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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가 봐도 재밌어" 박정민 '밀수'로 던진 한방

입력 2023-08-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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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가 봐도 재밌어" 박정민 '밀수'로 던진 한방
감독, 함께한 배우, 관객들까지 모두 인정한 열연이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류승완 감독)'로 강렬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밀수'에서 군천을 접수한 장도리로 분한 박정민은 그야말로 비주얼부터 압도한다.


뽀글뽀글 펌 머리에 형형색색 의상, 침을 뱉고 유리컵을 씹어 먹는 '깡'의 사나이다. 박정민과 만난 장도리는 '밀수'에서 살아 숨쉰다. 본인은 세상 진지한데 어딘가 모르게 짠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는 인물을 맛깔나게 표현했다.


김혜수, 염정아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는다. 이에 김혜수는 "박정민이 너무 잘했다. 이 이상을 뛰어넘기 힘들 정도"라며 극찬했다. 박정민은 "평소 팬이던 류승완 감독님의 제안에 고민 없이 오케이했다. 해본 적이 없는 캐릭터라 재밌게 해볼 수 있을 거 같았다"며 "장도리에 대해서는 근본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밀수'는 좋은 기억, 좋은 선물로 남은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진심은 통했다. 배우들의 열연 속에 순항 중인 '밀수'는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사수하며 355만 관객에 돌파했다.


[인터뷰] "내가 봐도 재밌어" 박정민 '밀수'로 던진 한방
-기다림 끝에 한 개봉이다. 완성본은 어땠나.

"내가 봐도 재밌었다. 시사회에서 처음 봤다. 그 전에 보신 분들 말씀도 들어보고 궁금했는데 보고나니까, 나도 모르게 영화로 보고 있었다. 중후반부 지나가면서는 관객들도 이 정도면 재밌게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밀수' 출연 결정 과정은.

"어느날 집에 있는데 류승완 감독님께 전화가 왔다. '본인 영화 만드는데 출연할 생각 있냐'고 해서 그렇게 결정했다."


-시나리오도 안보고 결정했나.

"그냥 밀수하는 영화인데 재밌는 캐릭터가 있으니까 해보고 싶다 하셔서 하겠다고 했다. 과거에 감독님의 '유령'이란 단편 영화 찍고 이후 자주 뵙기도 하고 연락하며 지냈다. 원래도 감독님의 팬이었지만, 더 좋아하게 됐다. 영화에 대한 고민이 평소에도 많으시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하면서 더 팬이 됐다. 그 전에 제안 받았던 것들도 당연히 했어야 했는데 너무 스케줄이 안맞아서 못했다. 감독님 영화라면 뭐라도 하고 싶단 생각했었다."


-강렬한 장도리 역할, 처음으로 한 빌런 아닌가.

"놀랐다. (이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이 역할을 덜컥 맡기신다 한건지 의아함이 있었다.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했다. 재밌게 해볼 수 있을 거 같았다."


-변화가 많은 캐릭터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따로 준비했다기보단 그런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여기 나온 인물들 중에서 가장 감독님 말맛을 살릴 수 있는 캐릭터라 생각했다. 특유의 뉘앙스나 그런 걸 잘해야겠다고 해석했다. 감독님이 처음에는 뱃사람 같은 딴딴한 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하셨다. 운동을 시작하고. 벌크업을 하고 나중에 다이어트 만들 생각이었는데 피팅을 한달 전쯤에 하니까 벌크업이 아니라 살크업이 된 상태였다(웃음). 런닝 입고 나왔더니 감독님께서 만족하시며 '이대로 나오는 건 어때' 하셨다. 그렇게 배도 나오고, 살도 많이 붙어있는 상태로 하게 됐다. 다음날부터 운동을 안가게 된 계기였다. 그 때가 80kg였는데 10kg 정도 증량한 셈이다."


-류승완 감독이 장도리를 표현함에 있어서 요청한 사항이 있는지.

"본인 고향에 그런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 아저씨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 심장에서 나오는 말 그대로 표현하기 등 그런 부분들이었던 거 같다."


[인터뷰] "내가 봐도 재밌어" 박정민 '밀수'로 던진 한방
-스타일링은 어떻게 만들어 나갔나.

