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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광대라고? 오히려 좋아!” 테크노 뽕짝의 원조 '신바람 이박사' [타인라인]

입력 2023-07-25 13:40 수정 2023-07-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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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몽키매직의 1인자, 테크노 뽕짝의 원조 '신바람 이박사'입니다. 좋아 좋아!”


이박사는 관광버스에서 마이크를 잡는 것으로 가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운전기사의 졸음을 쫓고, 승객의 흥을 돋우는 것이 그의 임무였습니다. 가사 없이 반주만 나오는 구간이 지루하게 느껴져 하나둘 추임새를 넣게 됐습니다. 호응을 얻기 위해 쉴 새 없이 애드리브로 내뱉었던 '좋아 좋아'.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습니다. 35년째 '뽕짝 외길'을 걷고 있는 이박사를 '타인라인'에서 만나봤습니다.
 
지난달 10일 경기 화성 매송면 '한마음 효 큰잔치'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박사

지난달 10일 경기 화성 매송면 '한마음 효 큰잔치'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박사


“Y M C A 조아조아조아 Y M C A 얼씨구 내가 누구냐 한국의 이박사 이제는 유명해졌어”
-이박사 '영맨'

이박사가 '관광버스 뮤지션'에서 가수 '신바람 이박사'로 정식 데뷔한 건 1989년입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한 유명 클럽 사장이 음반 발매를 도왔습니다. 정통 트로트와는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은 메들리 음악 18곡을 첫 앨범에 담았습니다. 결과는 '대히트'였습니다. 100만 장 이상 팔리며 빠르게 인기를 얻었고, '고속도로 휴게소 스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6년 뒤, 인생을 바꿀만한 기회가 찾아옵니다. 우연히 이박사의 노래를 들은 일본 소니뮤직레코드사 관계자가 일본 진출을 제안한 겁니다. “처음엔 일본식으로 하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나는 일본어를 모르니 그냥 한국어로 해보겠다 우겼지.” 그의 고집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박사 신드롬'은 금세 일본 전역에 퍼졌고, 당시 일본 팬들은 그의 노래와 인터뷰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원조 한류 스타였던 셈입니다. 'Y.M.C.A.'를 리메이크한 '영맨'의 가사처럼, 그는 정말로 유명해져 버렸습니다.

“세상이 끝난다 해도 노래 불러 손가락질받아도 언제나 뽕짝”
-이박사 '스페이스 환타지'

'뽕짝의 제왕'으로 일본에서 슈퍼 스타 반열에 오른 이박사, 정작 한국에선 쉽지 않았습니다. 그가 추구하는 '테크노 뽕짝'은 고속도로에선 먹혔지만, 대중들에겐 'B급 음악'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는 세상과 타협하는 대신, 세상에 자신을 증명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테크노 뽕짝', '뽕짝 트로트', '락뽕' 등 세상에 없던 장르를 창조해오며 말입니다. 최근 걸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250(이오공)은 지난해 발매한 앨범 '뽕'을 통해 이박사의 '뽕짝 발자취'를 되짚어보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0일 경기 화성 매송면 '한마음 효 큰잔치'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박사

지난달 10일 경기 화성 매송면 '한마음 효 큰잔치'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박사


“예술을 알면 돈이 멀어지고 돈을 알면 예술이 멀어져야 돼 그래야 음악가야 얼씨구 좋다~”
-윈디시티 '우주 몽키'(feat. 이박사)

'신바람 이박사'로 대변되는 그의 음악이 보여주듯, 그는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나는 장사꾼처럼 노래 팔아먹으려고 하면 잘 안 되더라고. 그래서 마음먹었지. 그냥 예술인이 되자.” 그런 그에게 누군가는 '광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합니다. 이박사는 도리어 고맙다고 말합니다. “광대가 나쁜 말인가? 빛날 광에 큰 대자, 얼마나 좋은 말이야!” (실제 광대의 한자 표기는 '넓을 광'을 빌린다.)

아직도 늦지 않았어 인생은 60부터야”
-이박사 '인생은 60부터'

'영광의 시대'를 채 누리지도 못하고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활동을 전면 중단한 이박사. 더는 예전처럼 큰 무대에 서지 못하지만,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지금이 '오히려 좋아 좋아'라고 말합니다. 요즘 그는 주로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어르신들이 모이는 지역 축제의 작은 무대를 즐깁니다. 인터뷰가 있던 날은 경기 화성의 '한마음 효 큰잔치'에서 공연을 펼친 날이었습니다. 실컷 즐긴 이박사에게 무대에서 내려오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물었습니다. “다음에 왔을 때 이분들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만나면 좋겠다. 또 만납시다. 좋아 좋아!”


■[타인라인]은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한 '타인'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더 많은 '타인'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JTBC 어니언 스튜디오' 를 구독해주세요!
■ 타인라인 출연 문의 = lee.sunhwa@jtbc.co.kr

(기획: 이선화 / 제작: 김동건 / 촬영: 김동건 안다빈 / 디자인: 천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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