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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생잘' 하윤경 "전생 있다면 장군이었을 것 같다"

입력 2023-07-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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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경,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윤경,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생이 있다면요? 주변에서 장군감이란 얘길 많이 들어서 장군이었을 것 같아요. 하하하."


배우 하윤경(30)이 tvN 주말극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신혜선(반지음)의 전생인 윤주원의 동생이자 안동구(하도윤)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인물 윤초원을 소화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봄날의 햇살' 최수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밝고 통통 튀는 투명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선사했다.

종영 소감에 대해 묻자 하윤경은 "촬영이 지난 1, 2월쯤 끝나 시청자 입장으로 봤다. 내가 못 본 장면들이 더 많기 때문에 설렘을 가지고 봤다. 많은 분이 좋은 평을 해줘 기분이 좋다. 산뜻하게 마무리가 된 것 같다"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데뷔 후 처음으로 많이 쉬었던 것 같다. 항상 크고 작은 작품들을 계속하면서 안 쉬고 그랬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쉬었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이정은 선배님의 청년 시절로 짧게 나오는데 그거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엔 운동하고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 만나 놀고 그랬다. 힐링을 하다 못해 이젠 일을 좀 하고 싶은 시기인 것 같다. 근질근질하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경우 원작 웹툰 자체가 유명했다.

"원작을 재밌게 봤기 때문에 하고 싶었다.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원작이 있다 보니 싱크로율을 많이 걱정하지 않나. 2D 속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부담감, 물론 원작을 토대로 한 작품들 모두 동반하는 부담감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작품을 잘 해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고민했던 것 같다."
하윤경,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윤경,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초원이란 캐릭터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전형적인 깜짝하고 앙증맞은 느낌인데 난 객관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느낌은 비슷하지만 앙증맞은 사람은 아니다. 초원이처럼 귀여운 모습으로 사랑받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스타일링 자체를 밝은 색감을 많이 사용해서 통통 튀는 느낌으로 가려고 했다. 캐릭터 준비를 위해 보이스톤을 좀 더 높이고 말투도 귀여운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귀여운 척까지 안 가게끔 그 선을 최대한 지키면서 했는데 잘 표현이 됐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주변의 반응은.

"나의 원래 성격은 털털한 편이고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가진 최대한의 사랑스러운 친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원작과 다른 느낌을 받았을 수 있겠지만 편안한 지점으로 생각되게끔 하려고 했다. 절친들은 보면서 '네가 뭔데 깜찍하게 저러고 있냐?'라고 짜증을 냈다. 엄마, 아빠는 예쁜 옷 입고 예쁘게 나온다고 좋아했다."

-전생과 환생에 대해 믿나.

"믿는 마음도 있고 믿지 않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토속신앙이나 민속신앙은 미신이라고 하면서 믿지 않나. 중의적인 마음이 드는데 이번에 하면서 (전생과 환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생에 내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상상 자체가 창의력을 자극해 재밌더라. 상상하고 공상하는 걸 평소 좋아한다. 이 작품은 공상을 할 수 있어 더 재밌던 것 같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어 있을까 상상하게 되고 그런 지점이 지금을 더욱 열심히 살게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전생이 있다면, 후생이 있다면.

"전생에서 남성이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여성의 삶 밖에 못 살지 않나. 남성의 삶과 여성의 삶을 모두 살아봤다면 이해의 폭이 더 넓지 않겠나 싶다. 이해력도 높아지고 포용력도 높아질 것 같다. 배우로서 스펙트럼 역시 넓어질 것 같다. 주변에서 내게 장군감 같다는 얘길 많이 하는데 전생에 장군이었으려나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웃음) 후생엔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고양이의 마음을 너무 알고 싶다. 고양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니까 고양이로 태어나 우리 고양이들에게 못 해준 것들을 보답하며 살고 싶다."

-배우 신혜선 때문에 출연을 더 결심했다고 들었다.

"혜선 언니의 작품을 보면서 연기를 잘하고 기본기가 무척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쉬지 않고 열심히 하더라. 내가 바라는 모습이기도 해서 같이 하면 배울 점이 많겠다 싶었다. 정말 털털한 분이라고 들어서 같이 하면 잘 맞지 않을까 싶었다. 믿고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진짜로 잘 맞고 언니랑 할 때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재밌었다."

-로맨스에 대한 갈증은 채웠나.

"로맨스적인 부분이 부각된 캐릭터라 좋긴 했는데 갈증은 남아있는 것 같다. 좀 더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 완전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코미디에 욕심이 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정통 로맨스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짝사랑이나 가슴앓이를 하는 모습이 많아 배우로서 고민할 지점이 많아 더 좋았는데 최대한 다양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윤경,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윤경,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작품을 소화하며 공감됐던 포인트가 있다면.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 공감 능력이 높아서 상대방이 힘들어하면 같이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난다. 초원이가 그런 면이 있다. 언니는 앞에서 담담하게 말하는데 초원이가 울먹울먹 하면서 듣지 않나. 그런 지점이 비슷하다. 좋아하는 사람에 한정해 공감하는 편이고 그런 지점을 연기하는 게 좋았다."

-동료 안동구, 안보현과의 호흡은.

"나보다 어린데 진짜 너무 착하고 순수하다. 배려심도 많다. 현장에서도 진짜 배려를 많이 해줬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보현 오빠도 진짜 잘 챙겨주는 스타일이다. 나보다 현장 경험이 많지 않나. 붙는 장면이 많지 않았지만 잘 챙겨줘서 금방 친해졌다. 촬영하는 도중 내 생일이었는데 몰래 케이크를 사 와서 생일 파티를 해줬다. 너무 감동이었다."

-'봄날의 햇살' 최수연과 어떤 점이 달랐다고 생각하나.