"혜수선배님의 도움이 가장 컸다. 평소에도 인터넷 하다가 멋지다 싶은 부분들 저장해 놓으신다고 하더라. 그것 중에서 장도리에게 어울릴만한 레퍼런스 사진도 제공해 주신 걸로 안다. 그렇게 의상팀과 얘기해서 만든 옷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었는데 옷의 원단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터키에서 공수하는 등 모두가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비주얼을 봤을 때 지금껏 안해본 캐릭터라 놀라지 않았나.

"오히려 신났던 거 같다. 이 정도면 가면 쓰면 연기하는 기분일 거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러면 자유로워지고 하는 경우들이 있다. 내 평소 얼굴이 아니다 보니까 뭘 해도 납득이 가는, 허용범위를 넓혀준 느낌이었다."


-장도리 캐릭터의 정체성은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

"근본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 때 그 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유혹에 쉽게 휩쓸려 갈 수 있는거라 풀이했다."


-김혜수도 극찬했다.

"'밀수'에 나오는 박정민이 연기한 장도리를 좋아해 주신다. 촬영이 끝나고, 다른 공연에서 만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항상 '감사합니다'로 일관하는데 이 정도면 다른 말을 해야하나 싶을 정도다. 감개무량했다. 혜수 선배님께서 '장도리보다 더 잘하기 쉽지 않을 거 같아' 농담식으로 이야기 하시기도 하는데 사실 칭찬을 받으면 민망하고 도망가는 스타일이다."


-다음 스텝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부담은 없나.

"그런 건 없다. 앞으로 나올 것들이 있으니까 그런 걸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하기는 하다. 이 역할이 세긴 세다. 영화가 잘 된다면 관객들이 오래 기억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워낙 아우라와 에너지가 크신 선배님들이시니까, 그걸 반감시키지 말아야겠다 싶긴 했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받지 못해서 쩔쩔 매고 싶진 않았다."


[인터뷰] "내가 봐도 재밌어" 박정민 '밀수'로 던진 한방

-촬영 당시를 떠올리면 드는 생각이 있을까.

"2년 정도 됐다. 디테일한 순간들은 잘 기억나지 않아도 이 영화 자체가 내게 특별해서 많이 기다렸던 영화이기도 하다. (어떤 점이 그랬을까.) 너무 좋았고, 류승완 감독님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했다.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한 것도 좋았고, 좋은 기억이었다. 내게 좋은 선물이다. 그래서 홍보활동도 더 발 벗고 나서서 하는 거 같다. 2년간 많이 기다렸던 영화였다. 그만큼 좋은 기억이 많았다."


-선배들의 사랑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정아 누나는 (정민이) 공부 잘해서 예쁘다고 치킨 보내주시고, 선물 보내주시고 감사했다. 혜수 선배님은 지금까지도 명절에도 선물을 보내주신다. 내가 시키지 않은 무언가가 계속 와있었다. 다 먹을 것들이었다. 냉장고를 하나 더 사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많았다. 당시 친구랑 같이 살 때였는데 같이 먹으면서 '김혜수 선배님이 사주신 거라고 많이 먹자' 한 기억이 난다. '더킹' 때 조인성 형님은 잠깐 뵈었는데도 친한 사이가 됐다. 촬영 할 때도 같이 한다고 하니까 너무 마음이 편했다. 권상사가 인성이 형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워낙 잘 챙겨주시니까 편해졌다. 좋아하는 형이 됐다."


-'더킹',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헤어질 결심' 등 주인공은 아니지만 강렬한 역할을 계속 이어왔다. 작품을 선택할때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편인지.

"내게 그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주인공이 더 부담스럽다. 오히려 캐릭터나 배역을 많이 본다. 만든 사람이 누구냐, 같이 연기를 하는 배우도 중요하고 고려할 상황들이 많다. 제일 먼저 보는 건 시나리오다. 거기서 내가 맡은 역할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듯 하다."


-'밀수'처럼 시나리오도 안 보고 출연한 경우가 또 있었나.

