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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해야"…국회 논의 다시 속도

입력 2023-09-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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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의 휴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의 휴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매달 2, 4번째 일요일 휴무'.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은 현행법에 따라 한 달에 이틀을 휴업해야 합니다. 주로 2, 4번째 일요일을 휴업일로 정하고 있죠.

또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된 법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와 서울시의회 등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전통시장 활성화에 효과 없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연구원은 최근 국내 대형 카드사에 공동 의뢰해 서울시민의 소비행태를 분석했습니다.

카드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카드 소지자들의 지난 5년간(2019년 7월~2023년 6월)의 카드지출 빅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 4번째 일요일에는 대형마트와 SSM에서의 소비지출이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소비가 늘어난 곳은 전통시장이나 슈퍼마켓이 아닌 백화점과 쇼핑몰 등이었습니다.
서울 거주 카드 소지자의 카드 지출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 등의 소비지출은 줄었지만, 전통시장의 매출은 늘지 않았다. 〈사진=서울연구원〉

서울 거주 카드 소지자의 카드 지출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 등의 소비지출은 줄었지만, 전통시장의 매출은 늘지 않았다. 〈사진=서울연구원〉


서울연구원은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여가 위주의 소비처는 주말에 (소비지출이) 상승했다가 평일에는 하락하는 패턴을 보인다"면서 "편의점이나 할인점, 슈퍼마켓 등 소상공인의 주요 구성 업종은 목·금요일 지출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지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소속)은 연구 결과에 대해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와 SSM의 소비지출은 줄었지만,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등의 소비지출은 늘지 않았다"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한 전통시장 상권 활성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확 커진 온라인 마트…"전통시장 지원책 변화 필요"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앞둔 12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온라인에서의 소비 지출이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온라인 소비지출이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서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기(2020~2022년) 때 평균 온라인 지출 규모는 코로나19 이전(2019년 7월~2019년 12월)과 비교해 37.1% 증가했습니다. 올해 1~6월에는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63.7% 급증했죠.

반면 오프라인 지출 규모는 같은 기간 각각 11.3%, 21.0%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마켓컬리나 쿠팡처럼 점포가 없는 온라인마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코로나 유행 기간 무점포 온라인마트에서의 지출은 2.3배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3.4배 늘었습니다.

카드사들이 카드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식품 구매 시 찾는 점포 유형으로는 '무점포 온라인 마트(31.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오프라인 대형마트(24.3%), 네이버·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19.6%) 순서였습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매점포의 점포 이용 비중은 각각 3.3%, 2.2%에 그쳤습니다.

김지향 시의원은 "대형마트 규제의 가장 큰 목표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활성화였지만 현실은 소비패턴 변화로 온라인을 주축으로 하는 무점포 온라인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의 이커머스 시장 확장으로 연결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패턴 변화로 달라진 현실에 맞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는 물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에 대한 지원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영업 허용' 법안, 국회서 논의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가 정기휴무로 닫혀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가 정기휴무로 닫혀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2021년 각각 '유통산업발전법일부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나 새벽 시간에 온라인 영업 제한을 풀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마트는 문을 닫더라도 온라인에서는 배송이 가능하도록 허용하자는 겁니다.

온라인쇼핑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을 규제해도 그 반사이익이 중소유통에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 쿠팡이나 마켓컬리처럼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온라인 마트들은 휴업일 없이 영업하고 있어 대형마트가 역차별을 당한다는 점 등이 법안 발의 이유였습니다.

발의 후 2년 동안 논의가 멈췄던 법안들은 지난달 21일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위에서 논의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회의에서는 골목상권과 영세 상인들이 보게 될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이에 대해 "시장상인연합회와 수퍼연합회가 합의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면서 "온라인 영업을 허용하면 대기업 대형마트 3사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데, 그중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장 차관은 "또 공동 마케팅, 온라인 플랫폼 내 전통시장 입점 지원, 컨설팅 지원, 통합물류시스템 관련 지원단 구성 등 상인 단체들이 가장 원하고 취약한 부분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도권은 이미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을 통해 혜택을 보고 있지만 비수도권은 (새벽배송 등에서) 제외된다"며 "비수도권에 있는 소비자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온라인 유통의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위는 다음 회의에서 안건을 의결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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