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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카이세도 덕에 웃는다...브라이턴처럼 축구하고, 브라이턴처럼 장사하라

입력 2023-08-15 15:54 수정 2023-08-1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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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카이세도는 리버풀 대신 첼시로 갔습니다. 이적료는 1억 1500만 파운드(1953억원). 2년 6개월 전에 몸값이 400만 파운드였던 카이세도는 브라이턴에 1억1100만 파운드(1185억원) 이익을 선물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계약의 승자는 첼시일까요, 카이세도일까요.
지금은 둘 다 브라이턴 소속이 아닙니다. 카이세도를 껴안고 있는 맥 알리스터. 이번 여름 카이세도는 첼시로, 맥 알리스터는 리버풀로 갔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금은 둘 다 브라이턴 소속이 아닙니다. 카이세도를 껴안고 있는 맥 알리스터. 이번 여름 카이세도는 첼시로, 맥 알리스터는 리버풀로 갔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거래란 이렇게...3년간 5000억원 넘게 수익 실현

웃고 있는 건 브라이턴입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거죠. 그렇다면 카이세도는 브라이턴에 어쩌다 찾아온 행운일까요. 축구 산업 관련 소식을 다루는 '스위스 램블'의 발표는 흥미롭습니다. 카이세도의 이적과 맞물려 브라이턴이 최근 3년간 선수를 팔아서 얻은 이익이 3억 파운드(5094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습니다. 꾸준한 수익 실현, 그것도 엄청난 이득을 남겼다는 거죠.
에콰도르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더 카이세도(왼쪽)는 첼시로 가면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를 경신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에콰도르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더 카이세도(왼쪽)는 첼시로 가면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를 경신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왜 손해를 안 보지?

이번 여름 다른 팀에 판 선수들을 볼까요. 골키퍼 산체스를 2500만 파운드에 첼시로 팔았고, 미드필더 맥 알리스터 역시 5500만 파운드에 리버풀로 보냈죠. 산체스는 애초 계약할 때부터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았고 맥 알리스터는 700만 파운드에 사 왔던 선수입니다.

브라이턴 골문을 지키던 산체스도 이번 여름 첼시로 옮겼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브라이턴 골문을 지키던 산체스도 이번 여름 첼시로 옮겼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앞서 지난 1월엔 윙어 트로사르를 애초 사 왔던 금액(1400만 파운드)보다 두 배 높은 2700만 파운드에 아스널로 팔았습니다. 1년 전 비수마 역시 투자금액보다 갑절 높은 3000만 파운드에 토트넘으로 넘겼습니다. 그 무렵 수비수 쿠쿠렐라를 첼시로 팔며 받은 돈은 6200만 파운드였습니다. 원래 사들인 이적료는 1500만 파운드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그 전에는 수비수 화이트를 아스널로 넘기면서 5000만 파운드를 받았습니다.
브라이턴의 구단주 토니 블룸. 2009년 구단을 인수한 뒤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사진=AFP연합뉴스)

브라이턴의 구단주 토니 블룸. 2009년 구단을 인수한 뒤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사진=AFP연합뉴스)

감독도 팔아서 보상금 받는 '신기한' 팀

거래에선 손해가 없습니다. 심지어 감독을 팔아서도(?) 보상금 형식의 돈을 받았으니까요. 지난해 9월 한창 시즌이 진행될 때 그레이엄 포터 감독을 첼시에 넘겨주면서 받은 돈도 1300만 파운드나 됩니다.
이탈리아 출신 데 제르비 감독의 가세로 브라이턴의 축구는 더 짜임새있고, 지배적인 축구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이탈리아 출신 데 제르비 감독의 가세로 브라이턴의 축구는 더 짜임새있고, 지배적인 축구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수시로 선수를 팔아도 팀은 더 강해진다

이 정도로 수시로 선수를 팔면 그 팀은 온전할까 싶은데 브라이턴은 더 탄탄해졌습니다. 그게 미스터리고, 그게 브라이턴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죠. 지난 시즌 도중에 포터 감독이 첼시로 이적하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이탈리아 출신의 데 제르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더 좋아졌습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6위에 올랐고 덕분에 올 시즌은 유로파리그도 출전합니다. 선수 몇몇이 바뀌어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팀의 지속 가능성, 감독이 교체돼도 변하지 않는 팀의 연속성이 무게중심을 잡습니다.
브라이턴은 새시즌 개막전에서도 루턴을 꺾었습니다. 카이세도, 맥 알리스터의 공백은 없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브라이턴은 새시즌 개막전에서도 루턴을 꺾었습니다. 카이세도, 맥 알리스터의 공백은 없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브라이턴의 바버 CEO는 지난 4월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다른 스쿼드를 짜는, 이른바 감독을 위한 팀을 만드는 게 아니라 똑같은 스쿼드를 유지하면서 감독에 따라 팀이 진화하길 바란다.

브라이턴은 2017~2018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했습니다. 올시즌은 유로파리그도 나섭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브라이턴은 2017~2018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했습니다. 올시즌은 유로파리그도 나섭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리 계산하고, 앞서 계획하라...블룸의 성공 전략

그러다 보니 혼란이 적습니다. 2009년 브라이턴을 인수한 블룸 구단주가 선수 및 감독 계약과 관리를 위해 개발한 수학적, 통계적 모델이 그 기저에 있다는 보도가 이어집니다. 물론 그 모델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도박가이자 통계학자이자 기업가이기도 한 블룸의 이력만큼이나 생각한 대로 성공에 이르는 선수 계약이 신기할 뿐이죠. 치밀한 계산과 계획이 깔려 있습니다. 이를테면 비수마를 대체하기 위해 미리 카이세도를 영입하고, 트로사르를 내보내기 전 미토마를 대안으로 삼았습니다.
왼쪽 미드필더 미토마의 활약으로 브라이턴은 아스널로 떠난 트로사르의 공백을 잊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왼쪽 미드필더 미토마의 활약으로 브라이턴은 아스널로 떠난 트로사르의 공백을 잊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축구도 잘하네...'멈추고 기다리는' 스타일도 신선

장사만 잘할까요? 브라이턴은 축구도 잘합니다. 데 제르비 감독의 전술은 프리미어리그에 새로운 트렌드를 남겼습니다. '멈추고 기다리는' 축구 스타일은 독특합니다. 계속 달리면서 공을 점유하고 빈 공간을 잠식해야 할 축구지만 브라이턴 선수들은(특히 중앙 수비) 잠깐 정지해서 상대가 압박하기를 기다리곤 합니다. 상대가 공을 향해 달려들면 그때 빌드업을 통해 그 틈을 깨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잠시 멈췄다 다시 달리는 형태의, 그들만의 리듬을 만드는 거죠. 속도의 빠름도 중요하지만 속도의 변화를 통해서 위장하고 교란하는 축구를 하는 겁니다.

코트디부아르 출신 윙어 아딩그라도 브라이턴의 유망주 중 하나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코트디부아르 출신 윙어 아딩그라도 브라이턴의 유망주 중 하나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작은 팀도 성공할 수 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총연봉만 놓고 보면 브라이턴은 20개 팀 중 19위에 불과했습니다. 작은 팀이죠. 그래서 '브라이턴처럼 축구하고, 브라이턴처럼 장사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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