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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아시아는 유럽의 중심에 설 수 없다? 김민재가 수비수라 가슴이 웅장해질 수밖에...

입력 2023-07-22 07:50 수정 2023-07-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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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심재원의 '최초', 2023년 김민재의 '최고'

22년 전입니다. 2001년 심재원이 독일 분데스리가로 갔습니다. 당시 2부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계약하자 언론은 유럽으로 향한 중앙수비수 '최초'의 발걸음에 주목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유망주들을 유럽으로 보내는 프로젝트 도움을 받았지만 수비수도 유럽에 나갈 수 있다는 꿈이 열린 순간이었습니다.
 
김민재의 일거수일투족은 독일에서도 관심사입니다. 바이에른 뮌헨 훈련이 끝나면 팬들은 여기저기서 김민재 이름을 부릅니다. (사진=AFP연합뉴스)

김민재의 일거수일투족은 독일에서도 관심사입니다. 바이에른 뮌헨 훈련이 끝나면 팬들은 여기저기서 김민재 이름을 부릅니다. (사진=AFP연합뉴스)

공격수와 달라...중앙수비수에게 유럽은 멀리 있었다

중앙수비수에겐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죠. 공격수가 유럽에 나가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수비는 공격에 비하면 눈에 띄진 않죠. 언제나 환호와 갈채는 공격수에게 쏠립니다. 그러나 축구 전술, 한 팀의 성패는 수비가 키를 쥐고 있습니다. 수비를 몇 명 세우고, 어떻게 움직이게 하느냐가 축구 전술의 시작점이기에 그렇죠.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일본 투어에 앞서 독일로 건너가 훈련에 합류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일본 투어에 앞서 독일로 건너가 훈련에 합류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수비는 전술의 중심축...아시아 선수는 안된다?

더구나 중앙수비는 전술의 중심축입니다. 상대 선수를 잘 막는 게 수비의 기본이지만, 나아가 축구를 읽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 자리에 서려면 탄탄한 체구, 빠른 스피드처럼 축구선수로서 하드웨어를 지녀야 하죠.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믿음을 줄 수 있는 리더십같은 소프트웨어도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축구를 잘해야' 가능한 자리입니다.
2022년 월드컵은 김민재의 가치를 확인하는 무대였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2022년 월드컵은 김민재의 가치를 확인하는 무대였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그래서 아시아 선수들이 숱하게 유럽 무대를 노크했지만 가장 마지막에 문이 열렸던 포지션이 중앙수비였습니다. 한동안 유럽의 눈으로 보면 아시아 수비수들은 체격도 좋지 않고, 힘도 처지고, 전술 이해도 떨어진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이 장면 잊을 수 없죠. 나폴리의 세리에A 우승은 김민재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 장면 잊을 수 없죠. 나폴리의 세리에A 우승은 김민재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유럽 빅클럽 중앙수비에 아시아는 없었다

김민재가 전환점입니다. 이적료 5000만 유로(710억원)라는 돈에 먼저 놀라지만 사실은 아시아 선수가 바이에른 뮌헨의 중앙수비를 꿰차는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 더 커 보입니다. 우리 선수라서 더 대단해 보이는 건 아닙니다.
축구 이적시장 가치를 다루는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제시한 김민재의 몸값 변화. 2021년 말 200만 유로였던 시장 가치는 올해 6월 6000만 유로로 평가됐습니다. 2년 만에 30배까지 올랐습니다. (사진=트란스퍼마르크트)

축구 이적시장 가치를 다루는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제시한 김민재의 몸값 변화. 2021년 말 200만 유로였던 시장 가치는 올해 6월 6000만 유로로 평가됐습니다. 2년 만에 30배까지 올랐습니다. (사진=트란스퍼마르크트)

'키커', 바이에른 뮌헨 3번은 아무나 하는 게 아냐

독일 축구전문 '키커'는 김민재가 받은 등 번호 '3'의 의미까지 소개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역사를 함께 했던 브라이트너(독일), 리자라쥐(프랑스), 루시우(브라질)가 받았던 수비의 상징이었으니까요. 바이에른 뮌헨도 그만큼 김민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확신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김민재가 입단하자 새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예상 베스트 라인업을 소개했습니다. (사진=분데스리가 홈페이지)

독일 분데스리가는 김민재가 입단하자 새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예상 베스트 라인업을 소개했습니다. (사진=분데스리가 홈페이지)

중국 갔다가 유럽으로...누구도 가지 않는 길 열었다

김민재의 축구인생은 다이내믹합니다. 대학을 중퇴하고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우회했다가 전북 현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죠. 어린 나이에 중국 리그를 선택해 베이징에 머물 때만 해도 이적의 무게중심을 당장의 돈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터키 페네르바체로 옮겨서 1년 만에 이탈리아 나폴리로 향했고, 또 거기서 1년이 지나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갔습니다. 2년 만에 이보다 빠르고 극적인 동선을 그린 선수가 있었을까요.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골'만 보지 말고 '골을 막는 것'을 보라

김민재는 축구로 꿈꾸는 시나리오를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합니다. 골이 먼저고, 골을 넣어야 이기고, 골을 기억하는 그동안의 축구 이야기에서 골을 막는 게 먼저고, 골이 없어도 멋진 축구를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전개를…. 그래서 그가 쓸 다음 페이지가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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