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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의 중국은, 왜] #119 '안방효과'로 몸집 키운 中전기차...미국 돌아 한국으로?

입력 2023-07-14 06:57 수정 2023-07-14 11:15

中브랜드 지리차, 美 전기차 시장 침투
벤츠ㆍ볼보 등 지분 사들여 기술 흡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부상한 중국
시장 내주고 기술 빨아들여 급성장

안방에 최대시장 보유한 잠재력 바탕
中전기차 자국 시장 평정한 뒤 美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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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브랜드 지리차, 美 전기차 시장 침투
벤츠ㆍ볼보 등 지분 사들여 기술 흡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부상한 중국
시장 내주고 기술 빨아들여 급성장

안방에 최대시장 보유한 잠재력 바탕
中전기차 자국 시장 평정한 뒤 美 진출

〈사진= 비즈니스스탠다드닷컴 캡처〉

〈사진= 비즈니스스탠다드닷컴 캡처〉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의 TV 광고. 경기 못지 않게 세련된 영상과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경쟁하는 상업 광고들의 결승전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2월이었죠. 당시 '슈퍼볼 광고 대전'에서 시청자들의 가장 큰 이목을 끌었던 주인공은 전기차 폴스타의 광고였습니다.

폴스타 광고에서 '디젤 게이트는 없다'(No dieselgate), '화성 정복은 없다'(No conquering Mars) 등 경쟁사인 폭스바겐과 테슬라를 '저격'하는 듯한 문구를 삽입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는 데요.

디젤유가 아닌 2차 전지를 동력원으로 하고 자동차 본업에만 충실하겠다는 메시지로 폴스타를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킨 겁니다.

충전하고 있는 폴스타 전기차. 〈사진= 셔터스톡〉

충전하고 있는 폴스타 전기차. 〈사진= 셔터스톡〉

덕분에 폴스타 광고가 소비자 검색 빅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30초 광고로 꼽혔습니다. 광고 덕을 봐서인지 볼보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27.5%의 고율 관세 장벽을 넘어 거둔 성과라 상당한 선전으로 평가됩니다.

폴스타는 중국 자동차 메이커 지리(Geely)의 계열사입니다. 폴스타의 세련된 디자인과 주행 성능도 알고보면 중국 지리차의 지적재산권 중의 하나였던 겁니다.

지리는 중국의 중저가 자동차 시장에서 고만 고만한 중국 메이커들과 출혈 경쟁을 벌이던 브랜드였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15년 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랬던 지리차가 요즘 미국 유력 경제지들로부터 경계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의 미국 시장 침공(WSJ)'의 선봉으로 말입니다.


지리차의 변신 스토리를 따라가기 앞서 자동차와 시장의 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00년 전. 1920년대 미국 도로는 포드의 대량생산 자동차 '모델T'로 채워졌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의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모델T로 인해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소비 시장으로 부상했습니다.

안방에 최대 시장을 둔 덕분에 미국은 지난 100년 간 기술과 제조력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선두 그룹을 형성했습니다.

포드의 모델T 자동차. 〈사진= 셔터스톡〉

포드의 모델T 자동차. 〈사진= 셔터스톡〉

10년 전. 2010년대 중국 도로는 중국에서 생산된 메이드 인 차이나 차량들로 가득 찼습니다. 2009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자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발돋음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 된 배경은 해외 합작이든 아니든 중국 메이커들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우후죽순 쏟아진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도토리 키재기식의 극한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가격 갖고 싸우고 마케팅으로, 서비스로 경쟁하면서 레드 오션에서 서바이벌 게임이 거듭됐습니다. 생존의 관건은 기술이었습니다.

초고속 성장이 키운 방대한 소비 사장을 내주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50대 50 합작사를 세워 반강제적으로 기술을 흡수하거나 베끼거나 아예 회사를 통채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기술을 빨아들였습니다.

회사를 사들여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이 지리였습니다. 지리의 구매 리스트를 함께 보실까요.

2010년 스웨덴 볼보를 포드로부터 인수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고급 전기차 브랜드 링크&코를 출범시켰습니다.

2017년 말레이시아 최대 완성차업체 프로톤을 사들이면서 프로톤이 갖고 있던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를 품었습니다.

2018년 메르세데스 벤츠와 다임러 트럭 등을 보유한 독일 다임러 그룹의 지분 9.69%를 인수했고, 벤츠와 소형 전기차 합작사인 스마트를 설립했습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 격차를 차곡차곡 메워갔지만 선진 자동차 메이커들도 그 격차만큼 기술을 벌려나갔기 때문에 갭을 좁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연기관 경쟁에선 격차를 좁히기 어려웠지만 모터와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 세계에선 얘기가 달랐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리는 201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전기차 육성 정책 드라이브를 타고 전기차에 본격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매 리스트에서 건져 올린 알토란 기업들과 함께 전기차 회사를 세워 운영하며 핵심 기술을 흡수했습니다.


이렇게 중국 정부가 보조금과 세제 지원 등 정책으로 길을 닦으면, 지리 같이 볼보ㆍ폴스타 등으로부터 확보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전기차 기업들과 배터리 기업들이 너도 나도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습니다.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각종 디자인의 전기차들이 시장에 쏟아졌고 벼랑끝 출혈 전쟁이 거듭됐습니다. 자국산에 유리하게 지원금 정책을 쓰는 등 당국의 화력 지원도 시원하게 쏟아졌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포연이 걷히고 옥석 가리기가 끝나가는 지금, 중국 전기차 시장 상위권을 중국 메이커들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폭스바겐도 벤츠도 없고 도요다, 혼다도 없습니다. 물론 현대ㆍ기아차도 없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BYD, GM합작사,지리,창안과 테슬라가 선두 그룹을 이루고 있습니다.

2022년 4분기 중국의 상위 5개 전기차 메이커. 〈사진= 카운터포인트 캡처〉

2022년 4분기 중국의 상위 5개 전기차 메이커. 〈사진= 카운터포인트 캡처〉

미국이 그랫듯이 중국 전기차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안방에 쥐고 있습니다. 그 안방이 선진 기술의 모판이고 산실입니다. 중국 전기차의 본격적인 미국 진출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엄살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게다가 공장 포트폴리오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 전기차 브랜드 'BYD'와 달리 지리차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이 있는 볼보를 통해 미국 시장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큰 무대인 미국 시장에서 거점을 마련하면 다음 차례는 우리 시장이 될 겁니다. 업무용 법인 차량이나 세컨카, 저렴한 생애 첫 차 수요층을 노린 중국 전기차가 할부 금융 서비스와 결합해 우리 시장을 공습할 텐데요. 우리의 전기차 시장은 이런 프리미엄급 '대륙의 실수'를 방어할 준비가 돼 있는 건가요.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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