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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매출 식당 접고 시골 간 32살 셰프…한식의 '한국화' 꿈꾸는 인호네 [타인라인]

입력 2023-07-07 14:11 수정 2023-07-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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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한식의 세계화보다 한국화 선행됐으면

ㅣ아이들에게 식문화 전하는 '미식 봉사'가 꿈

조선 전통 궁중 육포, 오방색 도미찜, 개불 나물 볶음, 한우 내장 요리. 32살 신인호 셰프가 유튜브 채널 '인호네'를 통해 선보인 음식들입니다. 신 셰프는 올 초 3년간 운영했던 매출 5억 원의 연남동 한식 주점을 접고 충남 서천군에 집을 마련했습니다. 한식을 조금 더 진지하게 연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믹서기 대신 맷돌을, 김치통 대신 장독대를 사용해 전통 한식을 선보이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타인라인'에서 들어봤습니다.
 
충남 서천군에서 전통 한식 요리를 선보이는 신인호 셰프 (유튜브 '인호네')

충남 서천군에서 전통 한식 요리를 선보이는 신인호 셰프 (유튜브 '인호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제빵사를 꿈꾸며 조리고에 입학한 신 셰프. 1년 만에 소질이 없다고 느낍니다. 고민하던 중, 어머니의 권유로 폐백과 이바지 음식에 도전하게 됩니다. 웬걸, 생각보다 흥미로웠습니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답은 '기억'에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해줬던 음식들, 여기 얽힌 추억들이 한식에 고스란히 녹아있던 겁니다. 자연스럽게 한식에 빠지게 됐습니다. 전공을 한식으로 정하고, 졸업한 이후에도 전통문화연구소에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이렇게 좋은 한식,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연남동에 한식 주점을 차렸습니다. 전통과 계절을 담은 메뉴를 고심했고, 다양한 음식들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야심 찬 시도는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됩니다. 코로나보다 힘들었던 건, 세상과의 타협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만 만드는 자신을 발견한 겁니다. 고민 끝에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제대로 한식을 해보자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렇게 서천에 한식 연구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폐가를 빌려 리모델링했고, 서울과 서천을 오가는 '3도 4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집 앞 텃밭에서 감자나 고추를 키우고, 인근 갯벌에서 개불을 잡고, 이렇게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로 계절에 맞는 요리들을 해보고. 전통에 가까운 조리법을 구현하기 위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낯설었던 이웃들과도 가까워졌습니다. 동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사로잡는 요리 솜씨로 마음의 문을 연 겁니다.
 
충남 서천군에서 전통 한식 요리를 선보이는 신인호 셰프 (유튜브 '인호네')

충남 서천군에서 전통 한식 요리를 선보이는 신인호 셰프 (유튜브 '인호네')

전통 한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동시에 '쉬운 한식'을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물 다듬는 것처럼 외국에선 허브를 다듬어요. 그런데 허브 다듬는 건 힘들지 않다고 생각해요.” 신 셰프는 이러한 편견과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다고 말합니다. “한식이라고 하면 괜히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할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심지어는 요리를 전공한 사람들조차 한식을 피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최근 한식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게 기쁘면서도, '한국화'가 먼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한식을 꾸준히 선보이면 누군가는 전통을 더 찾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이를 현대식으로 바꿔서 발전시킬 수도 있겠죠. 무조건 전통을 고수하자는 건 아니에요. 빨간 떡볶이나 안동 찜닭이 조선 시대 때부터 내려온 건 아니지만, 100년 뒤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거창한 꿈을 꾸는 것 같지만, 개인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은 아이들을 위한 '미식 봉사'라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의 식문화가 평생의 입맛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관해서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 중요하잖아요. 제가 100명한테 음식 봉사를 했다고 가정해볼게요. 이 중 4~5명만이라도 '옛날에 인호 삼촌이, 인호 아저씨가 해줬던 음식 생각나는데 먹고 싶네' 떠올리며 찾는다면 한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전승되지 않을까요?”

※ [타인라인]은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한 '타인'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더 많은 '타인'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유튜브에 '어니언스튜디오'를 검색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studio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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