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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 들인 '짝퉁' 거북선…해체 뒤 고물상 넘겨진다

입력 2023-07-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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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돈 먹는 애물단지 >

16억 원을 들여 만든 거북선이 어제(11일)부터 해체를 시작했습니다. 경매에 넘어가 고작 154만 원에 낙찰됐는데 그마저도 인도를 포기하면서 조각조각이나 고물상에 넘겨집니다. 영상 볼까요?

용머리는 이미 날아갔고 철갑 지붕도 뜯겨나가고 있습니다. 중장비로 내려치며 목재를 부쉈는데요. 어제부터 해제에 들어가 사흘에 걸쳐 조금씩 뜯어냅니다. 고철은 고물상으로 넘어가고 나무는 태워 없애기로 했습니다. 2011년 6월 1일 준공한 뒤 4,423일 만입니다. 씁쓸한 최후인데요. 주민 이야기 들어볼까요?

[경남 거제시 주민 : 마음이 안 좋지. 저게 뭐 하는 짓인지 몰라.]

[캐스터]

이게 뭡니까 정말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아니에요. 마음이 좋지 않네요. 

[기자]

13년 전 16억 원을 써서 건조했지만, 물이 새고 목재가 썩어들어갔습니다. 제작업체가 애초 계약한 대로 금강송을 쓰지 않고 80% 이상을 싸구려 수입 목재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업체 대표는 사기 등 혐의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방부처리도 미흡해서 선체가 뒤틀리고 파손됐습니다. 관광용으로 쓸 수도 없고 유지관리비만 1억 원이 넘게 들어가자 결국 거제시가 거북선을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제작에 16억 원을 쓰고도 경매에선 154만 원에 낙찰돼 헐값 논란도 있었잖아요?

[기자]

7번이나 유찰되면서 가격이 점차 내려갔죠. 낙찰자는 충무공 이순신 탄생일인 1545년 3월 8일에 맞춰 154만 5,380원을 써냈고, 낙찰도 받았습니다. 학습체험용으로 쓰려 했지만 무게가 120t이나 되는 거북선을 옮길 장소와 방법을 찾지 못했죠. 그래서 결국 계약이 파기돼 해체 절차를 밟은 겁니다.

[앵커]

'짝퉁 거북선'이라는 오명에.. 결국 산산조각나기까지 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세금을 들여 만들었지만 애물단지가 된 거북선들이 더 있다면서요?

[기자]

이순신 열풍이 분 2000년 초반부터 남해안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만들었습니다. 경남에서 8척, 전남에서 3척이 제작됐는데요. 다 합치면 300억 원이 넘게 들어갔습니다. 유지비도 비싸죠. 통영시엔 4척이 있는데, 해마다 1억 원 가까이 쓴다고 합니다. 사고도 났습니다. 여우에선 4년 전 관람객 7명이 계단에서 떨어져 4억 8천만 원을 들여 보수했고 최근에야 다시 관람객을 받고 있습니다. 해남과 진도에선 수십억 원이나 되는 적자를 감당 못 해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사천에선 8억 원 넘게 쓴 거북선형 유람선을 고작 4,700만 원에 팔기도 했습니다.

[앵커]

왜군을 물리쳐 나라를 구한 거북선인데 이제는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현실이 씁쓸하네요. 괜히 명성에 먹칠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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