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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와사비에 인생 건 부자...민통선 안에 와사비 연구소 만든 이야기 [타인라인]

입력 2023-06-28 14:34 수정 2023-06-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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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철원 샘통 지역에서 와사비 연간 2t 생산

ㅣ한국산 와사비를 향한 부자의 27년 여정

“일본산 아닌가요? 이렇게 좋은 와사비가 한국산일 리 없잖아요.”

1999년, 박상운 철원샘통고추냉이 대표의 아버지가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 와사비를 납품하려고 가져갔다가 들은 말입니다. 이 기분 좋은 의심은, 이들 부자(父子)가 와사비에 인생을 걸게 만든 운명 같은 말이 됐습니다. '이렇게 좋은 와사비, 우리 국민에게도 한 번 먹여보자.'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와사비 농장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와사비 농장은 민통선 안에 있습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땅, 그래서 그만큼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땅입니다. 농장은 샘통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모여있습니다. 샘통, 물이 잘 통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비옥한 철원 땅 중에서도 365일 내내 13.5℃의 천연 샘물이 솟아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와사비는 수온·수질·수량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만 키울 수 있을 만큼 재배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박 대표는 “민통선은 우리 민족의 아픔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농업적인 측면에선 가치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라고 말합니다.
 
강원 철원군 민통선 안에 있는 국내 최초 및 최대 와사비 농장

강원 철원군 민통선 안에 있는 국내 최초 및 최대 와사비 농장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 땅에 맞는 와사비 재배 방법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재배 방식이 자리 잡기까지, 또 최근 스마트팜 방식을 도입하기까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와사비를 향한 진심에 기술력을 하나씩 더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박 대표의 재배 단지에는 하우스마다 '연구실'이란 팻말이 붙어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박 대표는 농사를 가볍게 여기는 생각에 반대합니다.
 
'다른 거 하다가 잘 안 되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 저는 이 말이 싫었어요. 농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1차 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잖아요.

100주로 시작한 와사비는 현재 9만 주가 됐습니다. 연간 생산량만 평균 2t에 달해 국내 생산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품질도 입증받았습니다. 2010년엔 일본에 역수출하기도, 2012년엔 독일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납품도 한 겁니다. 박 대표는 독일에 처음 수출했을 때를 떠올리며 “일본 것보다 kg당 단가 6만 원을 더 받았다”라면서 “일단 자존심은 지켰다”라고 평가했습니다.

1997년 강원도 농업기술원에서 와사비 종묘를 보급한다는 기사를 보고 우연히 시작한 재배. 박 대표의 호기심과 아버지의 도전정신이 만나 시작된 여정은, 어느덧 '세계 대표 와사비'를 꿈꾸고 있습니다.

※ [타인라인]은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한 '타인'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더 많은 '타인'의 이야기를 보시려면 '어니언 스튜디오'(https://www.youtube.com/@studionion)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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