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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연구실에 라면수프가…" 고 주석중 교수 장남 글 공개

입력 2023-06-2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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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고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장남이 조문객들에게 글을 올려 감사를 표했습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26일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고 주석중 교수의 장남 현영 씨의 글을 공개했습니다.

현영 씨는 먼저 "정말 많은 분이 (장례식장에) 오셔서 아버지가 평소 어떤 분이었는지 얘기해주시고, 진심 어린 애도를 해주셔서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현영 씨는 장례를 마치고 유품을 정리하러 연구실에 갔던 날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방금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나가신 것 같은 옷가지들과 책상 위 서류들, 걸려 있는 가운 등 금방이라도 돌아오실 것 같은데 (아버지를) 다시 뵐 수 없음에 가슴이 미어졌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상 서랍과 박스에 라면수프가 널려 있었다며 "제대로 식사할 시간을 내기도 어려워서, 아니면 그 시간조차 아까워서 의국에서 생라면을 가져와 면만 부숴 드시고 수프는 그렇게 버려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고 밝혔습니다.

고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영 씨는 또 빈소가 마련된 첫날, 눈물을 펑펑 흘리며 찾아온 젊은 부부의 이야기도 적었습니다. 현영 씨는 이들이 대동맥이 찢어지는 질환인 '대동맥 박리'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던 중 아버지(주 교수)를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됐다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영 씨는 마지막으로 "많은 분께서 저희 아버지를 누구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가슴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해 주셨다"며 "여러분이 기억해 주신 아버지의 모습과 삶의 방식을 가슴에 새기고, 부족하지만 절반만이라도 아버지처럼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고 주석중 교수는 대동맥질환 등 응급 수술이 잦고 인력이 많지 않은 전문 분야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생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와 대동맥연구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관련 연구활동에도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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