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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에 美친' 마동석, 거물이 된 한국영화 대들보

입력 2023-08-0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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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동석이 영화 '범죄도시3'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배우 마동석이 영화 '범죄도시3'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존재가 개연성이자, 정체성이자, 장르가 됐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도 대체불가, 유일무이 가치를 지닌다. 인생 최고 전성기를 맞아 충무로와 할리우드를 동시에 사로잡고 있는 배우 마동석(52)이다.

메가폰만 잡지 않았을 뿐 연기에 제작까지 손을 뻗친 지 오래다. 수 많은 시행착오와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현존 대한민국 관객이 가장 애정 하는 시리즈 '범죄도시'를 탄생 시켰다. 메가 히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첫 번째 시리즈 이후 무려 쌍천만의 대기록을 썼다. 내년 개봉 예정인 4편까지 성공한다면 최소 몇 년 간은 그 누구도 엄두내지 못할 역사의 주인공이 될 터. "목표는 늘 손익분기점"이라고 겸손한 속내를 진심으로 말하는 마동석이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관객의 발걸음을 막을 방도도 없다.

내 편일 때 든든한 '핵주먹' 하나로 올라온 길. 산만한 덩치만이 선사할 수 있는 러블리한 매력까지 셀링포인트로 무적의 호감도를 축적했다. 대중의 시선도 애정 가득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찬사는 그보다 더 윗길이다. 차곡차곡 쌓은 배우 영향력과 이름값의 힘을 허튼 곳에 쓰지 않고 오로지 현장과 작품에 다시 올인 하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배우 발굴의 성지'가 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인생의 기회를 베풀고 선물하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가 됐다.

2년 연속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이자 구세주가 된 마동석은 '범죄도시4' 보험을 남겨두고 다시 할리우드로 향한다. 마블과는 10년 계약을 체결해 몸의 반쪽은 묶여있는 상황에서 몇 개라 명확하게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다발 진행 중이다. 당장의 차기작은 외신을 통해 공식 발표 된 뉴욕타임스 베스트 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헬 다이버(Hell Divers)'다. 제3차 세계대전 이후 2세기가 지난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스케줄을 위해 챙겨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건강'이다. 영화 밖에 모르는 인생에서 그 영화와 오랜 시간 함께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영화보다 건강이 조금 더 우위를 차지했으면 하는 바람. 숱한 사고와 무리한 움직임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100%를 찍기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인생(영화)을 위해 갈아 넣는 몸뚱이다. 일찍이 기획을 마친 '범죄도시' 8편의 무사 완주를 기원하며 마동석이 펼쳐나갈 모든 행보와 새로운 길 개척을 관객들과 함께 목청 높여 응원하는 바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2'의 1000만 흥행이 '범죄도시3'를 내놓는데 부담감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나.
"'범죄도시2'도 그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흥행 부담보다는 관객 분들이 전반적으로 극장을 잘 찾지 않는 추세 아니었나. 내가 제작하는 영화가 '범죄도시' 시리즈만 있는 것이 아닌데다가 이미 촬영을 마치고 개봉할 작품들도 남아있어 분위기가 안타깝기는 했다. 나 또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 보러 가는 걸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범죄도시3'가 작게나마 힘이 돼 조금이라도 극장에 관객들을 모을 수 있다면 감사하겠다'는 마음이 컸다."

-관객들의 기대가 상당했다.
"영화를 선보일 때 흥행에 대한 목표를 따진다면 언제나 손익분기점이다. '손익분기점 보다는 조금만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솔직히 하게 되는데, '범죄도시3' 같은 경우 개봉 전부터 관객 분들이 많은 기대감을 보내 주셔서 감사했다."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제작자가 3명이다. 난 크리에이티브로 시나리오, 기획 등에 참여한다. 사전 구상 단계에서 스토리 소재를 정하는데 참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다른 제작자들은 비즈니스 업무를 한다. 나는 비즈니스에는 특별히 관심이 없다. (웃음) 약간 프로듀서 느낌에 더 가깝다."

