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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도 설탕도 수출 금지…인도의 흉작이 우리 밥상에 영향

입력 2023-08-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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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불어닥친 이상 기후 현상이 우리 밥상 물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곡물 수출 강대국인 인도 상황이 심각합니다.

인도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0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이 기승입니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문제지만 농작물 재배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쌀, 밀, 토마토, 양파 설탕 등 기초 농산물의 작황이 문제가 됐습니다.

결국 인도 정부는 일부 농산물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국내 유통이 먼저 챙기겠다는 건데, 그러자 국제 곡물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한 겁니다.

인도 정부는 지난부터 백미를 제외한 쌀 수출을 금지해 이어가는 중이다. 〈자료=JTBC 뉴스룸〉

인도 정부는 지난부터 백미를 제외한 쌀 수출을 금지해 이어가는 중이다. 〈자료=JTBC 뉴스룸〉

설탕값 인상 소비자물가까지 올려


로이터는 인도 내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라고 23일(현지 시각) 보도했습니다.

올해 인도의 사탕수수 산지가 극심한 가뭄 피해를 보면서 작황이 부진한 영향입니다.

인도 국내 설탕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다른 식료품 가격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인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7.44% 올라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인도는 총선이 내년입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입장에선 물가를 잡아 민심을 달래야 합니다.

결국 수출용 설탕을 내수로 돌리는 정책을 펼치게 된 겁니다.

쌀·양파·밀도 비슷, 수확량 부족→수출 금지


인도 정부의 이런 대책은 설탕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에는 백미를 제외한 쌀 수출을 금지해 이어가는 중입니다.

쌀 재배지에 내린 몬순 폭우가 피해를 키웠고 국내 쌀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쌀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수출부터 막았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할 방침입니다. 〈자료=JTBC 뉴스룸〉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할 방침입니다. 〈자료=JTBC 뉴스룸〉

지난 19일에는 양파 수출에 40%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수출 금지는 아니지만 이 정도 관세면 사실상 수출 금지나 다름없습니다.

양파도 홍수와 엘니뇨 현상으로 작황이 부진한 작물입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에는 밀 수출도 금지한 바 있습니다.

이상 기후가 수확량 부족을 초래했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전 수출을 막는 정책 패턴을 반복하는 겁니다.

농업 부국 수출 금지세계인 식량 위기


문제는 전 세계 농업 생산량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데 있습니다.

인도는 글로벌 쌀 무역량의 40%를 차지합니다.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쌀 수출국입니다.

140개 나라 사람들이 인도 쌀을 먹습니다.

이런 나라가 쌀 공급을 끊은 겁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쌀 가격지수를 살펴봤습니다.

지난달 지수는 전달 대비 2.8% 상승한 129.7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201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당장 글로벌 설탕 시장도 위기입니다.

인도는 브라질, 태국과 함께 역시 세계 3대 설탕 수출입니다.

연 1000만 톤에 달하던 인도의 설탕 수출량이 사라진 겁니다.

이미 지난 1월 세계 설탕 선물 가격은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설탕 선물 가격이 연초보다 또 20% 올랐습니다.

자연스레 세계 식품 인플레이션이 우려됩니다.

햄버거서 사라진 토마토, 수출은 자동 중단


인도에서 버거킹과 맥도날드 햄버거는 맛이 좀 다릅니다.

역시 이상 기후 영향입니다.

올해 몬순 폭우로 토마토 작황이 거의 바닥을 쳤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지난 18일 인도 소비자부에 따르면 최근 한 주 동안 판매된 토마토 1㎏ 가격은 수도 뉴델리 기준 107루피(약 1700원)였습니다.

지난 1월(27루피)의 5배로 오른 겁니다.

주식인 카레에도 토마토를 빼는 마당에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주저하지 않고 햄버거에서 토마토를 뺀 겁니다.

수출은 꿈도 못 꾸고 국내 필수 수요 감당도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한 인도 정부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쌀 수출 재개를 압박 중입니다.

그러나 인도 정부가 악화하는 민심과 국내 물가 인상을 감수하고 IMF의 말을 따를지는 미지수입니다.

연말 인도發 식료품값 인상 대비해야


우리 밥상 물가는 아직 본격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는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쯤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국내 중견 식품업체 관계자는 "이미 부자재 비용은 올랐고, 수입 원재료도 오르면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라면서 "시차를 두고 식료품 가격 전반의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가격을 못 올리도록 눈치를 주고 있지만 인상 압박을 참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는 겁니다.

식품 산업은 대부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입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올 2분기 영업이익 2358억 원(대한통운 제외)으로 전년 대비 40% 줄었습니다.

이상 기후로 인한 농산물 생산 감축은 이제 더는 새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정부 차원의 식량 안보를 위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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