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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한국은 어땠어? "복잡해서 단순하고, 단순해서 복잡해"...그리에즈만이 남긴 것

입력 2023-07-31 17:24 수정 2023-07-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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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trop simple d'etre complique, c'est complique d'etre simple."
복잡하다고 하기엔 너무 단순하고, 단순하다고 하기엔 복잡하다.
그리에즈만이 남긴 한 컷. 그 배경엔 팬들의 환호가 담겨 있습니다. (사진=그리에즈만 인스타그램)

그리에즈만이 남긴 한 컷. 그 배경엔 팬들의 환호가 담겨 있습니다. (사진=그리에즈만 인스타그램)


프랑스 앙투안 그리에즈만(32)의 글입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창 너머로 바라본 풍경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적은 촌평인데 참 뜨끔하죠. 서울에 처음 온 것 같은데 누구보다 서울을 여러 번 다녀갔고, 그래서 이 도시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에즈만이 바라본 서울은 어땠을까. 내밀하게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지만 첫 인상은 '단순함 속 복잡함'이었습니다. (사진=그리에즈만 인스타그램)

그리에즈만이 바라본 서울은 어땠을까. 내밀하게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지만 첫 인상은 '단순함 속 복잡함'이었습니다. (사진=그리에즈만 인스타그램)

뜨끔한 촌평...의도가 무엇이든 서울에 대한 관점 흥미

그리에즈만의 단상이 개성 없는 획일적인 서울의 모습을 꿰뚫어 본 건지, 아니면 보다 내밀하게 단순함 속에 감춰진 복잡한 도시의 얼굴을 들여다본 건지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식을 토대로 풀어보면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서울의 풍경이 전한 첫인상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조금 더 일정이 길어 보통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봤으면 더 좋았겠죠. 그 평가가 무엇을 의도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개인의 인상비평일 뿐이지만 그래도 서울에 대한 관점을 전하려 한 게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어린 팬들의 환호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리에즈만. 이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담았습니다. (사진=그리에즈만 인스타그램)

어린 팬들의 환호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리에즈만. 이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담았습니다. (사진=그리에즈만 인스타그램)

'호날두 트라우마' 겪은 팬들에겐 위로의 시간

그리에즈만이 바라본 서울만큼이나 우리 축구 팬들이 바라본 그리에즈만도 달랐습니다. 그냥 축구 잘하는 선수로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스타였죠. 과거 한국을 찾았지만 1분도 안 뛰고 갔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한 트라우마 때문일까요. 그때부터 축구 스타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구단의 수익을 위한 짧은 투어, 더구나 뜨겁고 습기 찬 한국의 여름을 버티긴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겐 마지못해 하는 동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죠.
그리에즈만은 7월25일 입국하면서도 팬들의 사인 요청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그리에즈만은 7월25일 입국하면서도 팬들의 사인 요청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모습 처음이야...파도 응원까지 함께 할 줄은

그리에즈만에겐 적어도 그런 느낌은 없었습니다. 갈채를 보내는 팬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6만이 넘는 팬들이 파도 응원을 하자 지휘자처럼 독려하면서 같이 그 열기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과거 바르셀로나 시절 일본 원정에 갔을 때 우스만 덤벨레의 일본 비하 발언에 동조하듯 웃고 있던 그리에즈만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그리에즈만은 '팀K리그'와 경기,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 2연속 선발출전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그리에즈만은 '팀K리그'와 경기,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 2연속 선발출전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프리시즌 투어의 목적은 오로지 돈일까?

축구를 매개로 선수와 팬이 그리고 도시가 서로를 알아가는 것, 상업성 하나로 움직이는 프리시즌 투어에서 그나마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 경기는 우리 축구 팬들이 무엇을 갈망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남겼습니다.
 그리에즈만이 두 팔을 벌려 축구팬들의 성원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그리에즈만이 두 팔을 벌려 축구팬들의 성원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좋은 축구'라면 누구든 열광한다

누가 이기는지를 보려고 온 것 같진 않았습니다. 높은 수준의 축구 한 장면 한 장면에 환호하고 탄식하며 몰입했습니다. '좋은 축구'에 대한 동경과 선망이겠죠. 축구를 바라보는 기준이었던 우리나라의 승리, 우리 선수의 골 같은 애국주의적(?)인 관점이 사라지자 또 다른 축구가 보이는 듯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어는 그리즈만이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언제나 그렇듯,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어는 그리즈만이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팬을 향한 존중...'스타'를 다시 보는 시간

그 속에서 스타라 불리는 선수들의 태도 역시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엘링 홀란은 유니폼을 두 개나 관중석을 향해 던져주고 떠났죠. 그리에즈만 역시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선수와 팬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축구 너머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간으로 남았습니다. '단순한듯 복잡하고, 복잡한듯 단순한' 그 무엇을 주고 받았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그리에즈만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사진들이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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