[인터뷰] '영화에 美친' 마동석, 거물이 된 한국영화 대들보


-시리즈마다 소재, 캐릭터 등을 통해 변화를 주고 있지만 '마석도가 악을 처단한다'는 기본 플롯은 같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최대한 답습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도 그렇고 내 역할에 있어서도 기존 것을 따라하는 게 제일 위험하다고 본다. '범죄도시' 시나리오는 내가 같이 쓴다. 각색도 하고. 그 안에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는데, 너무 변화에만 초점을 맞춰서 바뀌려는 강박을 갖고 있으면 그게 또 실수가 된다. 양 쪽 모두를 염두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1, 2편도 그랬지만 3편 역시 시나리오 작가, 감독, 내가 같이 붙어 수정한 버전이 80여 차례 되는 것 같다. '회의하고 수정하고'의 반복이다. 그런 과정을 겪다 보니까 머리카락도 많이 빠진다.(웃음)"

-이미 8편까지 기획을 마쳤다고.
"하다 보면 재미없어질 수 있지만 프랜차이즈만의 명확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이어가고 싶다. 익숙한 세계관이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다른 스토리를 펼칠 때 설명을 적게 해도 영화는 바로 시작하고 관객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영화 하는 사람들에게는 꿈 중 하나인데, 나도 그렇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중간에 재미 없어질거니까'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4편까지는 이미 촬영을 완료했다.

실제 형사들과 만나는 모임이 있는데 최소 50여 가지의 사건을 들었다. 영화화 하기 적합한 것, 적합하지 않은 것을 선별했고, 그 안에서도 액션 장르가 맞는 소재와 미스터리 스릴러로 가야 하는 소재가 있어 또 골라냈다. '범죄도시' 시리즈 스타일의 액션물과 어울리는 소재가 현재 8편까지 기획 돼 있는 것이다. 스토리는 다 정해 놨고 시놉시스까지 완성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누구 한 명의 작품이 아닌, 여러 사람의 머리와 힘, 헌신이 합쳐져 제작되는 작품이다. 익숙한 것을 끌고오되 변화를 노력하고 있고, 사람들이 예상치 못하는 지점에서 자꾸 건드려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8편까지 제작을 하긴 할테지만, 8편을 내가 다 할지, 다른 방향으로 그릴지는 아직 구상 중이다. 그 사이 충분히 많이 조합이 생길 수 있다. 아예 외국에 나가서 찍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번외편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실제 '범죄도시' 시리즈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몇 군데 있다. '할리우드판 이야기를 만들자'는 제의가 있어서 논의 중이다. 마석도가 당할 수도 있고."

-여자 빌런이 등장할 수도 있을까.
"음…. 그건 당장 말씀 드릴 수 없다. 하하."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4편 스포일러를 살짝 언급해 준다면.
"불법 온라인 카지노를 다루면서 디지털 범죄를 추격한다. 그래서 해외에 있는 누구와 쿵짝을 맞출 수 있다. 이전과는 아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4편까지 연이어 선보인 후 5편 촬영은 시간이 좀 걸릴까.
"여기서 다 까지는 것인가. 하하. 아직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단계다. 촬영 시기도 안 정해졌다. 내가 할리우드에서 먼저 찍어야 하는 작품이 있어 그걸 찍고 들어와서 '범죄도시' 시리즈를 찍고 또 나가야 한다. 현재 계획은 그런데 조금 많이 왔다 갔다 해야 할 것 같아 가능한 스케줄을 찾고 있다."

