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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악역 도전' 강기영 작정하고 벗은 '경소문2'

입력 2023-09-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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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

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강기영(39)이 작정하고 빌런이 됐다. 데뷔 첫 악역 도전은 강기영 스스로에게, 시청자들에게 낯설지만 좋은 자극이 됐다.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일단 해봤다는 성취감이 있다. 근데 어떤 연기를 해도 스스로 만족한 적은 없었다. 필광을 처음 할 때 너무 막연했는데 그럼에도 빌런이란 데이터가 좀 많이 적립된 것 같아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9년 데뷔한 강기영은 데뷔 13년 만에 광고계를 넘어 광고계까지 접수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이었다. 박은빈(우영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직속 선배이자 인생 선배 정명석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냈다. 뒤이어 그가 택한 드라마 차기작이 바로 tvN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이하 '경소문2')였다.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으로 두렵고 고통스러웠지만 이 도전은 배우의 삶에서 또 하나의 동력이 됐다. 다양성을 겸비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강기영은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종영 소감은.

"12부작은 체감상 정말 짧은 느낌이다. '경소문2' 자체에 고생한 만큼 애정이 남다르긴 하다. 다 끝났다는 후련함도 있고 서운함도 있다. 시원섭섭하다. 변화할 수 있는 기회 때문에 더 끌렸던 작품이었다. 잔인한 장면이 많았을 수는 있지만 유쾌하고 건강한 액션 판타지이지 않았나.(웃음)"

-시즌2에 새롭게 합류했다.

"시즌1 빌런들이 너무 잘해서 부담이 너무 많이 됐다. 그리고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이지 않았나. 그리고 악귀즈로 구성된 김히어라 씨, 김현욱 씨 비주얼이 너무 세더라. 시즌1도 시즌1인데 이 비주얼들 사이에서 절대악을 어떻게 연기하지 싶었다."

-첫 악역 도전 소감은.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들을 접하기 쉽지 않았다. 근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잘 되면서 포문을 열어준 것 같다. 부담스러웠지만 설렘이 더 컸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란 드라마 때 에피소드 빌런을 했었다. 그때 악역 연기가 재밌다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감초 역할을 많이 하던 시즌이라 웃기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감을 덜 수도 있었고 다른 표현에 대한 호기심도 많이 생겼는데 이번에 도전할 수 있어 좋았다."

-필광을 준비하며 참고한 연기가 있다면.

"외형적인 레퍼런스보다는 늘 흉내 내고 싶은 배우 중 하나가 조우진 형님이다. 악역을 할 때 낮은 목소리 톤에서 오는 비릿함이 있다. '우영우'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기본기에 꽂혀 있다. 소리, 딕션, 발성 그런 거에 좀 더 염두를 두고 했던 것 같다. 형님은 코에 걸린 저음이라 전달력이 너무 좋다. 흉내를 내보고 싶은데 잘 안 되더라."
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

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


-악역을 연기하며 아쉬웠던 점은.

"스스로 좀 유니크하게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내가 한 걸 모니터 해보니 좀 뻔한 표현 같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있다. 이왕 노출신 있는 거 몸 좀 멋있게 만들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처음에는 외형적으로 많이 꾸미다 보니 연기적으로는 많이 꾸미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야 냉소적인 느낌이 들 것 같더라. 초반에 그렇게 연기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장르물이다 보니 편하게 하면 그 느낌이 잘 안 들었다. 변형을 준 게 훨씬 더 느낌이 컸고 그러데이션처럼 스스로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적응하면서 조금 더 목소리 톤을 낮추려고 애썼던 것 같다."

-액션이 많았다.

"염력으로 싸울 땐 편했는데 육탄전으로 돌입하면서부터는 점점 악이 세지는 걸 표현해야 하니 힘들었다. 직접적인 터치는 안 하지만 목조르기가 많아 혼자 숨을 참고 조이는 연기를 하다 과호흡 같은 증상이 오기도 했다. 극 중에선 마주석 같은 역할과 대적하고 경쟁해야 하는 역할인데 실제로는 '나 기절할 것 같으니까 (진) 선규 형이 잡아주세요' 이런 식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웃음)"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나.

"극에서 호텔 복도 신이 다뤄진 건 15분, 20분 정도의 장면일 수 있는데 3일 정도 촬영했다. 체력적으로 지치더라. 그럼에도 '경소문2' 팀이 너무 예쁘고 고마운 게 정말 누구 하나 힘든 내색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계속 신 밖에서 장난치고 그랬다. 그런 것 때문에 육체적으로 피로했지만 정신적으로는 피로하지 않았다."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시즌1의 케미스트리가 있으니까 카운터즈가 있을 때 그들이 안 껴준 적은 없는데 막상 내가 끼기 부끄러웠다. 근데 워낙 유준상 선배님도 그렇고 염혜란 선배님도 그렇고 너무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다. 잘 챙겨줬다."

