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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하도 안 써서" 고장…타기 힘든 저상버스, 탄 뒤엔 '가시방석'

입력 2023-07-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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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애인들에겐 버스를 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매달 버스비 5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없던 지원이 생기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장애인들이 버스를 자주 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밀착카메라가 돌아봤더니 여전히 타는 것도 힘들고, 타서도 가시방석이었습니다.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사당에 있는 버스 정류장입니다.

고속터미널까지 가야합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저상버스가 오는지 보는 겁니다.

일반 버스는 계단 때문에 휠체어가 탈 수 없습니다.

[하석미/한국장애인힐링여행센터 대표 : 2시간 가까이 기다려 본 적 있어요. 몇 년 전엔 (일반 버스) 8대, 10대 이렇게 보내고서 타야 했어요.]

저상버스가 와도 문제입니다.

[하석미/한국장애인힐링여행센터 대표 : 기사님, 저 (발판) 좀 내려주세요.]

뒷문으로 가서 기다리는데, 수동 발판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버스 기사 : (발판을) 하도 안 써서. {그게 안 빠져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요. 나오고 나서. {언제 나온 차인데요?} 2년 됐어요.]

겨우 탔습니다.

이번엔 안전벨트가 문제입니다.

[버스 기사 : 이건(안전벨트) 안 걸어드려도 되죠? {걸어야 해요.} 전동은 안 걸던데? {크게 사고 나면 안 되니까.} 이렇게 사고 나면 안에 있는 사람 다 죽어야 해.]

그렇게 6분이 지나서야 버스는 출발했습니다.

[하석미/한국장애인힐링여행센터 대표 :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 이거는 매번 당해도 적응이 안 되네요. 너무 감정적으로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버스 타는 게 겁나고 두렵고.]

전국 시내버스 중 계단 없는 저상버스는 10대 중 3대 꼴입니다.

서울이 그나마 나은 편인데 다른 지역은 더 열악합니다.

[하석미/한국장애인힐링여행센터 대표 : 지방에 가면 제가 타려고 이렇게 손을 들어도 쳐다도 보지 않으시고 눈을 마주쳤으면 '슬로프 안 돼요, 고장 났어요' 이러고 그냥 가버리세요.]

경기도 일산으로 가봤습니다.

평소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온 비장애인 학생과 직접 버스를 타봤습니다.

계단이 있는 버스를 2대 보내고 나서야 저상버스가 도착합니다.

그나마 수월하게 탔는데 휠체어는 제대로 고정해주지 않습니다.

[버스 기사 : 그냥 가도 되겠죠? {혹시 이거(안전벨트) 매주실 수 있나요?} 브레이크 없나? 저 앞에, 그렇지. 그러고 있으면 돼.]

다음 버스는 휠체어를 못 보고 지나쳤다가 돌아왔습니다.

자동 발판이 내려옵니다.

타기는 했는데, 이젠 발판이 다시 들어가질 않습니다.

[안 흔들리죠? 여기 껴서.]

모든 승객은 다음 버스로 옮겨 탔습니다.

[정승연/장애 인식개선 동아리 'New Thinking Club' : 시간이 너무 지체되다 보니까 저 스스로 약간 위축되고. 그런데 그분들은 이런 걸 하루가 아니라 계속 계속, 매일 매일 해오셨을 테니까.]

누구나 다칠 수 있습니다.

내가 휠체어를 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시설과 인식 모두 더 나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버스를 탈 때마다 긴장하고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버스는 언제쯤 진짜 '대중교통'이 될 수 있을까요.

(작가 : 유승민 / VJ : 박태용 /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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