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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회용품 금지' 장례식장 가보니…"쓰레기 80% 줄어"

입력 2023-08-06 09:09 수정 2023-08-0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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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장례식장 상차림 모습.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에 음식이 나온다. 〈사진=서울의료원 제공〉

서울의료원 장례식장 상차림 모습.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에 음식이 나온다. 〈사진=서울의료원 제공〉



위 사진은 한 장례식장의 상차림입니다.

일반적인 장례식장 상차림과 다른 점, '그릇'입니다.

일회용 종이 그릇과 플라스틱 숟가락, 나무젓가락 대신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회용 그릇과 수저가 제공됩니다. 컵도 종이컵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는 다회용컵이죠.

테이블마다 깔려있던 비닐 식탁보도 없애고, 행주로 닦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은 지난달부터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장례식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세척은 전문업체에서…그릇 관리는 전담 매니저가

빈소에 제공되는 다회용 그릇과 수저, 컵 세트. 〈사진=이지현 기자〉

빈소에 제공되는 다회용 그릇과 수저, 컵 세트. 〈사진=이지현 기자〉


“장례식장에 상주 문의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저희는 다회용기만 사용할 수 있는 장례식장인데 이용하시겠습니까?'라고 여쭤봐요.” (김현정·서울의료원 장례식장 고객지원팀 차장)

다회용기를 쓴다고 해서 상주들이 크게 신경 써야 할 건 없습니다.

그릇에 음식을 내어주고, 다 쓴 그릇은 음식물만 따로 버린 뒤 설거지할 필요 없이 통에 모아두면 됩니다.

사용한 그릇은 전문세척업체에서 수거해 7단계 세척 과정을 거쳐 다시 장례식장으로 가져다줍니다.
 
다 쓴 다회용기가 창고에 쌓여있는 모습. 전문 세척업체에서 그릇을 수거해 7단계 세척 과정을 거친 뒤 다시 장례식장으로 가져다준다. 〈사진=이지현 기자〉

다 쓴 다회용기가 창고에 쌓여있는 모습. 전문 세척업체에서 그릇을 수거해 7단계 세척 과정을 거친 뒤 다시 장례식장으로 가져다준다. 〈사진=이지현 기자〉

다회용기 수량과 위생 관리는 빈소마다 배치된 '식기 전담 매니저'가 합니다. 조문객이 많아 그릇이 모자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식기 전담 매니저는 상조회사 등에서 제공하는 일회용품이 쓰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역할도 합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데 상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용기 사용료 25만 원, 식기 전담 매니저 비용 16만 원입니다.

비용이 들어가니 상주들이 이용을 꺼리지는 않을까.

김현정 차장은 "다회용기 사용료는 보통 장례식장에서 쓰는 일회용품 구입비와 비슷하게 책정했다”면서 “처음 다회용기 사용과 관련해 설명을 드릴 때 비용도 함께 말씀드리는데, 지금까지 비용 때문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신 분들은 없었다. 대부분 긍정적으로 봐 주신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일장 치러도 쓰레기봉투 1~2개 나와…쓰레기 80% 줄어"


서울의료원이 다회용기를 쓰기 시작한 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일회용 폐기물은 1년에 약 2300톤 규모입니다.

지난해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나온 폐기물도 약 114톤에 달했죠.

장례식장에서 쓰는 그릇과 컵, 플라스틱 수저와 물병 등이 한 데 뒤섞여 일반쓰레기로 버려지곤 했습니다.

다회용기로 바꾼 뒤 쓰레기는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서울의료원 쓰레기 하역장에 장례식장에서 나온 쓰레기가 쌓여 있다. 하루만에 하역장 한 쪽을 가득 채웠던 쓰레기는 80%가량 줄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의료원 쓰레기 하역장에 장례식장에서 나온 쓰레기가 쌓여 있다. 하루만에 하역장 한 쪽을 가득 채웠던 쓰레기는 80%가량 줄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의료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전인 지난 2019년 장례식장에서 배출된 쓰레기봉투(100리터 종량제봉투 기준)는 한 달 평균 836개였습니다. 빈소 당 평균 6.4개를 사용했죠.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월평균 780개(빈소 당 평균 6.3개)의 쓰레기봉투가 버려졌습니다.

반면 다회용기를 쓰기 시작한 뒤 지난 7월 한 달 동안 버려진 쓰레기봉투는 136개. 빈소 당 1.3개를 사용했습니다.

다회용기를 사용한 뒤 쓰레기 배출량이 약 80% 줄어든 셈입니다.

음식물이 묻은 일회용 쓰레기가 사라지자 장례식장 환경도 더 쾌적해졌습니다.

서울의료원 쓰레기 하역장 직원은 "전에는 하역장 한쪽을 꽉 채울 정도로 쓰레기가 정말 많았다"면서 "일회용품에 묻어있는 음식물 때문에 냄새도 많이 나 하역장에 쥐가 다니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쓰레기가 정말 많이 줄었고 냄새도 전혀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대접받는 기분"…"그릇 무거워 일하기는 불편"


상주와 조문객들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빈소에서 식기를 관리하는 전담 매니저는 "다회용기를 쓰니 손님을 더 대접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상주들은 만족해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정 차장은 "장례식장 전체에서 음식물 냄새가 안 나서 쾌적하다는 반응들도 많다"며 "다회용기를 쓴 뒤 관련 민원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고 있는 식기 전담 매니저와 상조회사 직원들. 〈사진=서울의료원 제공〉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고 있는 식기 전담 매니저와 상조회사 직원들. 〈사진=서울의료원 제공〉

물론 일회용품을 쓸 때보다 불편한 건 사실입니다.

빈소에 제공되는 식기 한 박스 무게가 보통 30kg 정도 나가다 보니 운반이 쉽지 않습니다.

앞선 식기 전담 매니저도 "아무래도 그릇이 일회용품보다는 무겁기 때문에 음식을 담고 나르는 데 힘이 들긴 한다"고 했습니다. 빈소마다 음식을 나르는 데 쓸 수 있는 카트를 마련해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 차장은 "다회용기를 쓰면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불편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일회용품을 쓰는 장례문화가 바뀌려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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