓은 '히트맵'은 김민재가 많이 뛰면서 얼마나 많은 곳을 누볐는지를 헤아리게 합니다.
김민재의 맨유전 히트맵. (사진=sofascore 캡처)

김민재의 맨유전 히트맵. (사진=sofascore 캡처)

수비수의 패스 100개 성공...챔피언스리그 전체 2위

김민재의 패스도 한번 볼까요. 챔피언스리그 본선 32강에 오른 모든 팀, 모든 선수를 통틀어 한 경기에서 패스를 100개 이상 성공한 선수는 둘 뿐입니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귄도안이 103개(111개 시도)를, 김민재가 100개(107개 시도)를 성공했습니다. 성공률은 93%입니다. 미드필더도 아니고 중앙수비수가 이렇게 패스를 많이 시도해서 성공한다는 게 신기하죠.
맨유 페르난데스의 크로스를 머리로 막아내는 이 장면도 기억에 남죠. 수비는 뚫리지 않았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맨유 페르난데스의 크로스를 머리로 막아내는 이 장면도 기억에 남죠. 수비는 뚫리지 않았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패스의 양만 많을까? 백패스는 8개뿐

그렇다고 쉬운 패스만 많이 했을까요. 뒤로 돌린 백패스는 8개뿐입니다. 패스도 다양합니다. 긴 패스뿐 아니라 짧은 패스까지 고르게 섞었습니다. 패스의 질도 나쁘지 않습니다. 상대 진영에 6개의 긴요한 패스를 뿌렸습니다. 후반 33분 왼쪽 공간으로 공을 보내 케인의 공격 길을 열어준 장면이 떠오릅니다.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1차전이 끝난 후 패스 성공 횟수 전체 2위를 했습니다. (사진=UEFA 캡처)

김민재는 챔피언스리그 1차전이 끝난 후 패스 성공 횟수 전체 2위를 했습니다. (사진=UEFA 캡처)

김민재의 '0의 축구'는 위험을 없앤 수비 상징

김민재의 공격적인 수비는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맨유전에서 드러났듯 수비에선 몇몇 부분에서 '0의 축구'를 보여줬죠. 상대의 드리블 돌파는 제로였고, 공을 뺏긴 상황도 제로였습니다. 90분간 경기를 뛰면서 파울을 한 것도 없었습니다.

수비수인데도 거침없이 돌파를 합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수비수인데도 거침없이 돌파를 합니다. (사진=AFP연합뉴스)

행위의 주체로 나서라...김민재의 성공 이유

김민재의 수비수가 행위의 객체가 아닌 경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때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드리블 돌파, 공을 소유한 채로 당겨야 할 때와 놓아야 할 때를 선택하는 조율, 그리고 공격의 시작점을 찍어주는 패스로 나타나죠. 기록도 그런 부분을 담고 있습니다.
김민재의 패스 능력은 기록으로도 드러납니다. (사진=UEFA 캡처)

김민재의 패스 능력은 기록으로도 드러납니다. (사진=UEFA 캡처)


누군가 김민재는 그냥 '좋은 수비수'가 아니라 '좋은 축구선수'라는 평가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곱씹게 됩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