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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령 아이 찾을 수 있다"…애초 감사원·경찰청 결정적 제보 거절한 이유는?

입력 2023-07-05 06:00 수정 2023-07-05 07:07

“최초 감사원도 제보 거절했습니다. 국가가 잘하고 있어 감사 필요성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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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감사원도 제보 거절했습니다. 국가가 잘하고 있어 감사 필요성 없다고요.”

최근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를 통해
출생신고 안 된 그림자(유령) 아이 2236명을 찾아냈습니다.
 
사진 JTBC

사진 JTBC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을 살해하고
냉장고나 야산에 유기한 부모들이 줄줄이 검거됐습니다.

수년간 답보상태였던 출생통보제가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감사원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찾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는 B형간염 1차 접종을 하면서
엄마 이름으로 기록이 남는데
이후 출생신고 되면 보건소에서
아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바꿉니다.

접종 기록이 있는데 주민등록번호로 바뀌지 않은
미이관 사례만 찾으면 되는 겁니다.

감사원은 이 방식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사진 JTBC

사진 JTBC


20년 차 간호사이자 작가인 이다정씨와
최석봉·박숙란 변호사가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를 결성하고 제보했습니다.

[이다정/간호사(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
“제가 간호사로 보육원에 있다 보니까 B형 간염 미이관 사례가 출생신고 안 되고
방치되는 아이들에 대한 데이터라는 개념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감사원이 처음부터 이 제보를 수락했던 건 아닙니다.
 '사회적 부모'가 제안한 제보 감사원 거절 사유 〈사진=배승주〉

'사회적 부모'가 제안한 제보 감사원 거절 사유 〈사진=배승주〉

올 초에 정식으로 거절했습니다.

거절 사유는 '국가가 잘하고 있고 관련법이 계류 중인 만큼
감사할 필요성이 없다'는 겁니다.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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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란/변호사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
“국가에서 직무를 유기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감사원 관계자]
“제보가 워낙 많다 보니 담당 부서에서 기계적으로 처리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련 부처를 상대로 한 3차례 정보공개청구에서도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습니다.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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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봉/변호사(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
“접종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이 수를 달라고 했는데
개인정보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지내던 감사관 직원을 찾아가 설득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내용을 내부 정보로 올렸습니다.

직접 찾아가서 부탁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관련 부서에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답답한 마음에 경찰도 찾아갔습니다.

비공식적이지만 경찰청 소속 한 직원을 만나
관련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며칠 뒤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당장 수사가 어렵다며
정보공개청구 답변을 기다려 보자고 했습니다.

애초 비공개된 정보로 인해
수사도 막히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진 겁니다.

이렇게 그림자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결정적 제보는
정부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사회적 부모' 감사원 제보 내용 〈사진=배승주〉

'사회적 부모' 감사원 제보 내용 〈사진=배승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이 열렸습니다.

복지부 감사를 바로 앞둔 감사관에게
우연한 기회에 이 내용이 전달됐고
실제 감사로 이어진 겁니다.

[최석봉/변호사(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
“결국은 비공식적인 루트 또는 개인적인 부탁으로 자료를 확보하거나
감사가 이뤄지는 상황이 안타까운 거예요.”

[이다정/간호사(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했죠. 감사관과 경찰 등
여러 숨은 조력자가 아니었다면 이번 일은 결코 진행되지 못했을 겁니다."

정부 각 부처에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제보가 쏟아져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다만 꽉 막힌 관료주의가
우리 사회를 더디게 가도록 하지 않는지 돌아볼 문제입니다.

프로젝트팀 '사회적 부모'는 말합니다.

"부모가 없고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부모 역할을 할 어른이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국가와 사회 그리고 양식 있는 어른들이
이런 아이들의 '사회적 부모'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의지만 있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결국 국가가 아이들의 생명과 권리를 지켜주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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