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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모른다'…골프 '슬로 플레이어'에 대한 조언

입력 2023-07-31 17:43

시간다, '슬로 플레이'로 2벌타 후 '자진 실격'
R&A, "항상 칠 준비가 돼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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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다, '슬로 플레이'로 2벌타 후 '자진 실격'
R&A, "항상 칠 준비가 돼 있어야"

골프 아마추어인 한 지인이 언젠가 라운딩 도중 동료로부터 핀잔을 들었습니다. "허허, 헤드로 땅을 열 번을 치네" 스윙을 열 번 한 것은 아니고 살짝살짝 헤드가 잔디를 건드리면서 리듬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티샷을 준비하는 어드레스 자세에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지적한 것이죠. 이 잔소리를 한 친구는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이른바 '연습 스윙'을 하지 않고 바로 샷을 날립니다. 그러니 샷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인의 골프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죠.

내가 '슬로우 플레이어' 인지 자신은 모른다

내가 '슬로우 플레이어' 인지 자신은 모른다


샷을 준비하는 시간은 공을 잘 치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초보여서 머릿속에서 생각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구력이 꽤 있는 플레이어도 마치 프로 선수처럼 한샷 한샷 신중하게 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본인의 이른바 '루틴'이 된 것이죠.

지난 주말에 끝난 올 시즌 네 번째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슬로 플에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투어 2승 경력의 세계랭킹 50위의 카를로스 시간다가 2라운드에서 슬로 플레이로 2벌타를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다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자진 실격' 처리가 됐습니다. 시간다는 하루가 지나 자신의 SNS를 통해 "LPGA가 특정 선수를 찍어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슬로 플레이'로 2벌타를 당한 카를로스 시간다 (스페인. 세계랭킹 50위) = AP 연합뉴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슬로 플레이'로 2벌타를 당한 카를로스 시간다 (스페인. 세계랭킹 50위) = AP 연합뉴스


PGA 룰(5.6b)에 따르면 "플레이어는 라운딩 내내 신속하게 플레이 해야 한다. 신속한 플레이를 독려하기 위해서 위원회가 '플레이 속도 규정(Pace of Play Policy)'을 만들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현대 골프는 특히 TV 중계를 하기 때문에 경기가 지체되면 흥미를 잃을 수 있어 이 점이 더 강조되고 있죠.

다만 프로 선수들 뿐 아니라 글 초반에 소개해 드린 이야기처럼 아마추어들도 경기 속도에 민감합니다. 전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R&A가 2015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5만 6000명의 응답자 중 60%가 '시간이 덜 걸린다면 골프가 더 즐거울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리게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차례가 됐을 때 플레이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경기를 어떻게 하면 빨리 진행할 수 있을까요? R&A는 다른 사람이 플레이를 하고 있을 때 다음의 세 가지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 장갑을 낀 상태로 자신의 볼 위치로 걸어간다
· 원하는 거리를 재고 라인을 정렬한다
· 클럽 선택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한 마디로 볼을 칠 준비가 다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전 사람이 치고 있는 모습을 마냥 구경만 하고 있다가 자기 차례가 왔을 때 그 때서야 이런 준비를 시작한다면 안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같이 플레이를 하는 동반자 중 한 명은 꼭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된 사수부터"라는 말을 외치곤 하죠.

R&A의 조언대로 경기를 진행하면 프리샷 루틴을 포함해 한 사람이 한 샷을 하는데 5초 이내의 시간이 걸립니다. 만약 4명의 플레이어가 각각 80타를 친다고 가정하면 '80타 X 5초 X 4명 = 26분 40초'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만약 평균 90타라면 30분, 100타라도 33분이 소요된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오는 거죠. (홀간 이동이나 그늘집에서 쉬는 시간 등의 변수는 따로 계산해야겠지요.) 하지만 사실 우리는 미국과 달리 카트길이 따로 있고 캐디가 뛰어다니며 채를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긴 합니다.

R&A는 ″항상 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처 R&A)

R&A는 ″항상 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처 R&A)


R&A는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중요한 조언을 하는데요. 바로 모든 플레이어가 다른 사람이 친 볼이 날아가는 걸 유심히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로스트볼'을 찾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겠죠. 시간도 시간이지만 잘 친 볼을 찾지 못할 때처럼 속이 상할 때가 없고, 반대로 동반자가 어렵게 공을 찾아줄 때 그보다 고마울 때가 없죠.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플레이 하는 선수는 앞조에 있는 선수들이고, 가장 빨리 플레이 하는 선수는 뒷조 선수들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플레이는 느긋하게 봐주는 약간의 배려, 나의 플레이는 항상 칠 준비가 된 신속한 매너. 주말 골퍼들이 골프를 더 즐겁게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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