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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주문 틀려도 이해해주세요"…조금 특별한 카페 '반갑다방'

입력 2023-08-15 20:44 수정 2023-08-1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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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문한 음료가 늦게 나와도, 아예 다른 게 나와도 이해해달라는 다방이 있습니다. 가벼운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무료로 음료를 만들어 주면서 유쾌한 '사랑방'이 된 곳인데요.

조금은 특별한 이 다방, 밀착카메라 함민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 불광동의 한 카페입니다.

'반갑다방'이라고 적혀있는데 어떤 곳인지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곳에서 커피와 차 아이스티를 주문할 수 있는데요, 특별한 점은 주문이 틀려도 그리고 음료가 조금 늦게 나와도 이해하자는 규칙이 있다는 겁니다.

다섯평 남짓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천봉순/서울 불광동 : 난 여기 오면 율무차. 공짜로 먹으니까 너무 맛있네.]

은평구치매안심센터에서 지난달 3일부터 운영하는 곳 입니다.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김운자씨 등 5명이 돌아가며 일을 합니다.

[김운자/'반갑다방' 자원봉사자 : 따뜻한 걸 달라고 했는데 차가운 게 나갈 수도 있고 또 한참 생각하다 보면 느리게 나갈 수도 있고, 그래도 어쨌든 간 만났으니까 반가우니까 반갑다방.]

10년 전 처음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땐 막막했습니다.

[김운자/'반갑다방' 자원봉사자 : 집에 들어왔는데 현관에 번호키가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두루마리 하나가 다 없어질 정도로 울었어요.]

하지만 반갑다방 덕분에 용기를 냈습니다.

[김운자/'반갑다방' 자원봉사자 : 핸드폰에다 적고 다녀요. 커피 모듈을 정확하게 분리해서 세탁하기. 자신감을 갖고 안 갔던 길도 찾아가요. 정말 내가 대단하다. 나 혼자 생각을 하고.]

김씨를 만난 손님들도 편견을 버렸습니다.

[김진아/서울 녹번동 : 할머니가 타주는 커피 같고 그래요. 당연히 잘 못 하실 거라고 저는 생각을 했는데, 저만의 선입견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주문서에 표시하는 이유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섭니다.

만약에 들어온 음료가 따뜻한 음료인 경우에는 메뉴 옆에 빨간색 칸에다 표시를 하구요, 차가운 음료인 경우에는 파란색 칸 옆에다가 표시를 합니다.

물건 위치를 잊지 않도록 선반에 붙여놓은 스티커도 도움이 됐습니다.

김무웅·오창옥 부부는 3년 전 모두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무웅 오창옥/'반갑다방' 자원봉사자 : 진짜 땅이 꺼질 것 같았었어. {남들한테 '나 치매 걸렸어' 이런 소리 못 하잖아요.}]

46년 차 부부는 두 손을 꼭 잡고 서로에게 의지합니다.

[오창옥/'반갑다방' 자원봉사자 : 맨날 이렇게 손잡고 다녀요, 우리는. 내가 도망갈까 봐. 예뻐가지고.]

두 부부에게 이곳은 삶의 활력소입니다.

[오창옥/'반갑다방' 자원봉사자 : {자신 있는 음료는?} 둥굴레차, 녹차, 율무차, 밀크커피. 이 (커피) 기계는 우리 아저씨 담당.]

[김무웅/'반갑다방' 자원봉사자 : 여러 사람 만나서 얘기도 하고 이러다 보니까 이제 마음이 좀 즐거워지고.]

하루에 20명쯤 손님이 오는데 이미 유쾌한 동네 사랑방이 됐습니다.

다섯평 남짓, 이곳에선 주문한 음료가 다르게 나오거나 조금 늦게 나오더라도 괜찮습니다.

바깥세상에서도 다름을 이해하는 마음이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밀착카메라 함민정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원섭·박태용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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