-노출신을 위해 노력한 점이 있다면.

"제대로 작정하고 벗어야 하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끄럽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는데 내가 생각한 것만큼 몸이 빨리 좋아지지 않더라. 4개월 정도 준비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이건 구력이더라. 여러 해를 거듭해서 만들어야 체지방을 뺐을 때 잘 나오는 거였다. 이번엔 급하게 하느라 좀 말라 보였던 것 같은데 그게 캐릭터랑은 잘 맞은 것 같다. PT를 받았다. 체중이 거의 10kg 정도 차이가 났던 것 같다."

-주변에서 느끼는 변화가 있나.

"이 작품을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이 봤더라. 아이들이 많이 알아봐서 동네에 가면 마스크를 썼는데도 '황필광이다!' 바로 알아본다. 지인들이 '경소문2' 보면서 무섭다고 했었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아내의 반응은.

"촬영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아내가) 더 고생했던 것 같다. 맛있는 것도 눈치를 보며 먹어야 했다. 식단을 해야 하니 스태프들과도 밥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더라. 주변 사람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시청자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좋은 댓글이 주는 파워가 10이라면 나쁜 댓글은 100, 200으로 다가오니 평소 댓글 반응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근데 이번에 '너무 느끼하다'란 표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담백하게 하고 싶었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밖에 안 됐나 보다."

-'우영우' 이후 복귀 드라마가 '경소문2'였다.

"압박을 느끼려고 택한 캐릭터니까 선택한 이상 후회는 없었던 것 같다. 잘해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진선규 형과 대사를 주고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 보면서 많이 배웠다. 굉장히 성과가 있던 배우로서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

강기영, 나무엑터스 제공

-평소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

"배우 활동을 15년 정도 한 것 같은데 그간 다양한 모습을 위해 정말 갈구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경소문2'가 들어왔을 때 덥석 잡았던 것이다. 비슷한 캐릭터를 소화하다 보니 강기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갈되는 느낌이 들었다. 변화를 적재적소 주고 싶었는데 그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성격도 너무 다르고 외형도, 하는 행동도 달라서 적어도 '경소문2'에 강기영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대중은 강기영으로 봤을 수 있겠지만 강기영이 강기영을 봤을 때 변화하기 위해 많이 노력한 것 같다."

-극 중 김히어라와의 로맨스 호흡은 어땠나.

"전작인 '우영우'에서 김히어라 씨가 탈북민으로 나왔었는데 그때도 연기를 워낙 잘했었다. '경소문2'에선 진짜 독특한 악역을 선보인 것 같아 그저 신기했다. 그 친구도 뮤지컬이나 공연 쪽 경력이 많은 친구라 확실히 티키타카가 잘 됐던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나. 묻어갈 수 있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서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작품을 해보지 않았나. 다시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쾌감을 느끼고 싶어 열심히 하고자 했다. 공감대가 상당히 잘 맞았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작품이 좋으면 가리지 않고 다 하고 싶다. 데이터가 좀 쌓이기도 했고 요즘 디즈니+ '카지노'를 봤는데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더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 같은 누아르 액션 장르도 좋다. 내가 안 해본 모든 역할을 해보고 싶다. 빌런만큼 걱정이 많이 되는 게 멜로인 것 같다. 사람들이 내게 설렘을 느끼지 않을까 봐 두렵긴 하지만 역할로 불려졌으면 좋겠고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배우였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채찍질 많이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연기할 때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평소엔 어떻게 보면 게으르기도 하고 그런데 연기는 평가를 피할 수 없지 않나. 창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작품 선택할 때 기준은.

"아직까지는 변화를 크게 주면 줄수록 만족감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만약 느낌 자체가 비슷하더라도 나로서는 5~10%라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할 것이니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언제든 할 것이다."

-요즘 관심사는.

"'경소문2' 끝나기 전에 차기작에 급히 들어가게 됐다. 살을 찌우는 정도는 아니지만 피골이 상접한 얼굴을 채워야 했다. 금방 찔 줄 알았는데 잘 안 찌더라. 지금 촬영 외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건 휴식이다."

-지치지 않는 원동력은.

"직업 자체가 재밌다. 두렵고 불안해서 더 재밌는 것도 있는 것 같다. 평가가 무섭지만 안 해볼 수는 없다. 그리고 가장이니까 이게 무한동력이다. 장모님이 마음속으로 늘 응원하고 있다."

-'우영우' 팀은 아직도 친밀한가.

"다들 친밀한데 바빠서 가끔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는 정도 연락을 하고 있다. 시즌2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기대하면 실망할 것 같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올해 데뷔 15년 차가 됐다. 목표하거나 바라는 부분이 있나.

"그냥 좋은 배우들과 좋은 작품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편하게 녹아들어 표현하는 게 케미스트리이지 않나. 그 안에 미세하고 오묘한 기분들이 즐겁고 좋다. 그런 걸 느낄 수 있는 현장이 내 인생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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