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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밀수' 류승완 감독, 수중액션으로 또 이긴 딜레마

입력 2023-07-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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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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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밀수'를 통해 수중 액션 도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해양범죄활극 '밀수'로 여름 시장에 컴백한 류승완 감독은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밀수'는 수중 액션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는 말에 "이 영화를 시작하고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고 운을 뗐다.

류승완 감독은 "난 기본적으로 액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액션을 바탕으로 작품마다 시대를 바꿔보기도 하고, 인물 직업을 바꿔보기도 하고, 총을 들고 싸우다가 칼을 들고 싸우기도 하고, 와이어 타고 날아보기도 했다. 근데 물 속 액션을 펼친다는 건 나 스스로에게도 되게 새로웠다. 가늠이 잘 안되기도 했다"며 "이를테면 SF 영화처럼 무언가를 쫙 펼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특수 존재들이 아닌 현실적인 인물들이 물 속에서 액션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류승완 감독 입장에서 해녀는 초능력자에 가까운 존재였다고. 루승완 감독은 "해녀 분들의 잠수 기록을 봐도 놀랍고, 생존하기 위해 어떤 동력의 인계점을 벗어나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사람들과 함께 액션을 한다고 하면 어떤 새로운 것들이 펼쳐질 것 같았다. 특히 장비 없이 맨 몸으로 한다? 서스펜스가 크게 생길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액션을 하다 보면 늘 중력의 작용을 받는다. 때리고 맞을 때 고통스러운 느낌은 결국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근데 물 속에서는 중력의 저항을 받지 않으니까 수직의 움직임이 생길 수 있고, 그런 면에서 이전에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후반부 춘자와 장도리의 액션은 인물이 둥둥 떠있는 상태에서 몸부림을 친다. 때론 일부러 멋있게 보이려고 고속 촬영을 하는데 물에서는 어쩔 수 없이 움직임이 느려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요소들이 이전에는 만들지 못했고 이후에도 이런 환경을 굳이 따라가지 않는다면 만들지 못할 배경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시도하게 됐다"고 단언했다.

'새로움'이라는 키워드는 감독에게 딜레마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류승완 감독은 "나 같이 만들어 놓은 영화들이 여럿 있는 경우는 항상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어떻게 이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만들어 놓은 필모그래피에 의해서 기대치,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관객도 어떤 데이터 안에서 충족이 되고, 되지 않는 기대치가 생기는 것 아닌가. 장르 영화를 하는 감독들의 숙명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익숙함을 얼마나 잘 충족시켜주면서 얼마나 더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항상 부딪치는 문제다"라고 거듭 언급한 류 감독은 "그 밸런스 조절이 잘 안 이루어졌을 때, 떄론 너무 낯설어서 외면 당하고, 때론 너무 뻔해서 '재탕해?' 소리를 듣는다. 언제나 살얼음판이다. 근데 이번 같은 경우는 바다를 배경으로 물 속에서 펼쳐지는 본격적인 액션 영화라는 측면에서 나 스스로 충분히 새로웠고, 장르적인 특성을 놓고 봐도 '밀수'라는 제목에서 딱 연상 되는 것이 있지 않나. 익숙함과 새로움의 밸런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탄생한 수중 액션은 볼 맛 가득한 눈호강 장면들을 선사한다. 류승완 감독에 따르면 무술팀 외 싱크로나이즈 팀의 도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싱크로나이즈 크루를 이끄는 김희진 코치에게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한 류승완 감독은 "우리 무술 감독님이 많이 열려 있는 분이라, 이런 저런 액션 디자인을 하는데 '이건 우리 스턴트 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은 전문가 분들이 하는 게 맞다'고 먼저 제안을 주셨다. 그래서 자문을 구할 팀을 찾다가 김희진 코치를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류승완 감독은 "싱크로나이즈 팀이 무술 감독님과 함께 물 속에 들어가 여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자료를 보내줬다. 거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와, 이건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것도 나오네?' 싶더라. 그 중 하나가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의 물 속 크로스 신이다. 시나리오에서는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이었는데, 물 속에서 서로를 당기며 위치를 바꾸는 걸 테스트 과정에서 본 것이다. '이건 써야겠다' 바로 선택했다"고 흡족해 했다.

수준 높은 결과물은 결국 끊임없는 테스트와 연습에서 이뤄진다는 게 만고의 진리다. 류승완 감독은 "자주 이런 비유를 하는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과 비슷하다. '코끼리를 냉장고 앞에 데려다가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문을 닿는다'"라며 웃더니 "영화는 수 많은 전문가들이 어우러져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제안하고, 배우들과 모든 크루들이 머리를 맞대서 짜다 보면 어느 순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영화 만들기를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 인 것 같다"고 진심을 표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26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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