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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 짧은 대신 저렴한 전기차가 대세?…박리다매 경쟁

입력 2023-08-1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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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전기차 판매 전략을 바꿨습니다. 값싸고 주행 가능 거리가 짧은 신차를 들고나왔습니다.

이른바 박리다매 전략인데 지금까지는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좀 더 비싸고 긴 거리를 가는 고성능 전기차를 내놓았던 것과 반대 방향입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위상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합니다.

3000만 원대 진입한 테슬라, 저가 전략 시동


테슬라는 이달 초부터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모델3 하이랜드' 시범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모델3 하이랜드'는 기존 '모델3' 전기차의 부분변경 모델입니다.

테슬라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저가 배터리를 탑재해 차량 가격을 내리고 있다. 〈자료=JTBC 뉴스룸〉

테슬라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저가 배터리를 탑재해 차량 가격을 내리고 있다. 〈자료=JTBC 뉴스룸〉


차 업계에서 보통 부분변경 모델은 상품성을 강화 제품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기존 모델의 디자인과 성능 업그레이드 상품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테슬라 모델3는 이런 공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테슬라는 기존 모델3에 달린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를 빼고 세계 최대 이차전지 기업 중국 CATL(닝더스다이)의 저렴한 배터리를 달았습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철을 빼고 마그네슘·아연·알루미늄 혼합물을 쓴 MP3 배터리입니다.

중요한 건 가격입니다. 중국 현지 예상 판매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580만 원가량 싼 20만 위안(약 3660만 원)입니다.

고가 전기차 이미지의 테슬라가 3000만 원대 중반 차를 내놓은 겁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저가 전기차 시장


테슬라는 이 전략을 우리나라에서 이미 펼치는 중입니다.

지난달 전기 SUV '모델Y' 신모델을 출시했습니다.

한국 LG 배터리 대신 중국 CATL 배터리를 넣은 차입니다.

511㎞였던 주행 가능 거리는 350㎞로 많이 짧아졌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싸졌습니다.

기존 7874만 원보다 2000만 원 이상 저렴한 5699만 원이 됐습니다.

미국 시장에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 중 가장 고가인 '모델S'와 '모델X'에 주행거리만 줄인 트림을 추가한 겁니다.

405마일까지 달리던 '모델S'는 320마일로, 348마일까지 가던 모델X는 269마일이 됐습니다. 주행거리가 79~85마일(약 127~137㎞) 줄은 대신 가격은 1만 달러(약 1340만원)씩 저렴합니다.

전 세계 전기차 업계 박리다매 전략으로 돌아서


테슬라의 이런 판매 전략 변화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흐름을 따른 겁니다.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한 전기차 업체가 있습니다.

베트남 최대 기업 빈(Vin)그룹의 자회사 '빈패스트'((VinFast))입니다.

빈패스트는 현재 'VF5 플러스' 'VF e34' 'VF8' 'VF9' 등 4종류를 판매 중인데 모두 중저가 전기차입니다.

베트남 전기차 업체 빈패스트는 최근 미국 나스닥에 우회 상장했다. 〈자료=JTBC 뉴스룸〉

베트남 전기차 업체 빈패스트는 최근 미국 나스닥에 우회 상장했다. 〈자료=JTBC 뉴스룸〉

이 회사는 지난 15일 미국 나스닥에 우회 상장했고 당일 254.6% 폭등했습니다.

시가총액은 약 850억 달러(약 113조5000억 원)가 됐습니다.

전 세계가 빈패스트의 가치를 GM(약 480억 달러)과 포드(약 460억 달러)보다 높게 본 겁니다.

이제 '고성능' 보다 '싼' 전기차가 인기


지금껏 전기차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니치마켓'에 불과했습니다.

내연기관 차보다 차값은 전반적으로 비싼데 연료 충전 편의성은 크게 떨어져 광범위한 소비자 선택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주 소비자는 비싸도 혁신적인 제품이면 일단 사는 일부 얼리어댑터, 혹은 정부 보조금 혜택에 민감한 일부에 한정됐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아직 주유소만큼은 아니지만 충전 편의성은 많이 개선됐습니다.

제조사가 많아지자 가격 경쟁도 활발해졌습니다.

이제 중국·동남아 신생 전기차 제조 업체들도 상품성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중산층 소비자, 즉 차 시장에서 가장 두터운 '2000~3000만 원대 차 소비자' 확보에 나섰습니다.

신생 업체는 처음부터 이 시장에 집중했지만 이젠 테슬라가 체급을 낮춰 이 소비층을 공략하는 겁니다.

테슬라는 각국에서 주요 차량의 판매 가격을 인하 중이다. 〈자료=JTBC 뉴스룸〉

테슬라는 각국에서 주요 차량의 판매 가격을 인하 중이다. 〈자료=JTBC 뉴스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더 많은 차를 판매하려면 마진을 희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해 이런 전략을 인정했습니다.

초저가 전기차들, 더 싸게 더 싸게


이제 전기차는 박리다매 시장으로 변하는 중입니다.

전기차 시장은 저가 경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BYD는 15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초저가 전기차 모델 '시걸'을 지난 4월 공개했습니다.

이 차를 견제하기 위해 나온 차도 있습니다.

중국 MG 사의 인도 법인에서 1300만 원 대코멧(Comet)을 출시했습니다.

기존 내연기관 차 제조사들도 분발 중입니다.

포드는 최근 전기 픽업트럭인 'F-150' 가격을 약 1만 달러 떨어뜨렸습니다.

기아차도 이달 안에 5000만 원 미만의 소형 전기차 'EV5'를 중국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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