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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구원한 '불멸의 세포'…70여년 만에 보상 결정

입력 2023-08-0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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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헬라세포. 불멸의 세포로 불리며 질병관련 연구에 활용돼 수많은 업적으로 이어졌다 〈사진=미국 국립보건원〉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헬라세포. 불멸의 세포로 불리며 질병관련 연구에 활용돼 수많은 업적으로 이어졌다 〈사진=미국 국립보건원〉

소아마비와 결핵 등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불멸의 세포' 주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70여년 만에 이뤄지게 됩니다.

가디언 등 외신은 현지시간 1일 불멸의 세포로 불리는 '헬라(HeLa) 세포'의 주인인 헨리에타 랙스의 유족이 바이오 기업 서모피셔 사이언티픽으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1951년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에 살던 31세의 흑인 여성 헨리에타 랙스는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자신의 암세포를 도둑맞았습니다.

일반적인 동물이나 사람의 조직에서 떼어낸 세포는 50세대 정도 분열하면 소멸했지만 랙스의 암세포는 영양공급이 이뤄지면 수천 번, 수만 번 무한히 증식하는 불멸의 성질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헬라세포의 주인인 헨리에타 랙스. 1951년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은 뒤 8개월만에 사망했다. 이후 무단채취된 암세포가 헬라세포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헬라세포의 주인인 헨리에타 랙스. 1951년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은 뒤 8개월만에 사망했다. 이후 무단채취된 암세포가 헬라세포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후 랙스의 암세포는 '최초로 배양에 성공한 인간세포'로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공유됐고, 주인인 헨리에타 랙스에서 이름을 따와 '헬라(HeLa) 세포'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이 헬라세포는 이후 바이러스학과 암 연구 분자생물학 등 주요 생물학 표준 연구 재료로 사용되며 과학계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헬라세포를 이용해 얻은 대표적인 업적은 소아마비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며 이외에 결핵과 항암 치료제는 물론 불치병으로 알려졌던 파킨슨병과 에이즈 치료제 개발과 함께 시험관 아기, 유전자지도 등 각종 연구에 활발히 활용됐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헬라 세포와 관련된 연구는 11만 개 이상의 과학 간행물로 발행됐으며 과학계는 무한분열을 통해 현재까지 사용된 헬라 세포를 무게로 따지면 5,000만 톤, 길이로 따지면 10만7천 킬로미터로 지구 세 바퀴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판매되고 있는 헬라 세포 〈사진=온라인캡처〉

현재도 판매되고 있는 헬라 세포 〈사진=온라인캡처〉


이 과정에서 제약회사와 연구소 등은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현재도 헬라 세포는 최소 380달러(50만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숨진 랙스는 물론 가족들도 아무런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했고 세포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20년간 모른 채 지내다 2021년에 이르러서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을 당한 서모피셔 사이언티픽은 결국 비공개 협상 끝에 랙스의 유가족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비공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2020년 영국에 본사를 둔 아브캄 PLC는 헨리에타 랙스 재단 후원을 통해 랙스의 후손들에게 과학과 기술, 수학 분야의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캘리포니아대 연구소도 관련 수익 일부를 재단에 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헨리에타 랙스 유가족 소송단이 법정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헨리에타 랙스 유가족 소송단이 법정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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