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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현정 "더 늙기 전에 더 많이 연기하고 싶다"

입력 2023-09-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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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배우 고현정이 마스크를 쓰며 '고현정'이란 마스크를 벗어 던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중년의 김모미를 연기하며 새로운 고현정의 모습을 선보이는 데에 성공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다.

고현정은 성형 전 김모미 역할의 이한별, 성형 후 김모미를 연기한 나나와 함께 3인 1역의 한 축을 담당했다.

짧게 자른 머리, 푸석한 피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 거친 액션 등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배우 고현정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냈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김용훈 감독이 '출연해줄 줄 몰랐다'고 하더라.
"처음에 대본 보고 '아,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간 들어오는 역할이 비슷비슷했다. SNS나 예능프로그램에 나간다든가 개인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편이다. 제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개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그런 제 탓도 있지만, 항상 비슷한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이런 장르물이 저에게 들어오니까, 이건 너무 공정, 공평하다고 생각했다.(웃음) '로비를 한 것도 아닌데, 이런 작품이 들어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역할을 세 사람이 한다는 것도 좋았다. 저는 항상 제가 혼자서 이고 지고 가면서, 아무 도움 없이 저 혼자 해야 하는 역할들이 많았다. 이렇게 여러 배우와 같이 협력하고, 감독님의 디렉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심지어는 한 사람의 역을 세 사람이 한다는 것이 좋았다. 같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고, 이게 제가 진짜 원하는 것이었다. '이건 꼭 하고 가야겠다.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 모성 연기에 도전했다.
"연기를 하면서는모미만 생각했다. 그런 걸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교도소에 들어와서 10년이 지난 사람, 그것만 생각했다. 모미라면 어떤 상태일까에 집중했었다. 많은 배우도 당연히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내일을 모르려고 했다. 순서대로 찍어주신 덕도 있지만, 오늘은 알지만 내일 일은 모르지 않나. 그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모성은 나중이다. 그때 잠깐이다. 모미가 미모를 처음 보는 게 창고다. 짧게 마주 보는데, 서로 조금 더 길게 바라보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감독님과 저는 될 수 있으면 불필요한 건 없애려고 했다. 위급한 상황이니까 그걸 더 우선으로 두자고 했다. 모성을 그렇게 해서 표현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모성보다는 부성 쪽에 가까웠다. 부성, 지키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한 것 같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모성애를 크게 느끼지 않는 모미가 딸이 위협당하자 탈옥을 감행하는 흐름이 부자연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모미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힐링하는 마음이었을 거다. 그런 모미가 왜 움직일까. 그게 모성 때문일 거라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김경자가 저와 싸우고 싶다는 식의 편지를 보냈다면 움직이지 않았을 것 같다. '너도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 그 문구가 모미를 건드렸을 것 같다. 모성 때문에 움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모성애가 드러나는 결말인데, 생략된 내용이 있는 것인가.
"원 시나리오에서는 대사들이 좀 더 있었다. 그리고 창고에서 마주쳤을 때, 그때 제 대사가 좀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못할 것 같고 안 나올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모성을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표현하려고 하면, 그냥 봤던 게 될 것 같았다. 모성이란 게 각각 들여다보면 다 다른 모양인데, 매체를 통해서 표현되는 모성을 보면 다 비슷하다. 모미를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표현하는 것에 급하지 않을 것 같았다. 모성을 자꾸 표현하려고 하면 클리셰가 될 것 같고, 지루하고 구차해질 것 같았다. 표현하지 않고 행동으로만 하려고 했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모미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모미는 살짝 또X이다. 많은 분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모성, 상식에 기반을 둔 가족 관계, 혈연 관계가 '빌드업'이 돼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실험적이긴 했지만,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 최대한 (모성을 강조하는 장면을) 더 생략하려고 했다."

-모미는 또X이라 표현하기 힘들었겠다.
"저는 모미를또X이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저와 비교했을 때 모미가 그렇게 또X인지 잘 모르겠다.(웃음) 또X이적인모미를 연기하기 위해 내가 장착하고 있어야할 것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평생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았는데, 못생겼던 모미를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확하게 수정하고 싶다. 저는 항상 2등이었다.(웃음) 제가 1등을 해본 적은 없다. 미스코리아 때부터 여러분이 잘 아시는 작품에서도 저는 항상 2등이었다. '모래시계'도 태수와 검사들의 이야기에 곁다리로 꼈다. 제가 완전 주연인 드라마를 해본 적이 없다. '선덕여왕' 미실 때도 25회만 출연하는 것이었는데, 계속 늘어났다. 저는 죽여달라고 했다. '대물'도 권상우가 주인공이다. 결과에서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모미 역을 맡았을 때 외모지상주의를 많이 느꼈다. 사회 곳곳에 이런 현상이 많다는 실감을 한다. 그걸 다 느끼고 있었다."

-연예인은 외모로 평가받는 직업이니까.
"배우로서는 반성을 많이 한다. 저는 항상 작품으로 화제가 되고, 칭찬도 받고 싶고 인기도 얻고 싶다. 근데 항상 개인사가 이걸 뛰어넘지 못하니까. '나는 뭐지?' 이런 생각을 자주 할 때가 있다. 요즘 많이 예뻐졌다는 칭찬을 듣는다. 개인으로서는 반성도 하지만, 감사하기도 하다. 관심을 계속 주시는 것이니까. 그거를 누를 만한, 배우로서의 활동이 없었다고 생각하니까, 그 활동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장르물에 관심이 있고, 밝은 작품도 하고 싶다. 그걸 어디서 밝힐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는 연기로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활약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근데 세 명의 모미에 잘 녹아드는 게 목표여서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제작사든 감독님이든, 더 늙기 전에 많이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역대 최고로 생기 없는 고현정의 모습을 담았다.
"분장은 더 초췌하고 어둡게 했다. 기미를 더 만들었다. 더 안 좋게, 건조하게 했다. 처음엔 겁이 나서 머리를 조금 길게 잘랐다. 감독님이 곤란해서,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짧게 잘랐다. 감독님이 아주 만족하더라."

-고현정을 향한 '세다'는 편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이미지를 만든 공범임을 인정한다.(웃음) 전혀 아닌데, 왜곡된 건 아니다. 미실 역할을 할 때 약속대로 저를 25회에서 죽여줬으면, 확 그렇지(센 이미지가 남지) 않았을 거 같은데. 저를 50회까지 끌고 가니까,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하하하."

-연예인은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라는 10년 전 발언이 최근 다시 화제가 됐다.
"지금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것 같다. 그래서 병이라는 것도 많이 걸리고, 아파도 하고, 후회도 하고 그런 거 아닐까. 벗어나고 싶어 하고. 안 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도 하고. 처음에는 올라오고 싶어서 다 난리가 나지 않나. 처음엔 얼마나 아플지 모른다. 은유적 표현이긴 한데, 올라간 사람은 안다. 그 경험을 아무리 솔직하게 가족에게 말을 해줘도 모른다. 올라간 사람만 안다. 요즘은 그 도마가 많이 커지고 넓어졌다. 그래서 좀 걱정이 된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배우 고현정. 사진=넷플릭스


-'마스크걸'은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까.
"어떤 역할이든 많이 쓰여지고 싶다. '마스크걸'은 마지막 결말 부분이 해방 같다. 촬영장에서도 해방을 느낄 정도로 감독님이 디렉팅을 줬다. 여성, 모성 이런 게 아니라, 인간 개인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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