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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북한산 시커멓게 점령한 러브버그, 돌연 사라진 이유는?

입력 2023-07-05 17:32 수정 2023-07-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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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 놓인 바위가 이전과 같이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김천 기자〉

5일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 놓인 바위가 이전과 같이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김천 기자〉


최근 SNS에는 북한산 백운대(높이 836m)에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떼가 나타났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사진을 보면 러브버그 떼는 백운대를 시커멓게 뒤덮고 있으며 등산객 몸에도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러브버그들이 지난 4일쯤 돌연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JTBC 취재진은 러브버그 떼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오늘(5일) 오전 10시쯤 북한산을 찾았습니다.

북한산성 제2주차장에서 백운대까지 약 2시간 40분 거리입니다. 평소였다면 올라가는 길에도 러브버그가 몇번씩 몸에 달라붙는다고 하지만 이날은 백운대 정상까지 가는 동안 한 마리도 몸에 달라붙지 않았습니다.

한 등산객은 "원래대로라면 엄청 붙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안 보인다"고 말했으며, 다른 등산객은 "어제부터인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귀띔했습니다.

백운대에 도착하니 SNS에서 본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시커멓게 러브버그가 덮였던 바위는 이전처럼 깨끗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산 정상에서 취재를 하는 동안 단 한 마리의 러브버그도 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러브버그가 아닌 다른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것과 백운대 근처에 러브버그 사체로 추정되는 검은색 물체들이 뭉쳐있는 건 볼 수 있었습니다.
 

백운대 점령 뒤 갑자기 사라진 러브버그, 왜?

5일 북한산 백운대 근처에 러브버그로 추정되는 벌레들의 사체가 모여 있다. 〈사진=김천 기자〉

5일 북한산 백운대 근처에 러브버그로 추정되는 벌레들의 사체가 모여 있다. 〈사진=김천 기자〉


앞서 국립공원공단은 지난달 30일 공식 SNS에 러브버그 관련 안내문을 올렸습니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안내문을 통해 "작년에 비해 고온 다습한 날씨와 장마로 인해 러브버그가 열흘 정도 조기 발생했다"며 "7월 초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립공원공단 측은 국립공원 내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방제와 생물학적 방제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러브버그는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고 짧은 수명을 가졌기 때문"이라면서 "러브버그의 수명은 짧아 7월 초 이후 개체 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컷 러브버그의 평균 수명은 3~5일, 암컷은 5~7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립공원 측 설명대로라면 짧은 수명으로 인해 러브버그가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도 같은 의견을 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연구과 박선재 연구관은 JTBC 취재진에 "저번 주 목요일(6월 29일)에 러브버그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며 "수명을 고려해 이번 주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예상대로 실제 개체수가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박 연구관 역시 러브버그를 연구하기 위해 어제(4일) 직접 백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때도 러브버그 개체 수는 확연히 줄어든 상태였다고 합니다.
 

러브버그는 왜 그 높은 산꼭대기에 나타났을까?

 
지난달 30일 북한산 백운대 모습. 러브버그 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사진=국립공원 인스타그램〉

지난달 30일 북한산 백운대 모습. 러브버그 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사진=국립공원 인스타그램〉


북한산 백운대는 높이만 836m입니다. 오르면 주변 도심이 한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그만큼 오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높은 백운대에 갑자기 러브버그가 몰려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 연구관은 파리류 습성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러브버그와 같은 파리류의 습성을 보면 성충으로 우화한 뒤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을 보인다"며 "수명이 짧기 때문에 몰려있어야 짝짓기 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고 후대에 유전자를 남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고온다습한 우화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유충들이 한꺼번에 성충으로 우화해 높은 곳으로 모여 신혼 비행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몰려들어 짝짓기한 러브버그는 짧은 생활을 마치고 죽는다고 합니다.

박 연구관은 "수컷은 신혼 비행과 짝짓기를 한 뒤 며칠 정도 생활을 하다가 떨어져 나가 죽고, 수컷이 죽으면 암컷은 숲으로 들어가서 낙엽이나 토양에 산란하고 죽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비 내린 뒤 고온다습해진 북한산, 또 러브버그 나타날까?

 
5일 북한산 백운대 모습. 러브버그 대신 다른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영상=김천 기자〉

5일 북한산 백운대 모습. 러브버그 대신 다른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영상=김천 기자〉


박 연구관은 올해 백운대에 또 러브버그가 떼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작년과 올해 패턴을 보면 6월 말에서 7월 초에 러브버그가 대량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1년에 한 번 정점을 나타내는 피크기가 있기 때문에 올해 또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화학적 방제를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화학적 방제를 하면 생태계에 다른 생물이 죽을 수 있어 생물 다양성이 붕괴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해충이 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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