"수연이는 불의를 못 참는 성격에 걸크러시한 면이 있는 츤데레 같은 스타일이다. 표현에 서툰 편이다. 초원이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타입이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투명한 사람이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무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음이 선하고 따뜻한 친구인 건 교집합이지만 행할 때 다름이 보이는 것 같다. 연기하면서 되게 다르다고 느꼈다."

-윤초원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초원이는 사랑스럽게 다 표현하지 않나. 근데 우리 일상에서 그렇게 솔직해지기 힘들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표현을 안 하지 않나. 설사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내게 상처가 되는 일을 가져올지라도 후회 없는 행동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언제 헤어질지도 모르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미련 없이 표현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초원이 같은 긍정적인 사람이 주는 에너지를 닮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친구들의 반응은.

"다들 너무 바빠서 보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주)종혁 오빠가 봤다고 연락이 왔다. 워낙 친하고 서로 놀리는 사이라 욕할 줄 알았는데 '예쁘고 잘하던데?'라면서 좋았다고 칭찬해 줬다. 지금도 계속 피드백을 주고 있다. 은빈이도 1, 2회 했을 때 우리 집에 놀러 왔었다. 너무 예쁘게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칭찬해 주더라. (박)은빈이가 너무 바쁘니 봤을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그렇게 얘기해 줘 감동이었다."

-'우영우' 이후 첫 작품이라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다음 작품 뭐 할 거냐, 이 시기가 중요하다, 더 좋은 작품 해야 한다 등 이런 얘긴 진짜 잘 모르겠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 불행해지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끌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거고, 내가 하면서 즐겁고 배우는 게 많은가 그 지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량이 커질수록 책임감과 부담이 커지는 건 맞지만 너무 부담이 커지면 연기가 얼어붙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은 촬영 전까지만 가진다."

-판타지 소재의 작품을 연기하며 가장 신경 썼던 점은.

"일단 작품이 비현실적인 소재이지 않나. 판타지 소재라서 최대한 시청자들이 납득될 수 있게 연기를 설계해야 하는 게 많았다. 천천히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환생해서 돌아왔다는 걸 믿는 건 쉬운 게 아니지 않나. 많은 의논을 통해 장면을 만들어야 했고 용기 있게 얘기하고 서로 수용해 주는 배움의 연속이었다. 사람이 간절하면 무언가 믿어보자는 선택을 하게 되지 않나. 가볍지 않게 진짜 애절하고 절절하게 보여야 아무리 의심스럽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일지라도 믿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여름에 촬영을 시작해 겨울에 끝났다.

"오히려 날씨는 참을만했는데 우는 장면이 많았다. 방송된 분량보다 실제 우는 신이 더 많았는데 감독님한테 '이렇게 많이 울면 안 된다. 감동이 줄어든다'라고 어필을 했다. 우는 장면이 많아서 심적 압박이 많았다. 눈물이라는 게 자동적으로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늘 잘 나왔다. 환생한 언니가 돌아오고 언니를 믿어보겠다고 하고. 앞으로도 겪을 일이 아니고 겪어본 적도 없는 일인데 오히려 감정이 잘 올라왔다. 혜선 언니와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났을 정도 서로에게 좋은 케미스트리였던 것 같다."

-오디션 안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는데 그걸 이뤘다.

"언제 또 오디션을 보러 가는 입장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먼저 (작품) 제안을 해줘 진짜 감사하다. 오디션을 안 보고 대본을 먼저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뤄져 감사드린다. 이제 빨리 다음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다음 목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다."
하윤경,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윤경,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악역에 대한 욕심도 있나.

"해보고 싶은데 내가 그렇게 악하지는 않은가 보다.(웃음) 모든 배우들이 가진 로망이지 않나. 악역을 잘 해낼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배우들은 자기가 안 해본 것 덜 해본 것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다. 독립영화 자체가 생활에 접근하는 게 많아 생활 밀접형 연기를 많이 해왔다. 에너지를 많이 안 쓰니까 에너제틱한 인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에너지를 뿜어내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최근에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너무 재밌게 봤다."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좋은 학교로 정평이 나 있지 않나. 신인이고 무명일 때는 그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뭔가 기대에 충족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한예종 출신이란 말 자체가 자만처럼 느껴지면 어떻게 하지,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면 어떻게 하지 싶어 나서서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학교 자체가 워낙 개인주의적이다. 선후배보다는 동등한 동료로서 접근하기 때문에 군기가 없다. 각자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사회에서 만나면 반가울까 싶었는데 실제로 만나니 모르는 친구여도 정말 반갑더라.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도 두 명이 더 있었는데 내게도 학연이 있는지 반갑고 뿌듯하고 좋았다."

-요즘 관심사는.

"체력이 정말 중요하더라. 체력이 떨어지면 예민해지지 않나. 예전엔 열정, 의지가 있었다면 이젠 늘어지는 게 생기더라. 늘어지니까 한없이 늘어지려고 하는 게 있어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든 몸이든 늙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 운동(필라테스, 홍제천 걷기)을 다니고 있다. 해도 많이 보려고 한다. 배우들이 쉴 때 가장 우울해지는데 나 역시 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우울함을 표하지 않고 잘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공상이 심해서 잠을 잘 못자는데 잘자야 건강해지더라. 요즘 건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영우' 시즌2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궁금하다.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촬영할 때 결과와 상관없이 찍으면서 너무 행복했던 작품이다. 기다려주는 분들이 많지 않나. 정말 재밌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그렇게 아름다웠던 추억을 소중하게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네티즌들도 두 가지로 나뉘더라. 유인식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감독님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너무 좋은 리더이기 때문에 감독님이 실제로 진행한다면 불가능은 없을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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