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 현지시간 14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배우 조합은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넷플릭스, 아마존 등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계약 협상을 했지만 결렬됐기 때문입니다.
배우 조합 파업으로 인해 배우들은 영화 촬영은 물론, 홍보 행사, 시상식 등에도 참석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조합에는 미국의 배우와 방송인 16만여 명이 소속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역부터 유명 정상급 배우들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포함됩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시사회 참석한 배우들. 〈사진=연합뉴스〉
이로 인해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영화 '오펜하이머' 시사회는 미 배우조합의 파업 발표를 앞두고 일정이 1시간 앞당겼습니다. 또 배우들은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뒤 파업에 연대하기 위해 일찍 자리에서 떠났습니다.
또 올해 가을까지 촬영이 예정돼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작 '글래디에이터 2'와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속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2'가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배우 조합의 파업은 전 세계 영화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밀컨 연구소의 수석 전략가인 케빈 클로든은 배우 조합과 두 달 전 파업을 시작한 작가 조합의 동반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40억 달러(약 5조원) 이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시위하는 미국 작가·배우들. 〈사진=연합뉴스〉
할리우드 대기업들은 배우들의 파업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배우들의 임금·재상영분배금 인상 등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팬데믹 기간에 신작의 극장 개봉이 불가능해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고, 스트리밍 위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디즈니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배우들의 기대치는 현실적이지 않은 수준이고, 그들은 이 사업이 직면한 일련의 도전을 가중하고 있다"며 "전체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기업들은 배우들의 요구를 받아주기 힘들어 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미디어 전문가 배리 딜러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지난 50년 동안 유지돼 온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본적인 경제학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전에는 모든 것이 5개 메이저 영화 스튜디오의 주도권 아래 균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넷플릭스·아마존·애플 같은 기술 회사들이 등장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빠르고 혁신적인 것들이 생겨나면서 산업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