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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 일 못 해" vs "냉방 가동하고 얼음물 등 제공중"…쿠팡 폭염파업 노사논란

입력 2023-07-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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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파업도 기후변화로 변하고 있습니다.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닷새 뒤 8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선언했습니다.

시즌 특성을 고려하면 전형적인 하투(夏鬪)입니다.

하투란 해마다 7~8월 노동자들이 펼치는 쟁의행위를 말합니다.

보통 회사에서 노사는 상견례를 6월쯤 시작합니다.

이후 양측은 임단협 협상을 시작하고 요구 사안을 주고받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파업'인데 시기상 7~8월이 됩니다.

이때 비슷한 상황에 놓인 동종 업계 노조는 산별로 '총파업'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름과 관련은 없지만, 시기상 여름에 이런 파업이 집중되면서 '하투'(여름 투쟁·夏鬪)라는 단어가 생긴 겁니다.

이번 쿠팡 노조의 파업은 시기상 전형적 '하투'입니다.

그런데 전형적 하투와 다른 점은 진짜 여름 무더위와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오늘 오전 전국공공운수노조 노동자들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무더위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자료=전국공공운수노조〉

오늘 오전 전국공공운수노조 노동자들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무더위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자료=전국공공운수노조〉


실내체감온도 휴식시간 고용부 지침 지켜라


노조는 오늘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짜 더워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들어봤습니다.

폭염 시기 매시간 10~15분 휴식 시간 보장 등 혹서기 대책 수립입니다.

문제는 폭염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을 어떻게 하냐는 겁니다.

다행히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현장 체감온도 33도일 때는 시간당 10분, 체감온도 35도일 때는 시간당 15분의 휴식 시간을 사측이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부터 폭염시기 물류센터 온도 감시단 활동을 선포했다. 〈자료= JTBC 뉴스룸〉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부터 폭염시기 물류센터 온도 감시단 활동을 선포했다. 〈자료= JTBC 뉴스룸〉

정성용 전국공공운수노조쿠팡물류센터 지회장은 "꽉 막힌 물류센터에 에어컨이 거의 없을 때는 실내온도가 38도까지 올랐었다"면서 "현재는 일부 물류센터의 일부 구역만 냉방시설이 설치됐는데 이걸로는 노동자들이 무더위를 넘기기 힘들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일부 센터의 실내 체감온도는 34.5도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게 사실이면 고용부 지침상 매시간 10분씩은 무더위 휴식 시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해당 온도는 물류센터 어느 공간에서 언제 측정했는지 알 수 없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얼음팩, 아이스크림까지 무제한 제공 중"


이에 대해 사측에 물어봤습니다.

쿠팡 관계자는 "전국 모든 물류센터에 에어컨과 에어서큘레이터, 냉방팬 등을 골고루 설치 중이고 추가 설치도 계속 이뤄지는 중"이라며 "여기에 얼음물과 얼음팩을 무제한 제공하고 아이스크림까지 무제한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류센터가 노동자들에 매우 쾌적한 환경은 아니지만, 무더위를 덜 느끼도록 회사 차원에서 노력 중이라는 얘기입니다.

쿠팡 노조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곧바로 극단적 대치로 향하는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8월부터 노동자들이 순차적으로 연차와 보건휴가, 결근, 파업을 번갈아 낼 계획입니다.

전세계 노동자들 무더위로 파업?


이런 무더위 파업은 쿠팡에서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 공장 노동자들도 최근 무더위에 파업을 계획 중입니다. 그러자 사측은 무더위 기간 조기 퇴근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나폴리 인근 지역의 배터리 제조업체 마그네티 마렐리 공장 근로자들은 실제 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사측과 휴식 시간을 협상 중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아크로폴리스 등 고대 유적지 직원들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전체 직원이 지난 20일부터 하루 4시간씩 근무를 중단하면서 관람 시간도 바뀐 상황입니다.

기후변화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바꿨습니다.

전 세계에서 "더워서 일을 못 하겠다"는 노동자들이 속출하는 겁니다.

기업들도 냉방기기 설치든 근무시간 조정이든 기후변화에 따른 근무 환경 개선을 중요 업무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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