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발생한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CCTV 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됐다. 〈사진=사건 CCTV 영상 캡처〉
어제(21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신림역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잔인한 상황이 그대로 담겨 영상을 본 이들이 "너무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영상 공유하지 말아달라"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26초 분량의 이 영상은 어제 온라인 여러 곳에서 '신림 묻지 마 칼부림 사건 CCTV 영상'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사건 현장 인근 통신사 대리점의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의 유포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에서 칼을 들고 트럭 옆을 지나던 33세 조모씨는 상가 앞에 서 있던 한 남성에게 다가가 흉기를 휘두릅니다.
넘어진 남성이 몸부림 치며 저항하지만, 조씨는 남성에게 수차례 흉기를 휘두른 뒤 달아났습니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트라우마 올 것 같다. 아이들이 볼까 무섭다", "구역질 나고 울렁거린다"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최초 유포자가 누군지 밝혀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퍼지는 잔인한 영상을 심약자나 미성년자가 볼 수 있는 만큼, 공유는 삼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흔히 '미디어의 누적 효과'라고 말하듯 미디어상에서 잔인하고 공격적인 장면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이 더 폭력인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을 정당화한다"며 "청소년 등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의 미성년자 등은 이런 장면들이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현행법으로는 잔혹한 영상을 유포했다고 해서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현재로써는 성범죄 처벌과 관련해서만 성 착취 동영상 유포를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잔혹해서 파급력이 있지만 처벌 수위는 벌금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경계심 없이 유포한다"며 "그러나 이런 영상은 판단 능력이 미숙한 사람들에게 '사회에 대한 불만을 억제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해소할 수도 있더라. 더군다나 사람들이 열광하더라'라는 크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동영상 유포 규제와 관련해서 공정식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공의 안전과 조화·균형을 고려해 실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공공의 안전이나 공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