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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의 중국은, 왜] #118 '칩의 전쟁'...현란한 보급전

입력 2023-07-05 06:57 수정 2023-07-05 07:08

中, 갈륨ㆍ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 통제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전자제품 필수금속
美 옐런 재무장관 방중 협상 카드 관측 속

中 의존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 커져
韓 전자산업계 총력 대비 시간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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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갈륨ㆍ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 통제
차세대 전력반도체 등 전자제품 필수금속
美 옐런 재무장관 방중 협상 카드 관측 속

中 의존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 커져
韓 전자산업계 총력 대비 시간 싸움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ㆍ중의 '칩워(Chip War)'가 점입가경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첨단 반도체와 장비ㆍ기술의 차단막을 치고 있고, 중국은 틈새를 비집고 기술 자립에 주력하는 게 현재 칩워의 구도입니다.

고속 컴퓨팅에 필수불가결한 고성능 반도체의 수급을 어렵게 해 중국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겠다는 건데요.

중화민족 부흥을 천명한 중국이 고분고분하게 이 구도를 수용할 리가 없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반격 카드는 예상했던 대로 희토류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공업국들은 희토류 무기화에 대비해 지난 히로시마 G7 회의에서 희토류 공급망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지만 윤곽을 드러내려면 아직 이릅니다. 그 빈틈을 중국이 비집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수출통제법 등 관련 조항에 따라 8월1일부터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을 통제한다고 3일 발표했습니다.

수출업자는 수입 측과 최종 사용자, 용도에 대해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갈륨은 전기·전자 제품부터 5G 기지국까지 다양한 제품의 질화갈륨과 갈륨 비소 화합물 반도체에 사용됩니다. 게르마늄은 적외선 기술, 광섬유 케이블, 태양전지에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중국은 2022년 기준 전체 희토류 원소의 58%를 채굴했고 전체 원광석의 89%를 제련했으며 전 세계 희토류 기반 부품의 92%를 제조했습니다. 명실상부한 희토류의 큰 손입니다.
 

희토류 수출을 통제해 다양한 협상에 동원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로 다듬어 왔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 때문에 강력한 협상 카드로 거론되곤 했지만 희토류 카드는 중국 입장에서 양날의 칼입니다. 협상 레버리지로 쓸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부메랑이 될 수 있는 부담이 있습니다.

미국은 단기적으로 다른 공급처를 찾아 나서는 등 발등의 불을 끄는 데 정신이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자국 또는 제3의 우호국에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중국 네이멍구의 바얀오보 희토류 광산.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네이멍구의 바얀오보 희토류 광산.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희토류 정제의 주도 국가였습니다. 환경 오염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으로 산업이 넘어가 현재 중국이 희토류 가공 산업을 장악하게 된 겁니다.

특히 중국의 저가 공세 때문에 채굴을 멈췄던 호주·캐나다 같은 나라들도 채산성 평가를 재고하면서 광산 가동을 속속 재개하면 중국의 시장 지배력도 타격을 받게 됩니다.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술 대응 흐름도 부각됩니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희토류 물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 모터의 자석을 재설계하는 등 기술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부담도 있습니다. 히로시마 G7 회의에서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로 '경제적 강압'을 행사하는 국가로 공인될 수 있다는 점이 계산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가동시킨 이유는 뭘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한 맞불 차원의 대응입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천핑잉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을 인용, “중국이 다양한 희귀 금속을 세계에 공급하는데, 서방은 그 금속으로 제조한 반도체로 중국의 목을 조이고 있다. 수출 통제는 상호 대응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난해 8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소재인 산화갈륨을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할 수 없는 통제 품목 리스트에 올린 것을 지적한 겁니다. 갈륨 가공물을 소재로 쓴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서버나 전기차에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략 물자로 지정한 걸로 보입니다.

문제는 1년이 지나서 맞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배경 설명으로는 석연치 않습니다.

오히려 시점상 6~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 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사진= AP,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사진= AP, 연합뉴스〉

지난주 옐런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용 GPU칩의 판매도 금지할 수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공교로운 건 시행 시점이 옐런 장관의 방중 이후라는 겁니다.

옐런 장관의 중국 출장의 성과를 확보하기 위한 협상 카드 색채가 짙습니다. 미국에선 이번 방중이 고위급 소통 차원이라고 연막을 피우고 있지만 중국에선 최근 부채 한도를 늘린 바이든 행정부가 미 국채를 중국에 팔기 위해 옐런 장관이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즉 미 국채 판매를 압박하는 자리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엔디비아 카드를 흘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띄워 협상력을 보강한 것이란 해석입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의 희토류 카드가 나오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도 차단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고성능 장비나 최첨단 칩의 판매를 막아도 그에 상응하는 고속 컴퓨팅 서비스를 클라우드를 통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클라우드 서비스는 반도체 규제의 구멍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이렇게 옐런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차곡차곡 압박 카드를 쌓아 올리는 양상입니다.


'칩의 전쟁'답게 현란한 협상 카드 보급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카드들이 협상 차원에서 거론된 건지 아니면 진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옐런의 방중 성과를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겁니다.
 
〈사진= AP, 연합뉴스〉

〈사진= AP,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유동적이라 해도 대중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 특히 반도체 부문은 대비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게 됐습니다.

당장 갈륨과 마그네슘은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에 들어가지 않지만 미·중 갈등 양상에 따라 희토류 통제의 수위를 순차적으로 높여가면 직격탄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요소수 사태처럼 코로나 같은 변수로 인해 공급망 대란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경고등이 깜박깜박 하고 있습니다. 표면상 디리스킹(리스크 관리), 본질상 디커플링(탈중국)이 진행되는 아슬아슬한 시대에 요소수와는 차원이 다른 희토류 공급 대란의 현실화 가능성이 우려 단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옐런 방중 결과 분석은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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