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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로 뜨거운 강릉...속초 동해보다 왜 3~4도 높나?

입력 2023-08-03 18:38 수정 2023-08-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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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펄펄 끓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매일 전국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도시가 있습니다.

강원도 강릉시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늘(3일) 전국에서 가장 무더웠던 곳은 오후 1시 34분 38.4도를 기록한 강릉입니다.

38.4도는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입니다.

강릉은 어제(2일)도 낮 최고 기온이 37.8도였습니다.

이 기온도 어제까지 올해 전국 최고 기온 기록이었는데 하루 만에 같은 도시가 최고 기온 기록을 깬 겁니다.

그러면 어제 전까지는 어느 도시가 올해 최고 기온 기록을 갖고 있었을까.

기록을 찾아봤더니 또 강릉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 낮 최고 기온 37.3도였습니다.

강릉시는 지난 2018년 무더위에 지친 시민을 위해 버스정류소에 대형 얼음을 설치했다. 〈자료= JTBC 뉴스룸〉

강릉시는 지난 2018년 무더위에 지친 시민을 위해 버스정류소에 대형 얼음을 설치했다. 〈자료= JTBC 뉴스룸〉

'대프리카' 아닌 '강프리카' 시대 열리나


지금껏 한여름 무더위의 상징 도시는 대구였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면밀히 따져보면 이 타이틀은 강릉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밤에서 3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사이 강릉의 아침 최저 기온은 30.5도였습니다.

새벽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강릉에서 초열대야 현상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한여름이 아닌 6월 29일에 아침 최저 기온이 30.1도에 달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초열대야가 처음 관측된 것도 지난 2013년 8월 강릉이었습니다.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이 모시 옷과 양산을 쓰고 택시정류장에 서 있다. 〈자료= JTBC 뉴스룸〉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이 모시 옷과 양산을 쓰고 택시정류장에 서 있다. 〈자료= JTBC 뉴스룸〉

뜨거운 공기 모이는데 바다 덕도 못 보는 강릉


도대체 강릉은 왜 이렇게 무더운 도시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지리적 이유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기상청 예보관실 관계자는 "여름 한반도에는 남서풍이 부는데 육지에서 계속 뜨거워진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에 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리적 조건은 강릉은 물론 인근 속초나 동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도시는 강릉만큼 기온이 오르지 않습니다.

오늘(3일) 속초의 낮 최고 기온은 36.3도, 동해는 35.7도였습니다.

강릉보다 2~3도가량 낮습니다.

이에 기상청 측은 "강릉은 경포대 해변을 제외하면 기온 측정 장비가 있는 도심이 바다에서 약 5㎞가량 내륙이지만 속초 동해는 바다에 완전히 붙은 도시"라면서 "최근 해수면 온도가 약 26도인 걸 고려하면 바닷바람이 이들 도시 기온을 내려 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낮은 습도 덕에 체감온도가 측정 기온보다 낮아


인구가 집중된 도심이 지리적으로 '살짝' 내륙으로 들어가면서 강릉은 비교적 시원한 해수면 덕을 못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나쁜 영향만 있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인 제주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어제 제주의 낮 최고 기온은 33.8도였습니다.

하지만 높은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는 34.2도였습니다.

제주의 한낮 습도는 52%였고 어제 하루 평균 습도는 72%였습니다.

같은 날 강릉의 한낮 습도는 39%, 하루 평균도 56%였습니다.

그 덕에 측정된 최고 기온은 37.8도였어도 같은 시간 체감 기온은 이보다 낮은 36.3도였습니다.

사방이 바다인 제주에 비해 바닷바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겁니다.

경포대 해변이 아닌 강릉 시내는 시원한 바닷 바람 혜택을 못 보고 있다. 〈자료= JTBC 뉴스룸〉

경포대 해변이 아닌 강릉 시내는 시원한 바닷 바람 혜택을 못 보고 있다. 〈자료= JTBC 뉴스룸〉

강릉 이제 시도 때도 없이 최고 기온 찍어


강릉에선 늦겨울에도 이상기온급 고온 현상이 관측됐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월 7일 전국 대부분 지역은 한낮 기온이 20도를 웃돌았습니다.

이날도 전국 최고 기온은 24.2도를 찍은 강릉 몫이었습니다.

1911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3월 상순(1일~10일) 기준 가장 높은 기온이라고 기상청은 밝혔습니다.

강릉은 봄에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또 기록했습니다.

지난 5월 16일에 35.5도까지 오른 겁니다.

당시 '이상고온'이라던 서울과 대전도 각각 31.2도, 31.1도였는데 이보다 4도 이상 높았던 겁니다.

이제 한반도는 기후변화의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한여름에는 동서남북 대도시 중소도시 어디에서도 무더위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중 강릉은 적어도 데이터에 근거해 본다면 명실상부한 가장 무더운 도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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