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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울린 해운대 화재 사진 정형호 소방위 "동료 도와야겠단 생각만 했죠"

입력 2023-06-22 16:42 수정 2023-06-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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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정 소방위가 땀에 젖어 주저 앉아 있다. 오른쪽은 소방관 정복을 입은 정 소방위의 모습. 〈사진=김재필씨 제공·연합뉴스(왼쪽), 정 소방위 제공(오른쪽)〉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정 소방위가 땀에 젖어 주저 앉아 있다. 오른쪽은 소방관 정복을 입은 정 소방위의 모습. 〈사진=김재필씨 제공·연합뉴스(왼쪽), 정 소방위 제공(오른쪽)〉


"그 당시엔 빨리 동료를 도와야겠단 생각밖에 없었고, 동료들의 노력과 시민들이 잘 협조해주신 덕분에 큰 부상자 없이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해운대 화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인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 정형호 소방위)

최근 해운대 화재 현장에서 찍힌 사진 한장이 누리꾼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사진에는 소방관이 구조 작업 도중 땀에 젖은 채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사진 속 주인공은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 소속 정형호 소방위(45세)로 확인됐습니다.

JTBC 취재진은 오늘(22일) 정 소방위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정 소방위는 "화재 현장에서 비상계단을 오르내리며 구조 작업을 하던 중 장착하고 있는 공기호흡기의 공기 잔량이 최하위까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1층으로 내려온 상황이었다"며 "직원에게 공기호흡기를 갈아달라고 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 사진이 찍힌 것 같다"고 떠올렸습니다.

이어 "특수 방화복에 공기호흡기 세트 등 장비를 다 착용하면 20㎏ 정도 되는데, 날씨도 더웠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구조 작업을 하다 보니 과호흡이 오고 주저앉게 됐다. 1000m를 왕복으로 3번 왔다 갔다 한 느낌이었다"라며 "빨리 호흡을 진정하고 동료를 도와 현장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화재 현장은 올해로 21년 차 베테랑 소방관인 정 소방위에게도 쉽지 않은 현장이었습니다. 정 소방위는 "투숙객이 한꺼번에 많이 있는 곳에서 불이 나는 경우는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상황이고, 저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화염보단 연기가 급격히 번져 연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장에 출동했을 때 비상계단 쪽으로 투숙객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가득 찬 연기 때문에 호흡이 곤란하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라며 "계단이라 발을 헛디디면 자칫 위험할 수 있었는데 시민들이 소방관들의 행동에 잘 따라줬다"고 전했습니다.

정 소방위는 사진이 화제가 된 사실을 아내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사진이 찍힌 줄도 몰랐는데 아내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보내면서 물어봤다"며 "아내가 뒤통수만 봐도 알겠다고 하더라. 부끄럽고 민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정 소방위는 동료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협조 덕분에 큰 인명피해 없이 모두 구조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보다 더 잘하는 동료들이 다 같이 힘 합쳐서 잘해준 덕분에 큰 부상자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저희는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했지만, 시민들은 평생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 많이 놀랐을 텐데 잘 협조해주셔서 크게 다친 사람 없이 대부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에 있는 한 호텔에서 발생했습니다. 직원과 투숙객 등 170여 명이 대피했고, 불은 약 4시간 만에 모두 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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