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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콰쾅'…늘어나는 벼락 피하려면 어떻게?

입력 2023-07-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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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 '벼락 맞을 확률'이라고 말합니다. 복권에 당첨되는 걸 '돈벼락 맞았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하지만 벼락을 맞는 일은 생각보다는 흔합니다. 미국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사람이 8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평생 벼락에 맞을 확률은 1만5300분의 1입니다.

로또를 샀을 때 1등이 될 확률이 814만5060분의 1이니 비교해보면 얼마나 가능성이 큰지 알 수 있죠. 실제로 벼락으로 인한 인명사고는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2천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3월 쿠웨이트에 내리치는 벼락. 벼락은 가장 빠르게 지상으로 닿는 경로를 찾기 위해 지그재그로 움직인다 전압은 1억V 이상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월에서 8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사진=AFP 연합〉

지난 3월 쿠웨이트에 내리치는 벼락. 벼락은 가장 빠르게 지상으로 닿는 경로를 찾기 위해 지그재그로 움직인다 전압은 1억V 이상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월에서 8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사진=AFP 연합〉


한반도에서 늘어나는 벼락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양양 해변에서 발생한 낙뢰 사고입니다. 단 한 차례 벼락으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습니다. 이 사고를 빼고도 최근 10년 동안 낙뢰 사고 사망자는 8명, 부상자는 23명이나 됩니다. 그만큼 벼락은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평균 12만 건의 낙뢰가 발생합니다. 문제는 이런 벼락이 최근 들어 점점 더 자주 더 많이 치고 있다는 겁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해상을 제외한 우리나라 내륙과 섬에 떨어진 번개는 20일 동안 모두 2만1596회에 달합니다. 하루 평균 1080번 벼락이 친 셈인데요.

한 달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평균 낙뢰 발생 횟수의 2배에 달하고 하루 평균 기준은 10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양양 사고가 발생한 지난 10일에는 하루 2626번이나 낙뢰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강원 양양군 설악해변에서 낙뢰 사고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사진=강원소방본부〉

지난달 강원 양양군 설악해변에서 낙뢰 사고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사진=강원소방본부〉

벼락 얼마나 위험한가


벼락은 번개구름 안에 있던 전기를 띤 입자가 땅으로 떨어져 전기를 방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천둥(소리)과 번개(빛)가 벼락이 되는 것은 아닌데요. 번개의 25% 가량만 구름에서 땅까지 연결되는 벼락이 됩니다.

이렇게 땅에 떨어지는 벼락을 사람이 맞서는 방법은 없습니다. 벼락은 빛의 속도의 3분의 1에 달하는 시속 3억6천만km의 매우 빠른 전기 방전 현상으로 강도에 따라 전압이 1~10억 볼트에 달하는데요. 이렇게 낙뢰가 떨어지는 곳에는 순간적으로 태양 표면보다 4배 이상 뜨거운 2만7천 도의 열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엄청나게 큰 에너지가 한 곳에 집중되다 보니 일반적으로 사람이 벼락에 맞으면 80%는 바로 목숨을 잃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2천 명 이상이 벼락을 맞고 숨지는 이유입니다. 다만 고압감전 사고와 달리 전류가 흐르는 시간이 극히 짧고 전류가 심장을 통과하지 않으면 살 수도 있다고는 합니다. 실제 미국 산림경비원인 로이 설리번은 평생 7차례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기록이 있습니다.

벼락을 맞은 뒤 폭발하는 나무. 비를 피해 나무 밑에 숨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출처=온라인 캡처〉

벼락을 맞은 뒤 폭발하는 나무. 비를 피해 나무 밑에 숨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출처=온라인 캡처〉


나무 밑?, 차 안?…안전한 곳은 어디


만약 야외에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는데 피할 곳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는 차라리 비를 맞고 있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비를 피한다고 나무 아래 숨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나무 밑으로 숨는 것은 오히려 벼락에 공격 좌표를 찍어주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인도에서 정원사 4명이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하려고 나무 밑에 있다 '측면 방전'으로 감전돼 1명이 목숨을 잃은 사례도 있고 다행히 방전을 피하더라도 벼락으로 인해 나무가 폭발하거나 쓰러지면서 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약 차가 있다면 차 안으로 대피하면 됩니다. 자동차의 외부는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이고 차량 내부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부도체이기 때문인데요. 벼락을 맞은 차량 표면에는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하게 되고, 차량 내부의 전기장 값이 0이 되어 전기적 영향을 받지 않는 일명 '정전기 차폐 현상(정전 실드)'이 발생하는 겁니다.

전기차의 경우도 벼락을 맞을 경우를 대비한 보호용 퓨즈가 있어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벼락을 맞으면 타이어가 터질 수도 있는 만큼 될 수 있으면 쌩쌩 달리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미국 캔자스주 고속도로에서 주행 도중 벼략을 4차례나 맞은 차량. 차 안에는 5명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무사했다 〈출처=유튜브 'Live Strom Media'

미국 캔자스주 고속도로에서 주행 도중 벼략을 4차례나 맞은 차량. 차 안에는 5명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무사했다 〈출처=유튜브 'Live Strom Media'


벼락, 어떻게 피해야 하나?


가장 안전한 것은 역시 실내에 머무는 겁니다. 기상청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나 '대기 불안정에 의한 비'를 예보했다면 바깥 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행동요령을 통해 번개가 치면 가로등, 전봇대처럼 높고 뾰족한 곳을 피하고 건물 안에 머무르라고 조언하는데요.

실제 벼락은 순간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지표면보다 높은 곳, 그리고 뾰족한 곳에 내리치는 성질이 있습니다. 때문에 같은 원리로 우산이나 등산스틱, 골프채 등 긴 물건은 몸에서 떨어뜨리고 머리 위로 드는 행동도 삼가야만 합니다.

높고 뾰족한 우산을 쓰고 있으면 벼락을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사진=한국전기연구원〉

높고 뾰족한 우산을 쓰고 있으면 벼락을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사진=한국전기연구원〉


이동 시에도 최대한 몸을 낮추고 짧은 보폭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벼락이 떨어지면 주변에 전류가 흐르는데 보폭이 길면 땅의 전압 차 때문에 몸으로 강한 전류가 흘러 충격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종종 벼락이 떨어진 목장에서 앞발과 뒷발 간격이 큰 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위험지역에 있는지는 '30초 규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빛의 속도는 30만㎞/s이고 음속은 330㎧로 번개가 치고 30초 이내에 천둥이 울렸다면 매우 가까운 곳에서 번개가 발생했다는 뜻인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 벼락을 피하려면 마지막 천둥 소리가 울리고 30분이 지난 뒤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낙뢰 시 국민행동요령 〈출처=행정안전부〉

낙뢰 시 국민행동요령 〈출처=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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