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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금징어' 된 동해안 오징어…어획량 급감에 어민들 울상

입력 2023-07-27 20:42 수정 2023-07-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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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징어 하면 주문진이었는데, 그 주문진에서도 오징어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중국이 싹쓸이 해가는데 수온까지 높아지며 씨가 마른 겁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오징어를 '금징어'라고 부르고 있고, 어민들은 잡을수록 손해여서 울상입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항구 앞 가게입니다.

이름도 '오징어 동네'입니다.

그런데 수조가 텅 비었습니다.

[주문진항 방문객 : 오징어 없어! {오징어가 안 보이네.}]

오징어 대신 보리새우와 가자미를 다듬습니다.

[박순옥/주문진항 상인 : 우리도 간판 바꿔야지 돼, 이제. 아예 오징어가 안 나니까 사람이 없어.]

대부분의 배들이 조업을 포기한 채 항구에 정박해 있습니다.

바다에 나간다 하더라도 오징어를 거의 잡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이 배도 보름 넘게 작업을 못 나갔습니다.

지금쯤 바다에 나가 있어야 할 배들이 길게는 한 달째 쉬고 있습니다.

[김성기/오징어잡이 배 선장 : 이거 뭐 창피해서 얘길 못 하겠네. 마릿수로 하면 한 400마리. 기름값, 선원 부식값, 선원들 인건비 이렇게 하면 하루에 경비가 200(만원)씩 나가요. 그러니까 타산이 안 맞고.]

갓 잡은 수산물이 모이는 경매장입니다.

한창 경매가 열리고 있는데요, 가자미나 우럭 같은 품목은 거래되고 있는데 오징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김대용/강릉시 수협 계장 : {오늘 오징어는 안 들어와요?} 네, 요새 오징어가 아예 없어요.]

오징어로 유명한 주문진항 시장에서도 오징어 찾기는 힘듭니다.

[박완호/주문진 어민수산시장 상인 : 너무 비싸서, 단가가 안 맞아서 판매를 못 하고 있어요.]

이곳 오징어난전은 어민들이 잡아온 오징어를 맛볼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지금이 한창 손님이 많을 대목인데요.

제가 지나가는 점포들, 이 점포까지 문을 닫았습니다.

점포 24개 중에서 절반 가까이가 영업을 안 합니다.

물량이 적으니 당연히 가격이 높아졌습니다.

[속초 오징어난전 방문객 : 이거 얼마씩이에요? {한 마리에 15000원이에요.} 어우, 야.]

문을 열수록 손해입니다.

[박삼숙/속초 오징어난전 상인 : 6일 동안 장사해서, 한 80만원 밑졌어요. 내가 30년 경력인데 이런 해는 처음이에요, 지금. 이렇게 (오징어가) 안 나보기는 처음이라고. 못 살겠어요, 진짜.]

몇몇 횟집에선 아예 다른 지역에서 오징어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속초 횟집 상인 : 서해 아니면 저기 부산 쪽에서.]

강원도 동해안에서 올해 잡힌 오징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최근 3년 평균에 비해선 70% 넘게 줄었습니다.

중국 어선들이 오징어를 마구잡이로 잡아가 자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동해안 수온이 오징어가 좋아하는 수온대보다 높아지면서 더 빨리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결국 어민들은 오징어를 잡으러 돈을 내고 러시아까지 가게 됐습니다.

[최천복/오징어잡이 배 선장 : 비싼 돈 주고 어렵게 어렵게 러시아 가는 거거든. 예측은 못 해요. (오징어가) 있으려나, 없으려나.]

달라진 바다는 누군가의 생계부터, 익숙한 일상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오징어 하면 동해안을 떠올리는 것도 머지않아 옛날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박태용 / 영상디자인 : 허성운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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