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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부터 걸러낼 것”…교육부 킬러문항 지목 문제 보니(종합)

입력 2023-06-26 15:54 수정 2023-06-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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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한 수능의 '킬러문항' 22개를 공개했습니다. 교육부는 앞으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수능 문제로 출제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내놨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고 “과도한 사교육으로 학생, 학부모와 교사가 모두 힘든 와중에 학원만 이익을 취하는 상황을 뿌리뽑기 위해 공정한 수능 평가를 확실히 실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국어 7개·수학 9개·영어 6개 등 22개 킬러문항 공개


교육부가 외부위원을 포함해 구성한 '킬러문항 점검팀이' 최근 3년간 수능과 지난 6월 모의평가 국·영·수 480문항을 점검한 결과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 등 모두 22개의 '킬러 문항' 사례가 확인됐다고 교육부는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국어의 경우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과 전문용어를 사용, 의도적으로 학생들의 실수를 유발하는 문항 등이 포함됐으며, 수학은 선행학습한 학생은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방법 외 다른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학생 사이의 유불리를 발생시키는 문항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어는 과도하게 길고 복잡한 문장을 사용해 해석이 어려운 문항, 길고 복잡한 구문, 어려운 어휘 등을 사용해 문제를 풀기 어려운 문항 등을 선별했다고 했습니다.

교육부가 지목한 2023학년도 수능 국어 킬러문항 〈자료=교육부〉

교육부가 지목한 2023학년도 수능 국어 킬러문항 〈자료=교육부〉


킬러문항 풀어보니…대학생도 못 풀 문제 수두룩


국어의 경우 교육부가 제시한 7개 킬러문항 가운데 6개가 비문학 지문이었습니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몸과 의식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다룬 지문을 읽고 추론하는 14번 문제가 꼽혔고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를 다룬 과학 지문에 달린 15번과, 클라이버의 법칙을 이용해 농게 집게발 길이를 추정하는 17번 문제가 선정됐습니다.

모두 과도한 추론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킬러 문항에 선정됐습니다. 이와함께 2022학년도 수능 국어에서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역할과 '브레턴우즈 체제'를 다룬 경제 분야 지문을 읽고 푸는 13번이 높은 경제 영역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킬러 문항에 선정됐습니다.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문항으로 지목된 수학문항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문항으로 지목된 수학문항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학 9개 킬러문항은 모두 주관식이었습니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오답률 97.1%로 추정되는 22번이 킬러문항으로 제시됐습니다.

다항함수의 도함수, 함수의 극대·극소, 함수의 그래프 등 3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해 이해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로 학교 수업만 받은 학생이 풀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수준을 벗어난 수준의 문제도 꼽혔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미적분' 29번이 대학에서 배우는 '테일러 정리' 개념을 알아야 풀 수 있고 같은 해 수능 '기하' 30번 역시 대학에서 배우는 '벡터의 외적' 개념을 활용해야만 풀 수 있어 킬러 문항으로 지목됐습니다.

영어는 주로 해석을 하더라도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거나 일반적인 수준보다 어려운 어휘와 복잡한 문장구조가 사용된 문제가 선정됐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 34번 빈칸 추론 문제의 경우 시간 흐름의 이해라는 추상적 개념이 지문에서 다뤄져 내용 이해가 어렵고, 지문에서 구조가 복잡하고 긴 문장이 사용됐습니다. 같은 수능 37번은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지문으로 관련 어휘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에게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교육부가 밝힌 이들 킬러문항의 과목별 정답률은 국어 15∼36.8%, 수학 2.9∼14%, 영어 17∼29.1%였습니다.

교육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한 26일 서울 목동의 학원가 모습 〈출처=연합뉴스〉

교육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한 26일 서울 목동의 학원가 모습 〈출처=연합뉴스〉


킬러문항 수능 출제 배제...'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 신설


교육부는 앞으로 이런 킬러문항을 없애면서도 적정 난이도와 변별력을 가진 문제가 출제될 수 있도록 수능 출제 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현행 출제와 검토 위원과 별도로 교육과정 이해도가 높은 현장교사를 중심으로 '공정수능 출제 자문위원회와 점검위원회(가칭)'를 새로 만듭니다.

교육부는 적정 난도와 변별력을 갖춘 문제가 출제될 수 있도록 교사를 중심으로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신설해 수능 출제 단계에서 킬러 문항을 걸러낼 계획입니다.

이와 별도로 입시학원이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나 교수에게 모의고사 문항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출제위원이 일정 기간 수능 관련 강의·자문 등 영리행위를 하는 것도 금지할 방침입니다.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다음 달 6일까지 2주간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하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출처=연합뉴스〉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하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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