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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86살 '충정아파트' 28층 세운다는데…임차인들 "어떻게 될지"

입력 2023-06-24 09:10 수정 2023-06-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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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 〈사진=김천 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 〈사진=김천 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에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이 붙어 있다. 〈사진=김천 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에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이 붙어 있다. 〈사진=김천 기자〉


"곧 무너질 것 같다"…'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안내문 붙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


1937년 지어진 국내 최고령 아파트인 충정아파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충정아파트를 28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로 다시 세우는 골자의 재개발 정비계획을 통과시켰습니다.

철거가 시작되면 기존 임차인들은 터전을 옮겨야 하는데 임차인들은 '일단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JTBC 취재진은 어제(23일) 오후 4시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있는 충정아파트를 찾았습니다.

취재진이 본 충정아파트는 곧 무너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벽면을 보면 군데군데 금이 간듯한 모습 등 노후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구조안전 위험시설물'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니 요즘 아파트와 달리 하늘이 보이는 구조로 설계돼 있었습니다. 과거 중앙난방을 위해 사용했던 굴뚝과 이제는 보기 어려운 연탄 보관 장소도 있었습니다.

아파트 내부 곳곳은 얼핏 봐도 노후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이었습니다. 천장 일부는 뜯어져 내려 앉아있었으며 벽면에는 철근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계단에선 퀴퀴한 냄새가 났고 지하실 부근에선 알 수 없는 악취가 올라왔습니다.

이처럼 충정아파트 곳곳에선 연식이 가늠되는 흔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악취, 누수, 배관 녹까지…손 볼 수가 없는 상태"

 
서울 충정아파트 안에 있는 굴뚝. 〈사진=김천 기자〉

서울 충정아파트 안에 있는 굴뚝. 〈사진=김천 기자〉


마포로5구역 제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안병숙 위원장은 “충정아파트는 손을 볼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언제 한번 아파트 지하실을 가봤는데 어디선가 물이 줄줄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라"며 "이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그 순간 소리가 딱 끊겼다. 알고 보니 위에서 설거지를 한 물이 그대로 내려왔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니 악취가 심할 수밖에 없다.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며 "또 수도 배관에는 녹이 가득해 녹을 걷어내야 하는데 배관 안쪽까지 녹을 걷어낼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임대인 상당수는 빨리 재개발을 했으면 한다는 의견"이라며 "세를 주더라도 천장에서 물이 새서 고쳐야 하는 등 이러저러한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근 한 상인은 충정아파트 재개발에 대해 "진작 돼야 했었다고 생각한다"며 "60~70%는 찬성 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안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총회에서 재개발에 찬성한 이들의 비율은 73%입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충정아파트…임차인들은 어떻게 되나

 

서울 마포로 5구역 제2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 마포로 5구역 제2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이런 이유 등으로 어제(22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충정아파트를 철거하고 이 일대에 지하 5층에서 지상 28층 규모의 공동주택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고 지상 2층부터 3층에는 사회복지시설이 조성됩니다. 또한 지상 4층에는 주민공동시설이 들어서며 지상 5층부터 28층까지는 공동주택 192세대가 들어섭니다.

 
충정아파트 내부. 〈사진=김천 기자〉

충정아파트 내부. 〈사진=김천 기자〉

하지만 당장 철거가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철거 시기와 관련해 JTBC에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면서도 "향후 단계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빠른 시일 내 철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분들은 철거가 진행되기 전까진 거주가 가능하다"며 "철거가 진행되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이주비 지원 등의 대책이 함께 진행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임차인들은 철거가 가시화되지 않아서 그런지 "당장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10년 이상 거주했다는 한 임차인은 재개발에 대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임차인 역시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충정아파트, 3D스캐닝 방식 등으로 흔적 남긴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 입구. 〈사진=김천 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 입구. 〈사진=김천 기자〉


충정아파트는 철거되더라도 그 흔적까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충정아파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아파트로 일제강점기 때 지어져 오늘날까지 86년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크다는 게 서울시 입장입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런 이유를 들며 "공개공지 내 기록보존방식으로 3D스캐닝 등 다양한 형식과 콘텐츠를 활용해 충정아파트의 가치를 담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계획으로 낙후된 마포로 5구역 제2지구의 재개발 시행이 가능해졌다"며 "충정로 역세권 기능 활성화 및 도시경관 개선, 지역 활성화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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