-2편에 배우로 등장했던 처남 차우진은 이번에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
"지금은 처남이 됐지만 일찍부터 알고 지내던 동생이었고 원래 글을 굉장히 잘 쓰는 친구이기도 하다. '범죄도시' 말고 차우진 작가로 쓴 시나리오가 네 편 있는데, 네 편 다 투자가 완료됐다. 한 편은 CJ ENM과 준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쓴 글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CJ ENM 측에 보냈는데 글로벌 프로젝트가 됐다. 개인적으로 영화 하는 사람들 중 배우나 감독 보다 글 쓰는 작가님들을 제일 부러워하고 좋아한다. 뭔가 행복을 주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쓰는 것 같다. '범죄도시'는 책이 많이 바뀐다. 심지어 최종본이 촬영본과 다르다. 사람들이 구해본 시나리오는 영화와 많이 다를 것이다. 근데 이 친구가 글을 너무 잘 써줘서 '범죄도시3'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 가깝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면 '범죄도시3'는 7년 후 마석도의 이야기다.
"지금 내 얼굴이 20살 때 얼굴이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건 좋다. '1, 2편이 나름 젊었던 모습이구나'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건 맞다. 하하. 시리즈를 할 때마다 7년씩 시간이 흐르는 건 아니다. 한 해 일어나는 일도 있을 수 있고 3년 안에 끝날 수도 있고 그렇다."

-윤계상 손석구에 이어 이준혁을 3대 빌런으로 낙점 했다. 악역을 뽑는 기준이 있을까.
"최대한 빌런의 모습을 덜 보여준 배우들을 찾으려고 한다. 아무래도 신선한 매력이 돋보일 수 있으니까. 액션이 많은 영화라 액션을 잘할 수 있는 나이 대도 고려한다. 둘 다 몸이 아파 있으면 안되니까.(웃음) 제작진과 항상 같이 의논한다."

[인터뷰] '영화에 美친' 마동석, 거물이 된 한국영화 대들보
[인터뷰] '영화에 美친' 마동석, 거물이 된 한국영화 대들보


-한국의 이준혁과 일본의 아오키 무네타카가 각개전투로 움직인다.
"1편에서 윤계상 배우는 장첸의 외면과 내면을 완벽하게 완성 시켰다. 손석구 배우도 제 몫을 200% 해냈다. 두 빌런이 본능에 의해 짐승처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머리를 많이 쓰고, 전략을 많이 짜는 일명 '지능캐'를 보여주고 싶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 상대하기 더 힘들지 않나. 지능적인데 폭력도 강하고 무력도 센 사람. 그리고 복병처럼 또 한 명의 빌런도 배치했다. 최종 꼭지점이 하나 일 수 있지만 어쩔 땐 두 개, 세 개가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두 개로 맞췄다. 한 명은 지략과 무력, 다른 한 명은 암살자 형태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최대한 맞춰서 각색했다."

-이준혁은 어떤 면에서 발탁했나.
"기본적으로 소통이 잘 되고 성품이 좋으면 일 할 때 즐겁게 할 수 있다. 솔직히 그런 배우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준혁이는 '신과 함께'를 같이 하면서 열정도 많고 사람도 좋다는 걸 알았다. 1, 2편에 나왔던 윤계상 손석구 배우가 자신의 삶을 갈아 넣어 장첸과 강해상을 탄생 시켰는데, 준혁이도 그런 스타일일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고. 준혁이 얼굴을 꼭 한 번 '저 사람이 이준혁이야?' 할 정도로 바꿔보고 싶었는데 '범죄도시3'가 기회가 됐다. 처음 전화했을 때 너무 흔쾌하게 오케이를 해줬고, 주성철도 훌륭하게 소화해줘서 고맙다."

