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저녁 6시 30분 서울의 한 탕후루 가게. 〈사진=허경진 기자〉
지난 9일 저녁 6시 30분 서울의 한 탕후루 가게. 10평 안팎의 작은 매장은 탕후루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했습니다.
매대에는 딸기와 귤, 거봉, 체리, 블루베리, 파인애플, 샤인머스캣, 스테비아토망고 등 생과일 열매 4~6개를 꼬치에 꽂은 탕후루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가격은 3000~4000원 선이었습니다.
지난 9일 서울의 한 탕후루 가게 앞에서 탕후루를 먹는 사람들. 〈사진=허경진 기자〉
탕후루 매장에서 만난 박지영(24) 씨는 "중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탕후루를 처음 먹어봤다"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원래 과일이나 달콤한 간식을 좋아해서 자주 먹는다"고 말했습니다.
탕후루는 산사나무의 열매를 꼬치에 꽂은 뒤 엿당을 발라 급속으로 굳혀서 만드는 중국의 전통 간식입니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과일에 설탕 코팅을 입힌 탕후루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냉동·간편 조리식품 분야 연령대별 인기 검색어에서 10대의 1위와 3위는 각각 탕후루와 아이스 탕후루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탕후루는 20대에서도 11위를 차지했고 30대와 40대에서도 12위에 올랐습니다.
탕후루는 바삭한 겉면을 씹는 순간 와사삭 부서지면서 과실이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특징인데 탕후루를 먹다가 치아가 손상되는 등 건강 이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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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하고 딱딱한 탕후루…치아 손상 유발할 수 있어
아이스 탕후루를 먹다가 어금니에 씌운 크라운이 빠진 모습. 〈사진=독자 제공〉
오예진(27) 씨는 지난 9일 아이스 탕후루를 먹다가 어금니에 씌운 크라운이 빠졌습니다. 크라운 치료는 일반적으로 신경치료를 한 뒤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치아 전체에 보철물을 덮어씌우는 치료입니다.
오씨는 "아이스 탕후루 먹방 유튜브 쇼츠를 보고 궁금해져서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아이스 딸기, 귤 탕후루를 샀다"면서 "아이스 딸기 탕후루가 너무 찐득해서 한입 베어 물자마자 어금니에 씌운 크라운이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SNS에서는 탕후루를 먹다가 금니나 임플란트가 빠지거나 심한 경우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졌다는 글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탕후루와 같이 끈적하고 딱딱한 음식은 치아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먹을 때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황우진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뉴튼부부치과의원 원장)는 "탕후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딱딱하다는 것"이라면서 "치아만큼 딱딱한 탕후루를 먹으면 치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녹여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깨진 치아는 복구가 안 돼 깨진 부위를 메우거나 씌워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충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구강 내 세균은 치아에 부착된 당분을 먹이로 삼아 점점 늘어나는데 탕후루 겉면에 코팅된 설탕은 끈적끈적해 양치질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제거가 어렵고 이는 그만큼 구강 내 세균이 증가해 충치가 발생하게 됩니다.
황 이사는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탕후루를 먹은 뒤 적절한 방법으로 양치하거나 설탕을 희석할 수 있도록 물을 오랫동안 머금고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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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 많이 먹으면 당뇨·비만 유발할 수도…성장기 아이들 유의
치아뿐만 아니라 탕후루를 많이 먹으면 당뇨, 비만 등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설탕은 혈당을 빠른 속도로 올려 당뇨와 비만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은영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과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당도 있는데 탕후루는 설탕 코팅이 돼 있어 이런 당류를 많이 섭취하게 되면 혈당 상승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면서 "생과일로 먹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비만 세포 수와 크기가 동시에 성장하기 때문에 탕후루를 가끔 한두개 정도 먹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오랜 시간 많이 먹으면 고도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