"박찬욱 감독님의 '일장춘몽'이 그랬다. '스마트폰으로 영화 만드는데 생각있니' 하셔서 함께하게 됐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감독님이면 그럴거 같다. 믿고 따르는 감독님이 하신다고 하면 따를 거 같다. (감독님들이 왜 본인을 좋아하는 거 같나.) 시키는대로 해서(웃음)? 수동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단편영화 연출로 느꼈던 건, 이 배우가 놀라운 지점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데 내가 원하는 걸 이 배우가 정확하게 해줄 때의 쾌감이 있다. 감독님께서 본인이 주는 디렉션을 정확하게 받아먹는다 하는 것도 훌륭한 칭찬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준비는 많이 해간다. 내가 준비해간 거, 감독님이 준비하신 거 각자 공유하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원하는 게 있으면 조율해 나간다. 일하기 편한 배우인 거 같다."


-연출은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건가.

"재밌게 잘했다. 연출을 하려면 본업을 쉬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감독이란 직업이 책임질 수백명의 사람들이 생겨서, 망치면 허망해지기 때문에 진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 본업을 쉬고 해야하니 당분간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선배들과 현장에서 호흡 맞추면서 감탄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은 호흡은.

"내가 사람 눈을 잘 못쳐다본다. 연기할 땐 쳐다봐야 하지 않나. 나이트클럽에서 춘자, 진숙, 권상사 넷이 있는 신에서 선배님들 눈을 보는데 뭔가 압도적이었다. 카메라 뒤에 있던 세 선배의 눈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로 계시니까 그 안에서 휘저어야 하는데 초반에 헤맸던 거 같기도 하다. 그때 놀라웠던 지점이 있다. (김)종수 선배님도 같이 하는 후반부 신에서 선배님의 연기와 에너지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왜 눈을 잘 못쳐다보나.

"창피하다. 상대방이 '왜 쳐다보지'라고 생각 할까봐 그렇다. 그래도 연기할 땐 이유가 있으니까 쳐다볼 순 있다."


-'막내라인' 고민시와 호흡도 좋았다.

"고민시 배우 캐스팅 됐을 때 기분 좋고 기대도 됐다. 선배랍시고 그런건 아니지만 눈여겨보는 후배 중 한명이었다. 내가 30대 중반이었는데도 계속 막내니까 얌전히 앉아있는데 민시도 옆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어떻게 하지 의논하고, 카메라 앞에서는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하니까 순간순간이 기억에 많이 남는 거 같다. 그 순간이 재밌었다. 막내 두명이 현장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무림치던 기억이 난다. 민시는 워낙 성격이 밝다. 선배님들과도 잘 어울리고, 잘 앉아있고 이야기도 많이 한다."


[인터뷰] "내가 봐도 재밌어" 박정민 '밀수'로 던진 한방
-최근 들어 유튜브 등 연기 외적인 활동도 많아졌다. '침착맨' 유튜브 출연도 화제였는데.

"아예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인 거 같다. 고민을 아예 덜어내게 되고, 너무 재밌더라. 그걸 이용하려 만나는 건 아니지만 만나면 좋다. 지난해 '침착맨' 방송에 처음 나가게 됐는데 워낙 팬이었다. 처음엔 너무 떨려서 전화번호도 못 물어봤다. 워낙 팬이라 평소에도 방송을 보면서 채팅을 친다. 그걸 보고 '침착맨'이 MT에 초대해주셔서 친해지게 됐다. 이 시기의 박정민에게 에너지가 된다. 또 다른 영감도 받고,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구나 발견하기도 한다."


-'밀수'의 장도리, 스스로 '인생캐'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보는 사람들, 관객분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땡큐'다."


-그간 필모그래피 중 본인의 '최애' 캐릭터는.

"좋아한다 의미보단 이제 그 인물을 편하게 볼 수 있는 건 '파수꾼'이다. 이제서야 그 영화를 조금 더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된 느낌이다."


-'1승', '하얼빈', '전, 란' 등 차기작도 다수 남았는데.

"그렇다. 개봉을 하기 전이다보니 친척 분들은 내가 노는줄 안다. 어르신들은 잘 모르신다. 차기작 '전, 란' 때문에 다이어트도 했다. 작품에 따라 몸무게가 늘기도 줄기도 하지만 그 역시 배우가 해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한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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