-아오키 무네타카는 어땠나.
"영화에서 야쿠자라는 일본 깡패가 나오게 되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판타지 이야기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캐릭터 만큼은 땅에 발 붙일 수 있는 일본 배우를 무조건 캐스팅 하려고 했다. 일본 배우들을 물색하면서 여러 배우들의 자료 화면을 보던 중 아오키 무네타카가 눈에 들어왔다. 출연했던 작품 대부분을 보면서 여러가지 얼굴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 일본 측에 문의를 넣었을 때 '굉장히 좋은 사람이고 연기도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라는 답을 받았다. 줌 미팅과 회의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함께 하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으로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배우 발굴'의 의미도 남다른 작품이다. 익히 잘 알고 있었던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대체 저런 배우들이 어디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실력 있는 배우들을 출연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1, 2편을 넘어 3편까지 오면서 매번 1000명이 넘는 배우들의 오디션을 봤다. 리얼리티가 중요해 '연기력은 갖추고 있으면서 생소한 얼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캐스팅을 하고 있다. 1, 2편을 지나오면서 자기 역할을 잘 해내 인정받고 빛 보는 배우들이 사실 너무 고맙고 좋다. 나도 행인7, 깡패6부터 했던 사람이라 오디션을 보는 마음들이 어떤 마음인지 안다. 촬영을 하고 나서 내가 영화에 나오는 줄 알고 극장에 가 돈 내고 보는데 끝내 등장하지 않은 작품도 있었고, 캐스팅 됐다고 대사 두 줄을 6개월 연습하고 현장이 지방이라 내려갔더니 '신이 없어졌다'고 촬영을 못 한 경우도 있었다. 배우들은 아주 작은 분량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잘 지켜주려고 하는데 영화라는 것이 하다 보면 편집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현장에서라도 최대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게, 편하게 있을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이다.

이번에 토모 역할을 맡은 안세호는 오디션 때부터 돋보였다. 그 친구가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 한국 배우인데 연기를 잘해서 토모 역을 줄까 다른 역을 줄까 여러 캐릭터를 놓고 고민하기도 했다. 뭘 하든 잘 할 것 같았는데 최종적으로 맡게 된 토모로도 잘 녹아들었다. 김민재 같은 경우는 전편부터 생각을 했던 배우다. 라이브에 워낙 강해, 촬영을 하다 보면 비는 공간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빈틈을 연기만으로도 잘 채워주는 배우다. 다행히 스케줄이 맞아 함께 하게 됐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마동석 하면 '액션' 자체가 빠질 수 없는 장르다.
"격투기 선수들한테 '힘들고 위험한데 왜 그렇게 하려고 해?'라고 물어보면 사실 명확한 대답이 없다. 좋아하는 일이라서 끝까지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 전부터 나를 다 집어 넣었고, 삶의 포커스를 여기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 나에게는 그냥 당연한 일이다. 외부에서 보면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웃음) 이렇게 하는 것이 내 직업이고 삶이라서 특별하게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복싱 액션에 힘을 쏟았다.
"복싱 액션을 영화 액션으로 만들기가 힘들다. 볼 땐 그냥 '주먹을 피하고 때리는구나' 할 수 있지만 촬영과 연기는 까다롭다. 사실 이전까지는 내가 의견을 내도 되는 지 몰랐다. 영화 액션은 영화 액션 만의 방식과 답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예전에는 주먹을 뻗을 때 가드 치고 뻗으면 혼났다. 얼굴 가린다고. 나는 복싱을 오래 했던 사람이라 가드를 올리는 것이 습관 돼 있었기 때문에 팔 내리는 걸 엄청 연습하기도 했다. 팔을 아예 묶고 영화 액션에 맞게 훈련을 다시 해야 했다. 예전에는 꼭 그렇게 해야 하는 줄만 알았다. 근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렇게는 할 수 있겠는데?' 싶은 가능성들을 봤고, 언젠가는 꼭, 좋은 타이밍에 복싱 액션을 디테일하게 많이 넣어 보여졌으면 싶었다. 실제 운동을 영화 안에서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에 운동할 때 후배들, 체육관 관장, 지금 현재 프로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굉장히 좋아해줬다."

-핵주먹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합을 무조건 맞추고 절대 진짜 때리지는 않는다. 영화 관계자 분들은 많이 아는 스토리인데 과거 액션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주먹에 실리콘 쿠션을 만들어서 실제 터치를 해보자' '턱을 돌리지는 말고 광대를 때리자'는 의견을 냈다. 나는 계속 만류를 했다. '실제로 때리지는 말고 지나가는 것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근데 맞아야 하는 스턴트맨 친구들조차 '제대로 해보고 싶다. 꼭 구현하고 싶다'고 하더라. 본인들에게는 나름 프라이드니까. 그래서 두 명과 합을 맞췄고 한 대 씩 때렸는데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기절을 했다. 그 이후로 그 감독과 미팅을 하면서 '절대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있어서 더 최선을 다해 조심하려고 한다. 뭐든 안전이 최고다."

