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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세상에 이런 꼴찌도...포환 던지던 선수가 허들에서 뛴다, 왜?

입력 2023-06-26 15:41 수정 2023-06-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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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허들 100m에 나섰는데 허들 하나를 제대로 넘지 못합니다. 뒤뚱뒤뚱 걸어가듯 달립니다. 뛰어넘어야 할 허들 앞에선 엉거주춤 속력을 줄여 간신히 넘어갑니다. 그렇게 뛰니 다른 선수들처럼 빨리 달릴 수가 없죠.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한참 뒤떨어졌습니다. 당연히 꼴찌입니다. 기록은 32초81. 1등과 19초 차이가 났습니다.
허들을 뛰어넘는 게 아니라 신중하게 건너갑니다. 벨기에 포환던지기 선수 바움쿼는 허들 100m에 출전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허들을 뛰어넘는 게 아니라 신중하게 건너갑니다. 벨기에 포환던지기 선수 바움쿼는 허들 100m에 출전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래도 웃고 있습니다. 옆에서 뛴 스웨덴 선수는 두 손을 마주치며 완주를 응원합니다.

팀을 위한 용기있는 선택이었습니다. 허들 100m는 바움쿼에게 생애 첫 도전이었습니다. (사진=트위터 European Athletics)

팀을 위한 용기있는 선택이었습니다. 허들 100m는 바움쿼에게 생애 첫 도전이었습니다. (사진=트위터 European Athletics)

욜링 바움쿼(30)는 원래 허들 선수가 아닙니다. 벨기에의 포환던지기, 해머던지기 국가대표입니다. 그런데 유럽 육상선수권대회(단체)에선 100m 허들에 출전했습니다. 벨기에는 이 종목에 나서기로 한 두 명이 모두 다쳐 출전할 선수가 없었습니다. 이 종목 출전자가 없으면 단체전에서 자동 실격되는 상황이었죠.
바움쿼는 원래 포환던지기 선수입니다. (사진=바움쿼 인스타그램)

바움쿼는 원래 포환던지기 선수입니다. (사진=바움쿼 인스타그램)


결국 포환던지기를 마친 바움쿼가 나섰습니다. 물론 1등을 바란 건 아니죠. 출전이 중요했습니다. 실격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바움쿼는 느렸지만 끝까지 뛰었습니다. 최하위 7위로 벨기에 육상팀에 2점을 선물했습니다. 종목별 순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의 단체전이다 보니 이 2점도 대단했습니다. 총점을 내서 하위권 3개 팀은 다음 시즌 유럽 육상 1부에서 아래 단계로 강등되기 때문에 1점이라도 따는 게 중요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죠. 처음부터 뒤로 처졌습니다. 바움쿼의 기록은 32초81. 1등과 19초 차이가 났습니다. (사진=트위터 European Athletics)

당연한 결과였죠. 처음부터 뒤로 처졌습니다. 바움쿼의 기록은 32초81. 1등과 19초 차이가 났습니다. (사진=트위터 European Athletics)


꼴찌에겐 갈채가 남았습니다.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를 향한 격려와 응원은 아니었습니다. 팀을 위한 헌신, 그에 대한 존중과 경의가 실렸습니다. 자칫 우스꽝스러운 꼴찌로 남을 수 있기에 이런 도전에는 용기가 필요하죠. 바움쿼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바움쿼는 꼴찌였지만 경쟁자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사진=트위터 European Athletics)

바움쿼는 꼴찌였지만 경쟁자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사진=트위터 European Athletics)


“운동선수로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과거에 그 심각함이 때론 방해가 될 때가 있었기 때문이죠. 포환던지기에 나섰을 때보다는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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