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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교통사고 환자 왜 숨졌나…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병상 늘리면 해결될까

입력 2023-07-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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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에서 한 달 전 일어난 교통사고로 의료계가 시끄럽습니다.

지난 5월 30일 새벽 0 시 28분 도로에서 후진하던 승용차에 70대 남성 A 씨가 치었습니다.


119 구급대는 사고 10분 만에 도착했지만 문제는 이후였습니다.

지난 5월 30일 새벽 경기도 용인에서 70대 남성이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남성은 주변 병원 12곳에서 이송을 거부해 구급차에서 사망했다. 〈자료= JTBC 뉴스룸〉

지난 5월 30일 새벽 경기도 용인에서 70대 남성이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남성은 주변 병원 12곳에서 이송을 거부해 구급차에서 사망했다. 〈자료= JTBC 뉴스룸〉


A 씨는 인근 12개 병원을 전전하다 이송 중 사망했습니다. 전형적인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였습니다.

비판을 받은 곳은 국내 권역외상센터의 상징인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였습니다.


구급대원이 가장 먼저 연락했는데 의료진이 A 씨의 이송을 거부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다시 살펴봤습니다.

복도까지 넘치는 환자…매주 주말 반복


취재진은 사건이 일어난 5월 30일 새벽 당시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이날 센터를 지킨 당직 의사는 총 3명이었고 중환자용 40 병상은 이미 꽉 차 있었습니다.


29일 밤 11시 19분, 경기도 이천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났습니다.


119구급대는 환자 B 씨를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로 데려갔습니다.


피를 흘리며 실려 온 B 씨는 수술실 밖 복도에 대기해야 했습니다.


의료진은 조금 전 도착한 다른 중환자를 수술 중이었습니다.


아주대병원 의료진과의 올해 초 취재당시 사진. 정경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이 JTBC 취재진에 센터 운영 상황을 설명 중이다. 〈자료= JTBC 뉴스룸〉

아주대병원 의료진과의 올해 초 취재당시 사진. 정경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이 JTBC 취재진에 센터 운영 상황을 설명 중이다. 〈자료= JTBC 뉴스룸〉

15분 후 외상센터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바이패스'(Bypass)를 고지했습니다.


더 이상 추가 환자는 못 받는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날 상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바이패스' 상황에도 계속 밀려드는 환자들


자정을 지나 30일 0시 10분, 이번에는 이천119 연락입니다.


킥보드 교통사고 환자입니다.

의료진은 갈 곳을 못 찾고 있다는 구급대 설명에 바이패스 상황임에도 일단 환자를 데려오라 했습니다.

경기남부 권연외상센터 의료진은 지난 5월 30일 새벽 병실이 꽉 찬 상황에도 중증 외상 환자들이 몰리자 결국 '바이패스'를 신고했다. 〈자료=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경기남부 권연외상센터 의료진은 지난 5월 30일 새벽 병실이 꽉 찬 상황에도 중증 외상 환자들이 몰리자 결국 '바이패스'를 신고했다. 〈자료=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잠시 후 0시 59분.

용인119가 앞서 언급한 교통사고 환자 A 씨 이송을 문의합니다.

이때 의료진은 A 씨 이송을 거부했습니다.

대책 없이 A 씨를 받으면 오히려 상황이 심각해진다는 판단입니다.


이후 구급대는 인근 병원 11곳에 추가 문의했고 A 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A 씨는 구급차에서 숨졌습니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환자로 일주일에 평균 1~2번 이상씩 바이패스를 선언했다. 지난 1분기에만 못 받은 환자가 51명이다. 〈자료=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환자로 일주일에 평균 1~2번 이상씩 바이패스를 선언했다. 지난 1분기에만 못 받은 환자가 51명이다. 〈자료=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또 다른 권역외상센터서 의료진은 취재진에 "바이패스 상황이 아닌데도 A 씨를 거부한 병원들 책임이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일반 병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 환자 이송을 거부하면 의료법 위반입니다.


권역외상센터 없는 서울…예방가능 외상 사망 최다


논란이 된 5월 30일 새벽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에는 서울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B 씨도 있었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권역외상센터가 없습니다.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이 10년째 개원을 미루는 사이 서울 시민은 B 씨 같이 인근 외상센터를 찾아 먼 길을 가야합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오는 2026년 서울 권역외상센터를 개원할 예정이다. 〈자료= JTBC뉴스룸〉

국립중앙의료원은 오는 2026년 서울 권역외상센터를 개원할 예정이다. 〈자료= JTBC뉴스룸〉


이는 '지역별 예방가능외상사망률' 수치로 연결됩니다.


전체 외상 사망자 중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던 비율입니다.


서울은 20.4%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경기·인천은 13.1%로 전국에서 가장 낮습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 서울보다도 인구가 적은 영국 런던은 권역외상센터 4곳을 보유 중입니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권역외상센터에서 환자가 치료 받고있는 모습 〈자료=킹스칼리지〉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권역외상센터에서 환자가 치료 받고있는 모습 〈자료=킹스칼리지〉


밤에는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가 사실상 전국 담당


당시 권역외상센터에는 충남 서산과 당진에서 각각 교통사고를 당한 C 씨와 D 씨도 있었습니다.

충남에도 단국대 천안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있지만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에는 거의 항상 다른 권역 환자가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급대원 E 씨는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가 24시간 닥터헬기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24시간 상시 운영가능한 닥터헬기를 운영중이다. 〈자료=JTBC 뉴스룸〉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24시간 상시 운영가능한 닥터헬기를 운영중이다. 〈자료=JTBC 뉴스룸〉


실제 일반 닥터헬기는 낮에만 운행하지만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는 야간에도 환자를 찾아갑니다.

야간에는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가 사실상 전국의 중증 외상 환자를 담당해야 합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에만 과부하가 걸리는 구조"라고 평가했습니다.


병상 3배 늘리는 아주대…"오히려 부작용 우려"


최근 보건복지부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병상을 지금의 세 배인 300 병상으로 늘리도록 허가했습니다.

이게 완성되면 한국의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됩니다.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자료= JTBC뉴스룸〉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자료= JTBC뉴스룸〉


그러나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일부 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에 일반 외과 환자 진료를 맡기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닥터헬기 시스템과 의료수가 제도만 손을 봐도 전국의 예방가능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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