-부상은 없었나. 몸이 성치 않은 것으로 아는데.
"부상은 이야기 하면 길어지는데(웃음) 어렸을 땐 '운이 없다, 불운이 따른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 이유가 부상 때문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복싱 선수 된다고 운동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배달 일을 했다. 겨울에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다 사고가 나서 어깨가 부러질 정도로 좀 크게 다쳤다. 그게 몸이 다친 첫 사고였는데 한 번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 가 건물 청소와 식당 설거지 등 일을 하다가 난간에 팔이 끼는 바람에 같은 쪽 어깨가 또 부러져 수술을 두 번 받았다. 그 때 복싱을 다시 하려다 결국 좌절됐다.

한국에서 배우 일을 시작한 후에는 촬영장 건물이 무너지면서 6m 아래로 추락했다. 척추 2개가 나갔고, 반대 쪽 어깨와 가슴 뼈, 발목까지 부러져서 아킬레스건이 반 이상 떨어져 나갔다. 의사가 그 이야기를 하더라. '타고나길 강골이라 이 정도로 살아남은 것이다'(웃음) 안 그랬으면 가슴 밑으로 마비가 됐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부상 때문에 재활을 굉장히 오래해야 했다. 몇 년 간 치료를 받으면서 몸은 어느 정도 돌아왔는데 이후 물리 치료를 잘 못해서 지금도 사실 365일 중에 300일은 몸이 아프다.

한 작품 촬영이 끝나면 중간 중간 다른 일들을 잠깐씩 하면서도 꼭 병원에 가 관절 주사를 맞아야 하고 회복 기간도 가져야 한다. 아무래도 액션을 강하게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요즘은 그나마 촬영이 없어서 운동도 다시 하고 혼자 치료하면서 건강 상태를 보강하고 있다."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비행기 타는 것도 힘들어 하지 않나.
"공황장애가 있다. 우울증 때문은 아니고 척추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간 인터뷰를 잘 못한 것도 있다. 스케줄이 빼곡하다 보니까 중간에 하루 정도 쉴 수 있는데, 그 날에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걱정해 주신 덕분에 요새는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연기 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할리우드 프로젝트도 여럿 공개됐는데 준비 중인 향후 계획을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개한다면.
"K콘텐트에 대한 해외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내가 할리우드에 직접 가서 찍는 프로젝트도 있지만,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한국에 들어와 한국에서 프로덕션을 꾸려 역수출 개봉을 추진 중인 영화도 3~4편 정도 이야기 중이다. 예산은 적게 쓰면서 더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싶어 같이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배경은 해외에서 찍고, 내부 세트는 한국에서 촬영하는 것이다. 한국에 훌륭한 배우들이 워낙 많지 않나. OTT가 발전하면서 국내 콘텐트에 출연한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해외로 인지도를 쌓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콘텐트에 대한 해외 스튜디오의 관심 만큼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건 아니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은 배우들이 글로벌 콘텐트에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악인전'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은 파라마운트와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미국 작가 조합이 파업 중이라 실제로 작가는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 써 놓은 것을 토대로 제작진만 진행하고 있다. 유명 감독이 제안을 준 책도 있고, 비슷한 프로젝트가 몇 건 더 있다. '이터널스' 같은 경우는 애초 마블과 10년 간 세 편의 작품을 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최소 10년, 11년은 같이 일해야 한다.(웃음) 그게 '이터널스2'가 될지, 길가메시 혼자 다른 세계관에 들어갈지, 솔로 무비가 될지, 영화가 아니라 디즈니+ 채널로 공개되는 콘텐트가 될지는 모른다. 마블에 있어서는 통보를 받는 입장이라 나도 그냥 기다리고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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