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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속 독립운동가, 하루아침에 '색깔 논쟁' 중심에…왜?

입력 2023-08-29 10:17 수정 2023-08-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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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독립군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요즘 논란입니다.

지난 2018년 육군사관학교에 흉상 5점이 세워졌습니다.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이회영 선생의 흉상과 함께 세워졌는데, 군 장병이 사용한 탄피 300kg을 녹여서 제작했습니다.

[앵커]

이 중에서 유독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이전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홍범도 장군 하면 '백두산 호랑이'라고 불리는 독립 영웅 아닙니까?

[기자]

네, 홍범도 장군은 1920년 일본군 150여 명을 사살한 봉오동 전투로 널리 알려진 독립전쟁의 영웅입니다. 그런데 논란이 된 건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입니다.

하지만 당시 만주나 연해주에서 활동한 애국지사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이나 소련 공산당에 입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홍범도 장군이 1922년 소련에 입국할 때 작성한 서류입니다.

직업란에는 의병. 방문 목적에는 독립이라고 한글로 적었습니다.

독립을 위해 소련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는 걸 알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게다가 홍 장군은 진보와 보수할 것 없이 역대 정권에서 모두 칭송받은 인물이잖아요?

[기자]

홍범도 장군은 이례적으로 건국훈장을 두 차례 받았습니다.

첫 번째 대통령장은 1962년, 박정희 대통령 때, 두 번째 대한민국장은 문재인 대통령 때였습니다.

또 1800톤급 잠수함에 '홍범도함'이라고 이름 붙인 건, 박근혜 정부 때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국내에 호적이 없다면서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기자]

그런데 지금 또 홍 장군 지우기 논란이 벌어졌잖아요.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있는 홍 장군 흉상뿐 아니라 국방부 앞의 흉상 이전도 검토한다고 하는 데, 국방부의 입장은 뭡니까?

[기자]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역사적 공적을 폄훼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군에서 기리기엔 부적합하다는 입장입니다. 국방부는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명칭도 필요하면 바꿀 수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남로당 활동을 하다 투옥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도 나왔는데, 국방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 : 지금 언급하신 분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국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오신 분이고요. (홍범도 장군과) 역사적인 가치는 또 다른 차원이라서 바로 비교하거나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홍범도 지우기나 폄훼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재배치하자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또 조금 전 전해진 소식인데 윤석열 대통령도 홍범도 장군의 항일공로는 인정한다면서 육사보다는 독립기념관서 기리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앵커]

역대 어느 정권도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을 문제 삼지 않았고, 훈장을 추서하고 유해 봉환을 위해 애써왔습니다. 학생들도 무장항일투쟁의 영웅으로 배우고 있고요. 왜 지금 이 시점에 육사와 국방부가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인지 배경이 궁금해집니다. 소모적인 논쟁 그만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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