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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의 중국은, 왜] #117 엔비디아칩 전면 차단?...올 것이 왔다

입력 2023-06-30 06:57 수정 2023-06-30 07:57

美상무부, AI전용칩 수출통제 저성능까지 확대
엔비디아 중국용으로 개발한 제품도 수출 타격
저사양 칩 이용해 AI 기술 고도화 못하도록 견제

中 빅데이터ㆍAI 알고리즘 규모 압도적 세계 1위
미국 의존도 높은 반도체 봉쇄망 촘촘하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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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무부, AI전용칩 수출통제 저성능까지 확대
엔비디아 중국용으로 개발한 제품도 수출 타격
저사양 칩 이용해 AI 기술 고도화 못하도록 견제

中 빅데이터ㆍAI 알고리즘 규모 압도적 세계 1위
미국 의존도 높은 반도체 봉쇄망 촘촘하게 강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요즘 뉴욕 증시의 쌍두마차입니다. 증시의 희비 쌍곡선마다 이 두 기업의 주가가 적잖이 작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매출과 성장성 측면에서 미국 증시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주력 회사들인 겁니다.

그런 엔비디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정부 정책에 울분을 토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AI칩 판매를 금지할 경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미국 산업이 경쟁하고 주도할 기회를 영구적으로 잃게 될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수출 통제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손이 묶인 상태"라며 "중국 시장을 뺏기면 대안이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는데 CFO의 발언은 이보다 더 나아간 겁니다.


엔비디아 경영진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 뭘까요.

엔비디아의 주요 수출 시장이 중국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 미국 정부가 개별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자체를 헤집고 다니고, 뒤집어 엎는 이유는 뭘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촉발한 대중국 반도체 금수 수위와 관련된 얘기입니다. 중국에 대한 AI 전용칩 수출 허들이 더 높아졌습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금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미국 상무부가 이르면 내달 초부터 정부의 허가 없이는 중국에 저성능 AI 반도체 수출도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WSJ 등 미국 유력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8월부터 엔비디아의 A100ㆍH100, AMD의 인스팅트 MI250 등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국 수출을 금지해왔습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머신러닝에 투입되는 GPU는 엔비디아 제품이 전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A100ㆍH100 수출이 금지되자 성능을 하향 튜닝한 A800ㆍH800을 개발해 중국에 팔아왔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성능은 약 30~40% 가량 낮췄지만 가격은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으로선 저성능 버전 제품 서너 개를 병렬로 연결해 아쉬운대로 써오고 있었는데 이 구멍마저 막힐 전망입니다.

WSJ는 “미 정부 관계자들이 AI가 화학 무기 생산, 악성 컴퓨터 코드 생성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새로운 규제는 다음 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 이후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 비중은 20~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29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신제품인 AI(인공지능) 수퍼컴퓨터 DGX GH20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신제품인 AI(인공지능) 수퍼컴퓨터 DGX GH20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이렇게 자국 기업의 결정적인 수익 기반을 허무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극약 처방을 가하는 이유는 뭘까요.

AI의 잠재력 때문입니다. 고도로 개발된 AI가 초고속 통신과 컴퓨팅 파워의 뒷받침을 받게 되면 4차산업혁명 부문으로 파급효과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특히 중국의 AI 역량이 첨단 군사기술 개발에 집중 투입될 경우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와 패권, 더 나아가 미국의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AI 역량 고도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3대 요소가 있습니다. 빅데이터, AI 모델 개발과 여러 실험을 통한 최적화, 그리고 빠른 연산력을 추동하는 고속 컴퓨팅입니다.


빅데이터, 풍부한 인력에서 양산되는 AI 모델 개발과 최적화 측면에서 중국의 잠재력은 족탈불급입니다. 아래 그래픽을 함께 보겠습니다.

중국의 AI 관련 논문량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인용수에선 미국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래픽= 식스톤 캡처〉

중국의 AI 관련 논문량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인용수에선 미국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래픽= 식스톤 캡처〉

양적으로 중국의 역량은 미국을 추월했습니다. 풍부한 AI 인력이 쏟아내는 논문들의 양이 미·중 양강 체제입니다.

퀄리티는 떨어집니다. 그러나 양이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질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듯이 마냥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특히 정부나 연구기관의 역량은 아직 미국과 격차가 있지만 텐센트ㆍ알리바바ㆍ바이두 등 IT기업의 기술 수준은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최신 GPU 제품의 최대 수요자는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입니다. 엔비디아 GPU의 차단, 이 지점이 초크 포인트였던 겁니다. 빅데이터와 최적화된 AI 모델은 자력갱생이 되고 있지만 고속 컴퓨팅은 엔비디아의 GPU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AI 산업의 성장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개발 시간을 지연시키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칼날도 중국이 취약한 고속 컴퓨팅 부문을 노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AI 논문 인용수. 기업 부문은 미국과 격차를 많이 줄였다. 정부나 연구기관은 격차가 크다. 〈그래픽= 식스톤 캡처〉

중국의 AI 논문 인용수. 기업 부문은 미국과 격차를 많이 줄였다. 정부나 연구기관은 격차가 크다. 〈그래픽= 식스톤 캡처〉

따라서 AI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이 싸움은 초고성능 GPU의 수급을 놓고 벌이는 공방전으로 압축됩니다. 최전선은 고속 컴퓨팅입니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이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고 중국 측에선 어떻게든 그만한 성능을 얻어낼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제3국을 통한 소량의 A100 밀수 물량이 있어 광동성 선전에선 배 이상 가격으로 팔린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는데 이 루트도 순차적으로 차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에 참가한 한 업체의 부스에서 직원들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세미콘차이나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한국, 미국, 일본, 동남아, 대만, 중국, 유럽에서 매년 개최하는 전시회 중 제일 큰 규모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에 참가한 한 업체의 부스에서 직원들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세미콘차이나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한국, 미국, 일본, 동남아, 대만, 중국, 유럽에서 매년 개최하는 전시회 중 제일 큰 규모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어차피 반도체 자력갱생을 천명한 이상 중국은 대규모 머신러닝을 수행할 다른 방법을 고안해낼 겁니다.

현재 가장 최신 제품인 엔비디아의 H시리즈가 2~3년 후 주력 제품이 되면, 이전 세대가 되는 A시리즈가 중고 시장에 어떻게든 풀리게 마련입니다. 그때 중고 A시리즈를 묶어 돌리면 3년 전 수준의 컴퓨팅은 가능할 거란 게 전문가들 소견입니다.

또는 그 전에 소프트웨어 쪽에 R&D 역량을 집중시켜 고속 딥러닝을 해낼 해법을 찾든가 말입니다.

문제는 챗GPT처럼 생성형 AI 열풍이 가속화되는 시장에서 시간은 중국 편이 아니라는 점일 겁니다. 시간의 족쇄에 걸린 중국 AI 진영이 어떻게 혈로를 뚫을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이 대목은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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