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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편지' 받은 임준일 경사 "많이 다그쳤다고 생각했는데…"

입력 2023-07-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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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년원에 수감 중인 소년범이 임준일 경사에게 전한 편지. 〈사진=제주서부경찰서 제공〉

제주소년원에 수감 중인 소년범이 임준일 경사에게 전한 편지. 〈사진=제주서부경찰서 제공〉


"저도 어렸을 때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들 같은 마음이 들어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해줬고…사실 당시에는 많이 다그쳤다고 생각했는데, 좋게 받아들여 준 것 같아요. (웃음)" (제주서부경찰서 임준일 경사)


지난 11일, 제주서부경찰서는 최근 제주소년원에서 온 한 통의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보낸 이는 해당 소년원에 수감 중인 한 소년범. 받는 이는 제주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청수사팀 소속 임준일 경사였습니다.

임 경사는 지난달 다른 지역 경찰서의 촉탁 수사 의뢰를 받아 제주소년원에 수감 중인 소년범 A군을 만났습니다.

"소년원이 산 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실 많이 덥고 습해요. 에어컨도 잘 없어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생이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유일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체육활동 시간이에요." (JTBC 취재진과의 통화 중에서)


처음 임 경사를 마주한 A군은 여느 사춘기 아이들처럼 강해 보이고 싶은 듯 '건들건들'한 모습이었습니다.

임 경사는 이런 A군과의 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소년원 생활은 어떤지, 음식은 입에 맞는지, 체육활동은 많이 했는지 등을 천천히 물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몸이 건장한 A군에게 "나도 운동을 좋아한다"며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서자, A군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체육지도사를 꿈꾸고 있다는 A군에게 "남을 가르치려면 너 스스로 몸을 정갈하게 해야 한다"며 "육체적인 단련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등 애정 어린 잔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조사 자체는 금방 끝났지만, 임 경사가 진심을 담아 전한 어른으로서의 격려와 훈계는 A군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임 경사는 본인 역시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경찰 시험을 준비했고, 입직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연을 전했습니다.

임 경사는 "한창 트럭 운전을 하다가 쉬는 때가 있었는데, 우연히 경찰 시험을 알게 돼 공부를 시작했다"며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유소 일, 신문 배달, 대리운전 등 안 해 본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군의 편지로 뜻밖의 이슈가 된 것에 대해선 겸손하게 자신을 낮췄습니다.

임 경사는 "아이들은 성인과 다르게 마음의 문을 조금 더 쉽게 열어주는 것 같다"며 "오히려 저보다 따뜻한 말도 더 많이 해주고 컵라면이나 삼각김밥 등을 챙겨주는 수사관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다음은 임 경사가 받은 편지 전문입니다.


존경하는 임준일 형사님께.

형사님! 저 OOO입니다. 먼저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비행을 일삼고 삐뚤게 자라왔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손끝도 내주지 않고 범죄자 취급했는데,
형사님을 뵙고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진심으로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고 좋은 말씀들, 응원 해 주신 것들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한 번밖에 뵙지 못했지만 나가서 꼭 성공해서 좋은 곳에서 뵙고 싶습니다.
형사님은 제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멋있으시고 본받고 싶은 분입니다.
요즘 날씨가 더워졌는데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항상 힘내십쇼!
편지가 길면 읽기 불편하고 하니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
임준일 형사님 사랑합니다!

2023년 6월 12일 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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