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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함께 해 행복했어'...서현역 참사피해 김혜빈 씨 추모현장 가보니

입력 2023-08-31 14:05 수정 2023-08-3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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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글. 〈사진=이지현 기자〉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글. 〈사진=이지현 기자〉



“사랑해 혜빈아. 너랑 동기로 지낼 수 있어서 행복했어.”(고 김혜빈 양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글)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고 김혜빈 씨 추모 공간이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에 마련됐습니다.

김 씨는 지난 3일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지난 28일 숨을 거뒀습니다. 김 씨는 사고 당시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습니다.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글. 〈사진=이지현 기자〉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글. 〈사진=이지현 기자〉

30일부터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김 씨를 추모하는 메모가 여러 장 붙었습니다.

이제 막 개강을 한 건국대학교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오가며 김 씨를 추모하는 마음을 글에 담았습니다.

김 씨와 같은 예술디자인대학교에 재학 중인 20살 A 씨는 “저도 미술을 하고 있고, 주변에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고인과 일면식은 없지만 남 일 같지 않고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건국대학교 재학생 B 씨도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크고 화도 난다”며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데, 가해자들과 예비 범죄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추모 글을 남기는 학생들. 〈사진=이지현 기자〉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추모 글을 남기는 학생들. 〈사진=이지현 기자〉

김 씨를 기억하는 친구들도 추모공간을 찾았습니다.

과 동기였다는 21살 장 모 씨는 “혜빈이는 먼저 친구들에게 말도 걸어주고 늘 친절한 친구였다”면서 “뭐든 다 열심히 하는 친구여서 항상 눈에 띄었다”고 고인을 기억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었던 일인데 안타까운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김 씨와 같은 미술학원에 다녔었다는 19살 권 모 씨는 “혜빈이는 요즘 친구들 같지 않게 순수하고 맑은 친구였다”면서 “저희 둘 다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암울해 하는 제게 혜빈이는 '괜찮아, 이런 일도 있는 거지' 하면서 웃었다. 저한테 좋은 영향을 많이 줬던 친구”라고 말했습니다.

권 씨는 “아직도 혜빈이가 떠난 게 믿기지 않는다. 이제 개강했는데 혜빈이는 떠나고 저만 계속 다니려니까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했습니다. 권 씨는 “혜빈아, 다시 만나도 꼭 내 친구 다시 해 달라”고 마지막 말을 전했습니다.

추모 공간은 9월 11일까지 유지됩니다. 추모공간을 만든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는 “부착된 포스트잇과 물품들은 유가족분께 전달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글. 〈사진=이지현 기자〉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글. 〈사진=이지현 기자〉

“가석방 없는 종신형·범죄 피해자 지원 강화”…서명운동 나서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고 김혜빈 씨. 〈사진=연합뉴스〉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고 김혜빈 씨. 〈사진=연합뉴스〉

서현역 사건 피해자와 유사 범죄 피해자를 위한 서명운동도 시작됐습니다.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와 서현동 주민들이 나선 겁니다.

학생회는 “뇌사 상태이기 때문에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사의 소견과, 천문학적인 병원비에도 불구하고 김혜빈 학우의 부모님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도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천문학적으로 쌓인 병원비를 해결하기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우리는 더욱 본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당하고 싶지 않은 범죄'임에도 가족들이 스스로 병원비와 같은 지원책을 찾아다녀야 하는 점, 가해자와의 까마득한 피해 배상 소송에 있어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점 등에 깊은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욱 무겁게 다뤄지는 현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묻지마 가해자의 부당한 감형, 거의 없다시피 한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은 어쩌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이자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학생회 측은 서명운동을 통해 ▲흉악범에 대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적용할 것 ▲이번 사건에 대해 성남시와 경기도 지자체 차원에서 조속히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 ▲범죄피해자 보호법에서 규정한 '중복 지급 금지 원칙'을 개정해 중복 지급을 가능하게 해줄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학생회는 “김혜빈 학우와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하여 이후 유사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마음 놓고 '의지할 곳'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에서 서명운동을 하고자 한다”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길이기에 학우분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서명은 성남시와 경기도, 검찰과 정부 측에 전달한다는 계획입니다.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글. 〈사진=이지현 기자〉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김혜빈 씨의 추모공간에 붙은 추모글. 〈사진=이지현 기자〉

이날 추모 공간을 찾은 건국대학교 학생 23살 이지영 씨는 “일면식 없는 학우 분이긴 하지만 안타깝게 희생당한 게 마음 아파 찾아왔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는 “학우 분의 명복을 빌고, 많은 분들이 서명 운동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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